[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거래지원부터 이상거래 감시, 내부통제, 전산시스템에 이어 위험관리까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가 만든 자율규제안이 14개로 늘면서 거래소 운영 곳곳에 DAXA의 공통 기준이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규칙이 촘촘해진 만큼 이를 어긴 회원사에 책임을 물을 수단도 함께 갖춰졌느냐다. 실제 DAXA가 회원사를 징계한 전례까지 있지만 거래소의 영업행위 자체를 되돌리는 법적 강제력과는 거리가 있다. 규율 범위가 거래소 운영 전반으로 뻗으면서 DAXA 자율규제의 실효성도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7일 DAXA에 따르면 현재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율규제안은 모두 14개다. 거래지원 모범사례와 이상거래 상시감시 모범규정, 표준 내부통제기준, 광고·홍보 행위 모범규준, 전산시스템 운영 및 이용자 보호 모범규준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 6월에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위험관리 모범규준도 새로 마련됐다.
출범 초기 거래지원 기준 마련에 집중했던 DAXA의 규율 범위는 해마다 넓어졌다. 지난해에는 법인 고객확인과 비영리법인의 가상자산 현금화, 가상자산 매도, 예치금 이용료율 등으로 기준 마련 범위를 확대했다. 올해 6월 위험관리 모범규준을 추가하고 기존 내부통제 및 전산시스템 관련 규정도 개정했다.
이에 따라 DAXA의 공통 기준은 어떤 가상자산을 거래지원하고 종료할지뿐 아니라 거래소 내부통제와 전산 운영, 이용자 보호, 위험관리까지 파고들었다. 거래소 운영 전반을 아우르는 자율규제 체계가 만들어진 셈이다.
활동 반경도 회원사 내부 규율에 머물지 않는다. DAXA는 지난 9월 미신고 해외 거래소 4곳을 적발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시행을 앞두고는 회원사가 아닌 비원화 거래소까지 포함해 제도 이행을 지원했다. 거래소 공동협의체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회원사 공통 기준 제정부터 시장질서 대응, 제도 이행 지원까지 역할을 넓히고 있다.
문제는 DAXA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정하는 영역은 빠르게 넓어졌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회원사를 상대로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은 자율규제의 틀 안에 있다는 점이다. DAXA가 회원사에 직접 징계를 내린 전례도 있지만 그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사례가 있다.
DAXA는 2023년 11월 위믹스를 거래지원한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가 자율규제 절차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3개월간 DAXA 내 의결권을 제한하고 주의를 촉구했다. 공동 대응으로 거래지원이 종료됐던 종목을 다시 거래지원하는 과정에서 이용자 보호를 위해 정한 절차를 어겼다는 이유였다. DAXA가 회원사의 자율규제 위반을 이유로 실제 징계를 내린 사례다.
그러나 징계와 별개로 고팍스의 위믹스 거래지원 자체가 중단된 것은 아니었다. DAXA는 거래지원 종료 사유가 해소됐다고 판단한 명확한 근거자료를 신속히 공개하라고 촉구했지만 이를 법적으로 강제해 거래지원을 되돌리는 감독기관은 아니었다. 회원사의 협의체 내 의결권은 제한할 수 있었지만 개별 거래소의 영업행위 자체에 행정제재를 가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던 셈이다.
이 사례는 DAXA 자율규제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체 규칙을 만들고 이를 위반한 회원사를 징계할 수는 있지만 금융당국처럼 법률에 근거해 과징금이나 영업 관련 행정제재를 직접 부과하는 구조는 아니다. 거래지원에서 내부통제와 이상거래 감시, 위험관리까지 DAXA가 정하는 규칙은 계속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집행력은 같은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는 자율규제 한계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회원사 중심의 조직구조에서 비롯되는 이해상충 가능성도 풀어야 할 문제다. DAXA는 거래소들이 공동으로 구성한 협의체이면서 동시에 이들에 적용되는 공통 기준을 마련한다. 시장 참여자인 거래소가 규율 대상인 동시에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도 참여하는 구조다. 규율 범위가 넓어질수록 기준 제정과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독립성과 객관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자율규제 위반을 이유로 회원사를 직접 징계하는 단계까지 역할이 확대됐다면 '누가 규칙을 만들고 누가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시장을 규율하는 기능이 커질수록 회원사 간 합의에만 의존하기보다 규칙 제정과 위반 판단, 제재 과정의 독립성과 책임 구조를 함께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 변화가 빠른 가상자산 특성상 업계가 공통 기준을 신속하게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은 자율규제의 장점이다. 그러나 규율 대상과 범위가 지금처럼 확대된다면 신속성만으로 실효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규칙을 만드는 역할과 이를 집행할 수단, 그 결과에 대한 책임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는 이런 DAXA의 자율규제 체계를 다시 들여다볼 계기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법률이 세부적으로 다루지 못했던 시장 규율의 빈틈을 DAXA의 자율규제가 상당 부분 메워왔지만 제도권 규율 체계가 구체화될수록 민간 협의체에 어디까지 시장 규율을 맡길 것인지도 다시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지원과 시장감시, 내부통제처럼 투자자 보호와 직결되는 영역을 계속 DAXA의 자율규제에 맡긴다면 규율 범위에 걸맞은 집행력과 책임,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관건이다. 반대로 법률과 금융당국의 감독 영역으로 넘길 부분이 있다면 자율규제와 법적 규제 사이의 경계도 명확하게 그을 필요가 있다.
규칙만 늘리고 책임 구조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는 얘기다. DAXA가 거래소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협의체를 넘어 시장 규율까지 담당하려면 어느 수준의 권한을 부여할 것인지뿐 아니라 그 권한을 누가 견제하고 어떤 책임을 지게 할 것인지까지 함께 정리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DAXA가 거래소 운영 전반에 대한 공통 기준을 마련하면서 시장 안정에 기여한 부분은 분명하지만, 자율규제기구인 만큼 회원사에 실질적인 제재를 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DAXA가 어느 수준까지 규제 기능을 맡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질 것인지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체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주세요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