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한컴이 미국 기관투자자들의 요청으로 현지 기업설명회(NDR·Non-Deal Roadshow)에 나선다. AI 워크포스 플랫폼 ‘노마디안’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해외 투자자와의 접점을 넓힌다.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온 국내 소프트웨어 사업에 미국 구독 사업을 더하는 것이 핵심이다. 노마디안이 현지에서 반복 매출을 확보하면 한컴이 글로벌 AI 기업으로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컴은 오는 12일부터 약 일주일간 미국 뉴욕과 시카고 등에서 NDR을 진행한다. 김연수 대표와 정지환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주요 경영진이 현지 AI·테크 액티브 펀드 10여 곳과 1대1로 만난다.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뉴욕법인이다.
이번 NDR은 노마디안의 미국 출시를 두 달여 앞두고 열린다. 한컴은 12월 말 미국에서 노마디안 베타 서비스를 공개하고 2027년 구독형 서비스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현지 투자자들에게 제품과 사업 전략을 먼저 설명하는 자리인 셈이다.
노마디안은 직무별 AI 에이전트를 직원처럼 채용해 팀을 구성하는 플랫폼이다. 한컴이 36년간 축적한 문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AI 직원들이 문서와 표, 발표자료까지 직접 만든다. 초기 핵심 고객은 미국의 1인 창업가다.
잠재 고객층도 넓다. 미국 인구조사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직원 없이 운영된 사업체는 3199만곳으로 전년보다 150만곳 이상 늘었다. 소규모 사업자가 AI 에이전트에 구독료를 내는 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메타는 지난달 29일 소상공인용 AI 에이전트를 출시하면서 월 20달러와 100달러의 유료 요금제를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노마디안이 1인 창업가를 시작으로 소규모 사업자까지 고객층을 넓힐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노마디안의 시장성과 상용화 이후의 매출 구성 변화다. 한컴의 기존 매출은 주로 국내 공공기관·기업 고객과 맺는 라이선스 및 연간 계약에서 나온다. 중앙부처와 교육청, 기업 등 고객 기반은 20만곳에 이른다. 여기에 미국 이용자가 매달 구독료를 내는 사업이 더해지면 국내 본업의 이익을 바탕으로 해외 반복 매출을 쌓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구독 사업은 연간반복매출(ARR)을 통해 성장성과 매출의 예측 가능성을 평가받는다. 고객이 구독을 유지하고 신규 이용자가 늘수록 향후 매출 기반도 확대된다.
이에 한컴의 기존 사업이 갖춘 수익성도 투자자들의 관심 요인으로 꼽힌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별도 기준 매출은 2015년 845억원에서 지난해 1753억원으로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97억원에서 509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25%를 웃돌았으며 지난해에는 29.0%를 기록했다.
올해 경영 목표로는 매출 2100억원과 영업이익 600억원을 공시했다. 지난해보다 각각 19.8%, 17.9% 증가한 수준으로 목표 영업이익률은 28.6%다.
AI 원천기술의 해외 인지도도 높이고 있다. 문서 데이터 추출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오픈데이터로더 PDF’는 올해 3월 2.0 버전 출시 일주일 만에 깃허브 전체 트렌딩 1위에 올랐다. AI 개발 프레임워크 랭체인의 공식 구성 요소로도 채택됐다.
연구개발비는 2023년 202억원에서 지난해 289억원으로 2년 새 43% 증가했다. 투자를 확대하면서도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 986억원, 영업이익 310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 31.5%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AI 매출은 134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연간 AI 매출을 넘어섰다.
미국 사업의 초기 투자를 뒷받침할 재무 여력도 갖췄다. 2분기 말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 114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29억원 늘었다.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결산 배당금 95억원을 지급하고도 현금성 자산이 늘어난 것이다. 차입금은 없으며 부채비율은 22.2%다.
업계에서는 이번 NDR이 한컴의 글로벌 AI 사업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노마디안이 미국에서 유료 고객과 반복 매출을 확보하면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에 머물렀던 시장의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이익을 내는 본업 위에 미국 구독 사업이라는 성장축을 더했다는 점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한컴을 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며 “노마디안이 현지에서 반복 매출을 쌓기 시작하면 글로벌 AI 기업으로 재평가받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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