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태은 기자] LG화학의 하반기 실적 눈높이가 한 번 더 크게 낮아지면서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99억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2분기 호실적을 견인했던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성 둔화가 예상되는 데다 첨단소재 부문은 제자리를 걷고 있고, 석유화학 제품 가격 담합 의혹까지 겹치면서다. 과징금 규모나 담합 여부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하반기 실적에 반영된다면 재무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4조1759억원, 영업이익 5996억원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거뒀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15.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19.0%, 영업이익은 25.8% 늘었다.
2분기 호실적의 중심에는 석유화학 사업이 있었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재료 가격이 급등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확보해 둔 원재료를 사용하면서 제품 판매 마진이 확대됐다. 이른바 재고 래깅(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로 석유화학 부문은 2분기 42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연결 기준 전체 영업이익의 71.1%를 차지했다.
문제는 래깅 효과가 3분기에는 역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가격 상승기에 확보한 원재료가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투입되면서 부정적 래깅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재료 부담이 커지는 만큼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성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도 실적 하향을 예고했다. 8월 초만 해도 BNK투자증권은 3분기 영업이익을 3044억원으로 전망했지만 미래에셋증권은 1802억원을 예상했다. 9월 말 NH증권에서는 영업이익 전망치를 99억원까지 낮췄다.
물류비 변수도 남아 있다. 지난 7월 미국과 이란 간 양해각서(MOU) 파기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주요 산유국으로 전선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원유 및 석유화학 원료 공급망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해상운임 등 물류비 부담도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희망을 기대했던 첨단소재 부문은 점진적인 회복세에도 실적에 유의미하게 기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차 시장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중심으로 배터리 수요가 회복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업황 반등 국면에 진입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LG화학은 하이니켈 양극재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으나 ESS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높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채택이 늘고 있다.
다만 양극재 사업의 경우 GM 물량 등 그동안 지연됐던 프로젝트 매출이 하반기부터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신규 고객사 판매도 확대되면서 물량 증가 역시 예상된다. 이에 4분기부터는 양극재와 전지 부문의 개선으로 전반적인 실적이 다시금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BNK투자증권은 4분기 LG화학 영업이익을 4478억원으로 예상했다. LG화학도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특히 4분기에는 과거 분기 수준의 (양극재) 판매량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제품 가격 담합 의혹이 실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 1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LG화학을 포함한 석유화학 업체 6곳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업체들이 폴리염화비닐(PVC)과 가소제, 가성소다, 염산, 하이포, TDI, ECH, 염소 등 8개 품목의 가격을 사전에 협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대상 품목 가운데 PVC와 가소제, 가성소다는 LG화학의 주요 제품군에 해당한다.
당장 담합 여부나 과징금 규모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4분기 적자폭을 줄이고 회복세로 돌아서는 과정에서 과징금은 재무적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이 올해 미리 충당 부채로 잡아 실적에 반영해 내년 실적 부담을 줄이는 방법도 고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 3월 상향된 과징금 기준을 적용해 5년간 매출액 추정치를 기반으로 계산한 결과 (과징금) 대상 매출액은 약 6조9958억원으로 추산된다"며 “과징금은 최소 3498억원에서 최대 6996억원”이라고 분석했다.
과징금 자체가 재무에 큰 타격을 입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충당 부채로 잡는다면 순이익에는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 악화되는 실적을 감안하면 과징금 7000억원대 수준이면 연간 순손실 규모가 9000억원대까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징금 규모가 커지면 순손실 1조원도 기록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올해 지배주주 순이익 컨센서스는 마이너스(-) 1837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29.6% 수준이다. 하지만 과징금이 7000억원 대를 기록한다면 순손실은 8800억원으로 급격히 늘어난다. 이 경우 주당순이익(EPS)는 기존 -2347원에서 -1만1289원으로 크게 늘어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부채비율은 132.9% 대로 소폭 증가해 재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과징금이 실제 실적에 반영되는 시기를 특정하긴 어렵다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징금 부과 시점을 가늠하기는 어려워보인다"며 "당장 올해 실적에 반영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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