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상호 기자] 롯데그룹이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신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화학 계열사는 AI용 회로박 등 고부가 제품 생산을 늘리고 암모니아 유통 인프라를 기반으로 청정수소 분야 협력을 추진한다. KAIST와 함께 조성한 R&D센터에서는 AI 반도체 소재, 탄소중립, 바이오 분야 기술을 연구한다. 바이오 계열사인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송도 1공장 사용승인을 발판 삼아 글로벌 파트너링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전지소재 사업을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수요가 늘어난 고속신호 전송용 HVLP(초극저조도) 동박 대응에 나섰다. AI용 회로박과 ESS용 전지박 판매가 늘면서 전사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4분기 45%에서 올해 1분기 67%로 올라섰다.
국내 유일의 회로박 생산기지인 익산공장에는 약 500억 원을 투입해 AI용 회로박 라인을 증설한다. 익산공장 생산능력은 기존 3700톤에서 2027년까지 1만 6000톤 규모로 늘어난다. 말레이시아 공장은 익산의 전지박 물량을 넘겨받아 ESS용 전지박에 집중한다.
롯데정밀화학은 최근 미국 아모지(Amogy)와 암모니아 기반 청정에너지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암모니아 유통 인프라에 아모지의 암모니아 분해·발전 기술을 결합해 국내 청정수소 시장의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양 사는 그린수소 충전소 구축, 분산형 그린암모니아 발전, 그린암모니아 벙커링 등 3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검토한다. 롯데정밀화학이 그린 암모니아 공급과 저장을 맡고, 아모지가 모듈형 크래킹 설비와 발전 모듈을 제공할 예정이다.
롯데정밀화학은 올해 세계 최초로 그린 암모니아를 수입하고 그린 암모니아 선박 연료 벙커링을 상업화했다. 청정 암모니아 공급망과 기술을 묶은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아시아 1위 청정 암모니아 허브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수소 사업도 본격화했다. 롯데케미칼이 SK가스, 에어리퀴드코리아와 설립한 합작법인 '롯데SK에너루트'는 20MW 규모의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 울산하이드로젠파워 2호를 가동한 데 이어 올해 같은 규모의 1호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두 발전소는 SK가스 자회사와 롯데 화학군 공장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공급받아 전력을 생산한다. 롯데SK에너루트는 연내 총 80MW 규모의 종합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아가 롯데그룹은 대전 KAIST 본원에 '롯데 x KAIST R&D센터'를 준공했다. 롯데가 기부한 건축기금 100억원과 KAIST 자체 기금으로 조성한 산·학 초(超)경계 연구 거점이다. 지하 1층, 지상 6층, 연면적 4298㎡ 규모로, KAIST의 연구 역량과 롯데의 현장 경험을 결합해 원천 연구부터 실험, 시제품 제작, 기술사업화까지 한 곳에서 수행한다.
R&D센터는 바이오 지속가능성, 탄소중립 에너지·소재·공정, 첨단식품·헬스케어 등 3개 주제를 중심으로 시스템대사공학, 바이오연료·플라스틱, 그린수소, 신재생에너지, 배터리 분야를 연구한다. 연구 전반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개발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계열사별 전략 기술 연구도 함께 추진한다. 롯데케미칼은 AI 반도체용 저유전 소재와 로봇·배터리용 방열소재 등을, 롯데정밀화학은 의약용 셀룰로오스 소재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AI 데이터센터용 초고속 전송회로 소재를 연구한다. 확보한 기술은 그룹 사업으로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6월 착공 약 2년 만에 인천 송도 바이오 캠퍼스 1공장 사용승인을 받았다. 1공장은 1만 5000리터급 배양기 8기를 갖춘 총 12만 리터 규모의 항체의약품 생산시설이다. 설계 단계부터 자동화 제조관리시스템(MCS)과 디지털 트윈 기술을 반영해 주문부터 제조, 품질 검증까지 이어지는 디지털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국가 공인 녹색건축인증(G-SEED) 우수등급도 획득했다.
송도 1공장 사용승인으로 미국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와 연계한 '듀얼 사이트' 전략도 가시화됐다. 시러큐스가 초기 임상과 소규모 생산을, 송도가 대규모 상업 생산을 맡아 고객사의 기술 이전 부담을 덜 수 있다. 회사는 하반기 시운전과 생산 시스템 검증을 거쳐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앞당긴 연내 GMP 인증 완료를 목표로 잡았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에 더해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바이오 콘퍼런스에 참가해 글로벌 CDMO로서의 경쟁력을 알리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먼저 10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전시회인 이탈리아 'CPHI Milan 2026'을 비롯해 일본 '바이오 재팬 2026', 미국 '월드 ADC 샌디에이고'에 잇따라 참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규모 상업 생산 역량과 자체 ADC 플랫폼을 소개하고 각국 제약·바이오 기업과의 파트너링을 넓혀 신규 수주 기회를 발굴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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