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내년 1월 가상자산 소득 과세 시행을 앞두고 국내 투자자 상당수가 과세 이후 국내 거래소 이용을 줄이고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과세 자체에 대한 거부감뿐 아니라 취득가액 산정과 거래내역 파악, 신고·납부 시스템 등 제도적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가 투자자의 거래 방식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타이거리서치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24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1%는 과세 시행 이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이용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반면 해외 거래소 이용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68.1%로 나타났다. 개인지갑을 활용한 탈중앙화거래소(DEX)나 개인 간 거래 이용을 확대하겠다는 응답도 64.2%에 달했다.
투자 규모 자체를 줄이거나 중단하겠다는 응답도 69.7%였다. 특히 국내 거래소 이용을 줄이겠다고 답한 투자자의 88.0%는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 활용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실제 해외 거래 경험도 적지 않았다. 조사 대상자의 60.0%는 해외 거래소를 이용한 경험이 있었고 33.3%는 DEX를 이용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과세 시행 이후 국내 시장 이탈 가능성이 단순한 의향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단순한 과세 반대로만 보기는 어렵다. 전체 응답자의 73.7%가 가상자산 과세에 반대했지만 이 가운데 51.5%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이 충분히 보완될 경우 과세를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과세 필요성에 동의한 투자자 가운데서도 74.5%는 현행안을 그대로 시행하기보다 유예하거나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한 부분은 실제 과세 집행 가능성이었다. 정부의 과세 행정과 전산시스템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응답은 66.4%였고 국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 거래내역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응답도 65.7%에 달했다.
신고·납부 과정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응답은 68.8%였다. 전체 응답자의 85.1%는 투자자 보호체계를 과세보다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고 82.9%는 현행 과세안의 예정된 시행에 반대하거나 추가 유예가 필요하다고 봤다.
아울러 국내 거래소의 거래 기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타이거리서치는 설문 결과와 해외 사례 등을 토대로 국내 3대 거래소의 거래대금이 2026년 약 860조원에서 2027년 약 602조원으로 30.0%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같은 기간 거래소 매출도 약 1조330억원에서 7282억원으로 29.5%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해당 수치는 실제 발생할 감소 규모를 예측한 것이 아니라 설문 결과와 일정한 가정을 적용해 산출한 추정치다.
문제는 투자자의 해외 이동이 늘어날수록 과세 정보 확보가 오히려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한 해외 사업자의 거래정보 공유가 확대되더라도 개인지갑과 복수의 온체인 서비스를 거친 거래 흐름과 손익을 하나의 사업자가 모두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내 거래소 밖으로 거래가 이동할수록 과세당국이 투자자의 전체 취득가액과 손익을 추적하는 과정도 복잡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도 과세 시행 시점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변화가 있을지 기대가 크다"며 "여야가 모두 현행 체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오는 30일 공청회도 진행되는 만큼 동일 기준과 동일 원칙에 대한 숙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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