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규제 틀을 새로 짜는 '클래리티법(CLARITY Act)'의 연내 처리 가능성이 낮아졌다. 다만 미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증권거래위원회(SEC)·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제 정비가 별도로 진행되고 있어 디지털자산 제도화 자체가 멈춘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미국의 입법 지연이 국내 디지털자산 법제화까지 늦추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7일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클래리티 법안 절차 투표 부결, 향후 전망’ 보고서를 통해 "클래리티 법안에서 바뀐 것은 방향이 아니라 속도"라며 법안 처리 시점이 2027년 상반기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상원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클래리티법 심의 개시를 위한 토론종결(Cloture) 표결에서 찬성 49표, 반대 50표를 기록했다. 가결에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다만 톰 틸리스 공화당 의원이 재심 동의를 위해 절차적 선택으로 반대표를 던진 점 등을 감안하면 법안 자체가 완전히 폐기된 것은 아니다.
이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재협상에 시간이 필요한 데다 미 상원이 10월5일부터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활동 기간에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법안 처리 시점이 2027년 상반기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 상원의 공식 일정에도 10월5일부터 11월3일 중간선거 전까지 의원들의 지역구 활동 기간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클래리티법 지연이 미국 디지털자산 제도화의 중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미 제정된 스테이블코인 규제인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시행 준비가 진행 중이고 SEC와 CFTC도 기존 법률을 활용해 디지털자산 규제 기준을 구체화하고 있다. SEC는 지난 3월 디지털자산에 대한 증권법 적용 기준을 제시한 데 이어 8월에는 가상자산 관련 별도 발행체계를 담은 규정안도 내놨다.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 전통 금융시장도 토큰화 증권 거래를 위한 규칙과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실물연계자산(RWA)과 스테이블코인, 기존 금융 인프라의 블록체인 전환이라는 큰 흐름은 클래리티법 처리와 별개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오히려 국내에서는 미국의 입법 지연이 디지털자산 제도화를 늦추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2단계 법제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거래소·수탁사업자 규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구조법을 참고해 국내 제도를 설계하려는 상황에서 클래리티법 처리가 늦어지면 국내 논의 역시 추가로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제도 확정 전 사업화에 나서기 어려운 만큼 규제 공백이 길어질수록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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