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위고비·마운자로 같은 GLP-1 비만치료제가 국내 다이어트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관심축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체중 감량을 돕는 제품에 관심이 쏠렸다면 이제는 감량 과정에서 부족해질 수 있는 영양을 어떻게 채울지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식욕을 억제해 체중을 줄이는 대신 전체 식사량까지 감소하면서 단백질과 일부 미량영양소 섭취가 함께 줄어들 수 있어서다. '몸에 좋은 것을 더 챙겨 먹는 것'을 넘어 '줄어든 식사에서 부족해진 영양을 메우는 것'으로 건기식의 역할이 확장되는 셈이다. 건기식 코너에서 단백질과 비타민 등 영양 보완 제품을 눈여겨볼 만한 이유다.
GLP-1은 식사 후 분비돼 인슐린 분비와 포만감 등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을 뜻한다.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 수용체에 작용하고,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는 GLP-1과 GIP 수용체에 함께 작용해 식욕을 낮추고 체중 감량을 돕는다. 문제는 식욕과 함께 전체 섭취량이 줄면서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영국 케임브리지대 역학연구소가 국제학술지 'Obesity Reviews'에 2015~2025년 발표된 관련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 비만치료제 사용자의 상당수가 단백질을 비롯한 일부 영양소의 권장 섭취량을 채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에서는 전체 에너지 섭취량도 많이 감소했다. 체중 감량 과정에서 지방뿐 아니라 제지방량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는 점 역시 영양 관리가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민세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역시 최근 당뇨병학회 뉴스레터를 통해 “GLP-1 계열 약제는 식욕을 억제하고 위 배출을 지연시켜 전체 섭취량을 감소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단백질 섭취가 비의도적으로 크게 줄어들기 쉽다”며 “특히 고령 환자나 감량 폭이 큰 환자에서는 체중 kg당 최소 1.2g 이상의 단백질 섭취를 고려해야 하며 이는 단순한 영양 권고가 아니라 근육 보존을 위한 치료의 일부로 포함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GLP-1 시대에 가장 먼저 주목받는 영양소 가운데 하나가 단백질이다. 국내 단백질 식품 시장은 GLP-1 비만치료제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부터 빠르게 성장해왔다. 시장 규모는 2018년 890억원에서 2023년 4500억원으로 5배 넘게 커졌고, 업계에서는 2026년 8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운동과 건강관리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단백질 시장에 체중 감량 과정에서 근육량을 지키려는 수요까지 더해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단백질 제품을 고를 때는 무조건 비싼 제품보다 자신의 소화 특성과 섭취 목적을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유청단백질(웨이프로틴)은 정제 방식에 따라 농축유청단백(WPC)과 분리유청단백(WPI), 가수분해유청단백(WPH) 등으로 나뉜다. WPC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지만 유당이 일부 남아 있어 유당에 민감한 사람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WPI는 유당과 지방 등을 상당 부분 제거해 단백질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WPH는 단백질을 가수분해한 형태다.
유제품 섭취가 부담스럽다면 대두나 완두콩 등을 원료로 한 식물성 단백질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체중 감량 중이라면 단순히 제품 유형만 따지기보다 1회 섭취량당 단백질과 열량, 당류 등을 함께 살펴보는 편이 낫다. 근육량 유지가 목적이라면 전체 단백질 섭취량과 함께 필수아미노산 구성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비타민D를 비롯한 미량영양소 관리도 같은 맥락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식사량이 크게 줄면 단백질뿐 아니라 식품을 통해 섭취하던 비타민과 무기질의 양도 함께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권장 섭취량을 채우지 못했다는 것과 의학적인 '결핍'은 구분해야 한다. 특정 영양소가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충제를 일률적으로 섭취하기보다는 식단의 영양 밀도를 높이고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영양소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급격한 체중 감량에 따른 외모 변화도 새로운 소비 수요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해외에서는 체중이 빠르게 줄면서 얼굴 지방과 볼륨이 감소해 상대적으로 나이 들어 보이는 현상을 이른바 '오젬픽 페이스'라고 부르면서 관련 스킨케어와 미용 시장의 관심이 커졌다. 이 같은 흐름을 타고 국내에서도 콜라겐 등 이너뷰티 제품이 체중 관리와 함께 거론되고 있다.
다만 콜라겐 제품 역시 '저분자'라는 표현이나 원료 종류만으로 효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시중 제품에는 피쉬·소·닭 등 다양한 원료가 사용되고 분자량도 서로 다르지만, 분자량이 낮다는 사실만으로 피부 개선 효과가 더 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제품을 고를 때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피부 관련 기능성을 인정한 원료인지, 1일 섭취량을 기준으로 기능성 원료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등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GLP-1 비만치료제의 등장은 다이어트 시장에서 약과 건기식의 역할도 바꾸고 있다. 과거 건기식이 체중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GLP-1 시대에는 줄어든 식사량 속에서 영양 균형과 근육량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건기식 역시 '살을 빼기 위해 먹는 제품'에서 '살을 빼는 동안 부족해질 수 있는 것을 관리하는 제품'으로 소비자의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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