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태은 기자] 현대엘리베이터가 유럽·중동 시장 공략 거점인 튀르키예 법인에 565억원을 투입해 완전자본잠식을 해소했다. 다만 대규모 유상증자에도 법인이 장기간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튀르키예의 고금리·고물가 환경도 지속되고 있어 추가적인 수익성 개선과 재무 안정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엘리베이터의 튀르키예 법인은 유럽·중동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 거점으로 승강기 판매·설치·유지보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6년 현지 건설·에너지 기업인 STFA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경영권을 확보했고, 2018년에는 잔여 지분 49%를 인수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문제는 장기간 이어진 재무 부실이다. 튀르키예 법인은 재무 정보가 공시되기 시작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년 연속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머물렀다. 2023년 말 기준 자산은 299억원, 부채는 693억원으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393억원에 달했다.
이에 현대엘리베이터는 2024년 6월 운영자금 165억원과 채무상환자금 400억원 등 총 56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후 같은 해 468억원을 현금 출자하면서 연말 기준 튀르키예 법인의 자본총계는 18억원으로 플러스 전환돼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지난해에는 65억원을, 올해 상반기에 38억원을 추가 투입해 지난 6월 유상증자 절차를 마무리했다.
사업 외형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튀르키예 법인 설립 이후 매출은 200억~300억원대에 머물렀지만 2024년 437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594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는 튀르키예 시장에서 상위권 업체로 자리 잡았고 유지보수 사업 인력도 확보했다"며 "그동안 축적한 역량이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다만 매출 성장과 별개로 수익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튀르키예 법인은 재무 정보가 공시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줄곧 순손실을 기록해 왔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2023년 95억원에서 2024년 31억원으로 축소됐지만 지난해에는 44억원으로 다시 확대됐다. 대규모 자본 확충으로 자본잠식은 해소했지만 안정적인 흑자 구조를 구축했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재무 부담도 여전히 남아 있다. 2024년 자본잠식을 해소했지만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1055%에 달했다. 여기에 튀르키예 현지 가란티은행과 씨티은행으로부터 각각 약 126억원, 136억원을 차입하고 있으며, 현대엘리베이터는 해당 차입금 전액에 대해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튀르키예의 불안정한 거시경제 환경을 현지 사업의 수익성 개선을 제약하는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다. 튀르키예는 최근 수년간 고물가·고금리와 리라화 가치 하락이 이어지며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2024년 50%까지 인상했으며 현재도 37% 수준의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튀르키예 정부가 자국 금융시장 보호를 위해 외국 기업의 외화 거래를 제한하는 규제를 운영하고 있다"며 "고물가와 고금리 환경이 현지 사업에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튀르키예 경제의 회복 시점도 불확실하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 특성상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변동에 취약한 데다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까지 겹치며 물가 안정이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승강기 사업은 현지 건설경기와 연동되고 수주부터 설치·유지보수까지 장기간에 걸쳐 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금리와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고금리와 리라화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현지 사업의 수익성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간 적자와 높은 부채비율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현지 경제 환경도 불안정한 만큼 튀르키예 법인을 유럽·중동 시장의 핵심 거점으로 유지하는 전략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결국 현지 사업의 수익성과 재무 개선이 이뤄져야 추가 투자와 사업 확대의 명분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튀르키예 내 경영 환경을 고려해 현지 사업의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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