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민 기자]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렸음에도 비트코인이 8만달러(1억1090만원)를 뚫었다. 긴축이라는 악재보다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자금의 힘이 더 강하게 움직였다.
21일 오전 9시50분 기준 가상자산 시황업체 코인게코(CoinGecko)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8만1109달러(1억1236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하루 동안 5% 넘게 뛰며 8만달러선을 회복했다.
특히 상승 시점이 눈에 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0.25%p 올려 3.75~4.00%로 조정했다. 3년 만의 첫 금리 인상이었다. 9월 경제전망에서 18명의 FOMC 참석자 가운데 16명은 연내 최소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까지 예상했다.
통상적으로 금리 인상은 위험자산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해당 공식이 통하지 않았다.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로 돈이 다시 들어오면서 동시에 미국의 규제 완화 기대와 숏스퀴즈(Short Squeeze)가 작용하며 가격을 밀어 올렸다.
◆금리는 올랐는데 비트코인은 왜 안 떨어졌나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은 비트코인에 악재다. 미국 국채나 예금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의 수익률이 높아지면 가격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의 투자 매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8월까지만 해도 9월 금리 인상 여부는 불확실했다. 지난 4일 미국의 8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52%에서 61%로 높아졌다.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발표 직전에는 금리선물 시장이 0.25%p 인상 가능성을 92.5%까지 반영했다.
금리 인상은 갑작스러운 충격이라기보다 이미 예상된 이벤트에 가까웠다. 이에 FOMC 발표 전에 비트코인 가격은 시장의 충격을 선반영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14일 7만8163달러(1억828만원)에서 15일 7만5613달러(1억475만원)로 하락했다. 16일에도 7만6150달러(1억549만원)에 머물렀다.
연준이 예상대로 금리를 0.25%p 올리자 그동안 빠졌던 비트코인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17일 7만6404달러(1억585만원)를 기록한 비트코인은 18일 8만901달러(1억1208만원)까지 오르며 금리 인상 전 수준을 넘어섰다.
주말에도 8만달러선을 지켰다. 19일에는 8만1234달러(1억1254만원)까지 올랐고, 20일에는 8만171달러(1억1106만원)로 조정됐다. FOMC 직전 하락분을 이틀 만에 되돌린 뒤 이후에도 대부분 상승세를 유지했다.
◆빠졌던 ETF자금, 이틀 만에 돌아왔다
가격 반등과 함께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자금 흐름도 바뀌었다. 영국 투자회사 파사이드 인베스터스(Farside Investors)에 따르면 FOMC 발표 전인 지난 15일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4억5040만달러(6244억원)가 빠져나갔다. 16일에도 2억9590만달러(4102억원)가 순유출됐다.
금리 결정 이후에는 흐름이 반대로 바뀌었다. 17일 1억5950만달러(2211억원)가 순유입됐고 18일에는 3억2460만달러(4500억원)가 추가로 들어왔다. 이틀 동안 총 4억8410만달러(6712억원)가 비트코인 ETF로 다시 돌아왔다.
외신 경제지에서는 ETF 순유입 전환을 금리 결정 이후 정책 불확실성 줄어든 것으로 해석했다. 이후에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금리까지 하락하며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심리가 회복된 점에 주목했다.
◆규제 호재에 숏스퀴즈까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17일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를 발표했다. 애플이나 테슬라 같은 미국 상장주식을 가상자산처럼 디지털 토큰 형태로 만들어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향후 5년 동안 까다로운 금융 규제를 면제하는 조치다.
당초 가상자산 시장의 기준을 세우려던 ‘클래리티법’이 미국 의회 문턱에 걸려 멈춰 서자, 규제 당국이 직접 실용적인 우회로를 터준 셈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블록체인을 진짜 금융 제도권 안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며 투자 심리가 순식간에 살아났다.
비트코인 가격이 뛰자, 반대로 가격 하락에 돈을 걸었던 투자자(숏 세력)들의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다. 가격이 치솟아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거래소가 빚을 갚기 위해 이들의 돈으로 코인을 강제로 사들이기 시작한 것. 이 매수 주문들이 가격을 밀어 올리는 ‘숏스퀴즈’ 현상이 발생햇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지난 18일 하루 동안 청산된 비트코인 하락 베팅 규모만 약 2억3800만달러(약 3300억원)에 달했다. 시장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하루 만에 4억7000만달러(약 6516억원)에 달하는 하락 베팅 자금이 증발하며 비트코인 급등세에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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