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수민 인턴기자] 중국 전기차의 위협이 가격에서 기술로 바뀌고 있다. 중국 업체가 이제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AI칩·자율주행 소프트웨어까지 해외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한국 전기차 입장에서는 중국차와 가격 경쟁을 벌이는 동시에 중국 기술로 비용을 절감하는 해외 완성차 업체와도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17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업체 샤오펑(XPeng)이 폭스바겐에 이어 다른 해외 완성차 업체에게 기술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판매 대상은 단순 자동차 부품이 아니다.
차량의 각종 전자장치를 연결하는 전기·전자 아키텍처(E/E Architecture)부터 스마트 콕핏(Smart Cockpit), 자체 개발한 튜링 AI칩(Turing AI Chip),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소프트웨어 등이 포함된다. 향후 로봇택시와 휴머노이드 등 피지컬 AI기술까지 사업영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 차도 밀어내는데 기술까지…中 전기차 공세 확대
중국 전기차의 해외 공세는 이미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9일 중국자동차유통협회(CPCA)에 따르면 중국의 신에너지 승용차 수출이 1~8월 332만9000대였다. 지난해 동월 대비 135.1% 증가했다.
지난달 현대차도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중국차 공세 심화를 경영환경의 주요 불확실성 중 하나로 제시했다. 여기에 기술 판매까지 본격화할 경우 경쟁구도는 더 복잡해진다.
중국차가 기술 판매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수익성에 있다. 지난달 샤오펑이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적에 따르면 자동차 부문의 매출총이익률은 12.1%였다. 반면 기술 연구개발 서비스 등 서비스·기타 부문의 매출총이익률은 75.1%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3.6%보다 21.5%포인트 높아졌다.
자동차 한 대를 판매할 때마다 배터리와 철강 등 부품을 추가로 조달하고 공장을 가동해야 한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와 차량 아키텍처는 추가 비용 부담없이 다른 업체에 반복해서 공급할 수 있다. 중국 전기차업체 입장에서는 높은 마진을 내는 새로운 사업인 셈이다.
폭스바겐그룹차이나와 카리아드차이나(CARIAD China), 샤오펑이 공동 개발한 CEA를 이미 양산차에 적용하고 있다.
지난 1월 폭스바겐그룹에 따르면 이번 CEA 개발을 통해서 기존 차량에서 전자제어장치(ECU)의 수가 약 30% 줄어들었고, 전체 개발 주기도 최대 30% 단축했다고 한다.
게다가 CEA 자체 개발도 개념 단계에서 양산까지 18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폭스바겐이 새로운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개발한 사례 중 가장 빠르다. 첫 CEA 적용 모델인 ID.UNYX 07도 올해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폭스바겐은 향후 해당 구조를 중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차량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도 시간 싸움…자체 SDV 개발
현대차와 기아도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량 판매 규모를 활용해 실제 주행 데이터를 대량으로 확보하고 이를 다시 자체 AI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활용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차량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AI와 소프트웨어에 다시 사용하는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차량용 AI비서 글레오(Gleo)에 실제 차량 데이터를 반영하고 기능을 개선하고, 이를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다시 차량에 배포하는 구조다.
자율주행에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한다. 현대차는 2028년 엔비디아와 협력해서 레벨2+ 운전자보조 기술을 첫 양산형 SDV에 적용한다. 여기서 확보한 실제 주행 데이터를 자체 자율주행 AI인 아트리아 AI(Atria)에 활용하고, 향후 이를 확대한다.
기아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2026 CEO 인베스터 데이(CEO Investor Day)'에서 기아는 2027년 말까지 첫 SDV 개발을 완료하고 이후 자율주행 기술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2029년 초에는 고속도로뿐 아니라 도심 주행까지 지원하는 레벨2++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기아는 첫 SDV 기반 소형 전기차를 유럽 시장에도 투입할 계획이다. 유럽의 소형차 수요를 확보하는 동시에 자체 SDV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해 주행 데이터를 축적하려는 전략이다. 기아는 이를 통해서 유럽에서의 전기차 비중을 2025년 23%에서 2030년 66%까지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전기차의 위협은 이제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기아가 자체 SDV와 자율주행 기술을 키우는 사이 폭스바겐 등 경쟁사는 중국 기술을 활용해 개발시간을 최대 30%, 일부 개발비를 최대 50% 줄이고 있다. 샤오펑이 폭스바겐을 넘어 기술 공급처를 추가로 확보하면 다른 글로벌 완성차도 현대와 기아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전기차 경쟁은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빨리 양산차에 적용하고, 실제 차량에서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모아 다음 기술로 연결하느냐의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라며 “중국 업체가 완성차 판매를 넘어 기술 자체를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현대차·기아의 SDV 전환 속도도 이전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주세요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