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상호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오랜 경영 숙제인 온라인 쇼핑몰 사업 재건에 실마리를 잡아가고 있다. 경쟁자였던 중국 알리바바와 손을 잡고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하면서 국내에서는 셀러와 상품 경쟁력을 되살리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지마켓의 거래액을 증가세로 돌려놨다. 테무, 징둥닷컴 등 C커머스(중국계 이커머스)의 국내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 회장의 승부수가 온라인사업의 장기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18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이 공동 설립한 합작법인 AG글로벌홀딩스(옛 그랜드오푸스홀딩스)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AG글로벌홀딩스는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가 각각 50%를 출자한 회사로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합작법인 아래 두고 있다.
정 회장은 이사회가 공식 출범한 2025년 11월부터 AG글로벌홀딩스의 초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정 회장이 지난 6월8일 책임경영 선언에 따라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의 대표 복귀를 추진하기 전부터 AG글로벌홀딩스의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 회장에게 지마켓은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만큼 아쉬움이 큰 사업이다. 이마트는 2021년 이베이코리아 지분 80.01%를 3조4404억원에 인수하면서 온라인 시장에서 쿠팡과 네이버를 견제하려 했다.
하지만 지마켓은 온라인 마켓 실적의 핵심 지표로 꼽히는 거래액(GMV)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신세계가 인수할 당시 이베이코리아는 지마켓, 옥션 등을 합쳐 거래액이 연간 약 20조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으로 지마켓의 합산 거래액은 약 15조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정 회장은 지마켓의 반등을 위해 대대적 투자에 공을 들여왔고 올해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고 있다. 지마켓은 2025년에 ‘5년 내 거래액 2배 성장’을 목표로 내걸었으며 목표 달성을 위해 2026년에만 셀러 지원에 5000억원, 고객 프로모션에 1000억원, AI 검색·추천 기술에 1000억원 등 모두 7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후 올해 7월에는 적극적 투자의 성과로 상반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하면서 4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제임스 장 지마켓 대표이사는 “2026년 상반기는 전략적 투자를 통해 거래액 반등을 이끌어 내고 고객과 셀러, 글로벌 사업이 함께 성장하며 중장기 성장 전략의 가능성을 확인한 시기였다” 며 "앞으로도 단기적 성과보다 고객과 셀러에게 꼭 필요한 일에 집중하면서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지마켓의 분위기 전환에는 알리바바와 협력해 온라인 사업을 재편하려 한 정 회장의 결단도 크게 힘을 더했다.
지마켓은 알리바바와 협력함으로써 국내와 해외를 동시에 연결하는 ‘글로컬(glocal, 글로벌과 로컬의 합성어) 오픈마켓’으로 다른 온라인 쇼핑몰과 차별적 경쟁력을 구축해 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셀러 지원과 스타배송, 멤버십, 이마트 장보기 등 기존 자산을 강화하고 해외에서는 알리바바 계열 플랫폼을 활용해 국내 판매자의 판로를 넓히는 방식이다.
지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역직구 사업은 2025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성장 흐름을 이어가면서 2026년 상반기 거래액이 2025년 하반기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지마켓은 알리바바의 동남아시아 지역 플랫폼인 라자다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5개 나라에서 사업을 확대 중이다. 라자다는 1억6000만명에 이르는 소비자를 보유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며 지마켓을 통해 1만7000여명의 국내 셀러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마켓은 라자다를 통해 판매되는 국내 상품 규모를 기존 700만개에서 3000만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해외와 한국의 상품 판매를 연결하려는 지마켓의 전략은 국내 시장 공략에 수위를 높이고 있는 C커머스에 대응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으로 국내 종합쇼핑몰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쿠팡이 3357만 명으로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2위는 알리익스프레스 962만명, 3위 테무 859만명 등으로 C커머스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같은 기준으로 지마켓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는 612만명 수준이다.
C커머스의 한국 시장을 향한 공세가 단순히 이용자 수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징둥닷컴은 올해 한국에 구매 전문법인을 설립하고 K뷰티, K푸드 등 한국 소비재 직매입을 확대하고 있다. C커머스와 경쟁이 국내 소비자 확보를 넘어 한국 상품과 셀러를 누가 먼저 글로벌 유통망에 편입시키느냐는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지마켓 관계자는 "2025년에 ‘5년 내 거래액 2배 성장’ 목표를 설정한 이후 추진한 사업 전략들이 잘 작동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며 “목표 달성을 향해 내년부터 한층 더 속도를 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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