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경쟁은 이제 대형 언어모델(LLM)의 성능 경쟁을 넘어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망 등 인프라 확보 경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가 전력과 에너지 인프라로 이어지면서 산업 구조와 자본의 흐름, 기업의 투자 전략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딜사이트는 ‘2026 경영전략 써밋’을 통해 AI 인프라 확장이 산업과 자본시장에 가져올 변화와 기회를 심층 분석했다. AI 전력 슈퍼사이클 시대, 국내외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준비하는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에이전틱 AI 시대가 되면서 하나의 설루션이 만들어 놓은 질서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워크로드나 분야에 따라 서로 필요한 반도체들이 여럿 생겨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고 다양한 세력이 등장하는 겁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인텔코리아에서 만난 문종민 인텔코리아 상무는 "에이전틱 AI는 하나의 ‘일꾼’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일꾼마다 필요한 컴퓨팅 자원, 메모리, 전력이 다른 만큼 각각의 업무에 최적화된 다양한 반도체와 프로세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AI 시장이 특정 종류의 반도체를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서로 다른 프로세서가 각자의 역할을 맡아 함께 동작하는 구조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 상무는 에이전틱 AI 시대의 핵심을 ‘반도체 간 역할 분담’으로 봤다. AI 시스템에는 프로세서뿐 아니라 메모리와 저장장치, 통신 모듈 등이 함께 들어가는 만큼 특정 반도체 하나의 성능보다는 전체 시스템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고객은 워크로드와 전력, 비용 등을 고려해 서로 다른 컴퓨팅 자원을 조합해야 한다.
문 상무는 "각 반도체는 서로 경쟁만 하는 관계라기보다 각자의 역할을 가진 보완 관계"라며 "AI에 대한 요구가 다양해질수록 이런 보완 관계는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데이터센터를 넘어 PC와 엣지 기기로 확산하면서 이 같은 이기종(異機種) 컴퓨팅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서버와 노트북은 전력과 냉각 환경 등이 다른 만큼 동일한 AI를 구동하더라도 적합한 반도체 구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상무는 한국의 AI 인프라가 특정 GPU 등 특정 가속기 중심의 컴퓨팅 환경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비용과 기술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도 최근 CPU와 GPU, 국산 NPU를 함께 활용하는 이기종 AI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IT서비스 기업들도 AI 추론 영역을 중심으로 국산 NPU 도입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문 상무는 “많은 투자와 관심이 하나의 솔루션에 집중되면 시장 원리상 비용이나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다양성이 갖춰진 AI 인프라와 AI 반도체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에이전틱 AI 시대에는 특정 기술이나 사업자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생태계는 굉장히 다양해지고 공개적인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보다 많은 수요와 다양한 수요를 잘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한국의 AI 발전에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텔도 이런 흐름에 맞춰 CPU를 중심으로 GPU와 NPU, 커스텀 반도체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AI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공개한 차세대 제품군 역시 고성능 오케스트레이션용 CPU와 AI 추론용 GPU, CPU·GPU·NPU를 결합한 클라이언트용 시스템 온 칩(SoC)으로 역할을 나눴다.
문 상무는 인텔의 향후 대응 방향성을 CPU 기반 AI 확대와 커스텀 반도체 사업으로 설명했다. 그는 “CPU라는 자원도 AI에 적합한 요소가 많아 CPU 기반 AI의 사용 저변을 넓히는 것이 한 방향”이라며 “특별한 시장의 요구가 있다면 거기에 적합한 커스텀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하는 것도 또 다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특히 커스텀 반도체는 고객마다 다른 AI 워크로드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으로 보고 있다. 문 상무는 “커스텀 반도체는 인텔의 중요한 사업 중 하나”라며 “파운드리 생산뿐 아니라 생산 이전 단계의 설계까지 함께 제공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하드웨어 선택지를 넓히기 위한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장도 병행하고 있다. 특정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종류의 반도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 기반 소프트웨어 환경을 확대하는 한편 학계와 스타트업, 정부기관과의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문 상무는 “인텔은 학계와 스타트업, 정부기관뿐 아니라 AI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활성화하고 있다”며 “커스텀 제품과 공개된 소프트웨어 환경 등을 통해 한국 AI 시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상무는 에이전틱 AI가 아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이미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기 시작한 단계라고 봤다. 특히 기업간거래(B2B) 영역에서는 에이전틱 AI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다양한 AI 워크로드를 뒷받침할 컴퓨팅 환경을 얼마나 갖추느냐가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B2B에서는 이미 에이전틱 AI 시대가 많이 열려 있고 시장도 더 커질 준비가 돼 있다”며 “이제는 하나의 솔루션에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수요를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문 상무는 오는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릴 딜사이트 '2026 경영전략 써밋'에서도 관련 내용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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