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LG AI연구원이 계열사에서 검증한 산업 AI 기술을 외부 기업으로 확대한다. 제조·금융에서 쌓은 기술을 제약·병원·에너지 등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기업마다 다른 업무와 보안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경량 모델과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는 ‘데이터 파운드리’를 확산의 수단으로 제시했다.
이화영 LG AI연구원 AI사업개발부문장은 14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AI 토크 콘서트 2026’에서 계열사와 해결한 산업 난제를 외부 사업으로 연결하는 전략을 설명했다. 제품 수요와 원재료 가격을 예측하던 기술을 금융 분야로 확장해 글로벌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정 조건과 품질을 예측하는 ‘엑사원 태뷸러’에도 해외 제약사와 병원, 에너지 기업 등의 수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급은 기업 내부 설치와 클라우드 API 이용 방식으로 추진한다. 내부 설치는 LG CNS 등 파트너와, API 제공은 클라우드 기업과 협력할 계획이다.
협력 대상에 경쟁사를 배제하지도 않는다. 이 부문장은 삼성전자도 고객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삼성이 원하면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의 활용 경험을 AI 고도화로 연결하겠다며 “누구와도 협력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세부 세션에서는 산업별 적용 사례를 공유했다. 제조 분야에서 유정선 LG이노텍 AX담당은 태뷸러 도입으로 공정 변화에 대응하는 시간을 약 85% 줄였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재학습에 최소 14일, 약 300시간 이상의 생산 데이터가 필요했지만 태뷸러는 최대 50시간 내 바뀐 조건을 반영한 추론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이순영 LG AI연구원 데이터 인텔리전스랩장은 “산업 현장 문제마다 모델을 매번 새로 만드는 현재의 머신러닝 트렌드를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금융 분야에서는 ‘엑사원 BI’를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코스콤과 함께 국내외로 확대하고 있다. 이동현 코스콤 데이터융합사업 TF부 과장은 판단 과정과 추론 근거가 명확해야 실제 투자 검토 체계에 통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광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정보AI팀 전임운용역은 “병목은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이 처리하는 용량에 있다”며 정보 정리·비교를 AI의 기여 영역으로 꼽았다. 다만 투자에 직접 활용하기보다 리서치 지원 단계에서 경험과 검증을 쌓아야 한다고 밝혔다.
과학 분야에서는 ‘엑사원 디스커버리(Discovery)’의 물질 설계·합성 예측을 실제 실험으로 연결하는 자율 실험 체계를 소개했다. 올해 말 본격 가동할 AI 자율 실험실은 설계·실행·측정·학습을 반복하는 구조다.
박제섭 LG화학 R&D AX추진팀장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운영 체계가 도입의 핵심”이라며 데이터 재현성과 안전 기준을 강조했다. 임종구 GS칼텍스 기반기술팀장은 AI로 데이터센터용 액침 냉각유 후보 물질을 추천받아 개발 시간을 줄였다며 자율 실험실을 신물질 개발에 활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한 현장의 성과를 다른 기업과 공정으로 확산하는 데는 어려움도 있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계열사와의 협업 과정에서도 공정이나 운영 조건이 달라지면 기존 모델을 적용하기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임 원장은 “다양한 상황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해야겠다고 고민한 끝에 만들고 있는 것이 태뷸러와 포어캐스트”라고 말했다.
외부 기업으로 확산하려면 보안과 비용 부담도 줄여야 한다. 이화영 부문장은 기업의 노하우 유출 우려와 GPU 확보의 어려움을 짚으며 “태뷸러를 만들 때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어떻게 하면 GPU 사용량을 최소화하면서 해당 분야의 성능을 기대 이상으로 높일 것인가였다”고 말했다. 기업 내부에 설치할 수 있는 경량 모델로 장비 부담을 낮추고 분야에 따라 수초 내 응답하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기업별 업무에 맞게 모델을 조정하는 수단으로는 ‘데이터 파운드리’를 제시했다. 현장 문서와 데이터로 합성 학습 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를 모델에 학습시키는 솔루션이다.
이 부문장은 “도메인 전문가가 노력을 많이 들이지 않고 학습 데이터를 생성하고 해당 업무에서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빨리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심사 AI 개발에도 활용하고 있으며 해외 시장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벤치마크 성적뿐 아니라 비용이 어떤지, 원하는 용도로 얼마나 맞춤화할 수 있는지, 필요할 때 얼마나 통제하며 쓸 수 있는지를 같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충분히 똑똑한 모델을 만들고 기업 내부의 도메인 지식이나 전문적인 정보와 결합해 기업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쓸모 있는 AI를 만드는 것”이라고 LG의 전략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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