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엘앤파트너스가 피피비스튜디오스를 인수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핵심 사업인 ‘윙크’를 둘러싼 법적 리스크가 잇따라 현실화하고 있다. ‘윙크안경’ 기존 상표를 없애려던 시도가 대법원에서 최종 무산된 데 이어 콘택트렌즈 O2O 사업도 대검찰청의 재기수사명령으로 다시 수사선상에 올랐다. 브랜드 확장과 사업모델의 적법성이라는 서로 다른 두 축에서 동시에 문제가 불거지면서 케이엘앤의 인수 후 밸류업 전략에 경고등이 켜졌다.
케이엘앤은 지난 7월 말 기존 주주가 보유한 피피비스튜디오스 지분 약 65%를 1400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단순 환산한 전체 지분가치는 약 2150억원이다. 지난해 매출 589억원의 약 3.7배, 영업이익 53억원의 약 40배 수준이다. 현재 실적만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장원영 렌즈’로 알려진 컬러렌즈 브랜드 하파크리스틴의 해외 성장과 국내 사업 확장 가능성에 상당한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이 성장 프리미엄의 한 축이 윙크라는 점이다. 윙크는 소비자가 앱에서 콘택트렌즈와 안경원을 선택해 예약한 뒤 해당 안경원에서 결제하고 제품을 받는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이다. 온라인 판매가 제한된 콘택트렌즈 시장에서 온라인의 검색·예약 기능과 오프라인 안경원 판매망을 연결했다. 윙크는 전국 1500여개 안경원과 연결돼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피피비스튜디오는 최근 이를 예약 플랫폼에 머물게 하지 않고 오프라인 가맹사업으로 넓히고 있다. ‘윙크 렌즈 스토어’를 앞세워 콘택트렌즈 전문점과 기존 안경원 내 숍인숍 점포를 늘리는 전략이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를 6년 가량 경영하면서 가맹점 확대와 해외 진출 등 밸류업을 경험한 케이엘앤 입장에서도 익숙한 성장 방식이다. 케이엘앤은 현재 맘스터치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수 이후 실적과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 윙크 상표권 패소…가맹점 늘릴수록 부담
하지만 현실화한 리스크는 상표권이다. 대법원이 기존 ‘윙크안경’ 상표권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피피비스튜디오스 측은 해당 상표를 취소하고 사업을 확대하려던 계획에 제약을 받게 됐다. 이번 판결이 현재 사용 중인 ‘윙크’ 명칭을 곧바로 금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상표의 지정상품에 콘택트렌즈와 광학안경, 안경테 등이 포함돼 있어 오프라인 가맹점을 늘릴수록 충돌 가능성도 커진다.
가맹사업에서 상표권 문제는 본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점포가 늘어난 뒤 상표 사용 범위가 제한되거나 브랜드 변경이 필요해질 경우 간판과 인테리어, 광고물 교체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상표권자가 별도의 침해금지나 손해배상을 요구한다면 가맹점의 영업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점포 수를 빠르게 늘려야 하는 사업 특성상 상표권 불확실성을 안은 채 신규 가맹 계약을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실제 안경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상표권 분쟁이 실제 사업 운영으로 번진 사례가 있다. 글라스스토리는 2019년 ‘글라스스토리’ 상표권이 안경매니져로 넘어간 뒤 상표 사용을 둘러싸고 수년 간 법적 분쟁을 벌였다. 상표권을 인정받은 안경매니져가 일부 점포를 상대로 손해배상 등 후속 조치에 나서면서 가맹점들도 대응에 나서야 했다. 글라스스토리는 가맹점 감소와 실적 악화 등이 겹친 끝에 2021년 파산했다. 상표권 분쟁만을 파산 원인으로 볼 수는 없지만 브랜드 권리를 둘러싼 갈등이 가맹본부와 점주의 영업 부담으로 전이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 의료기사법 위반 불기소 뒤집은 대검…사업모델 흔들
더 근본적인 변수는 윙크 O2O 사업모델 자체를 둘러싼 규제 문제다. 대한안경사협회 등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윙크컴퍼니의 콘택트렌즈 픽업 서비스와 관련해 재기수사명령을 내렸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이 불기소 처분하고 서울고검도 항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고발인 측의 재항고 이후 대검 단계에서 다시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
핵심 쟁점은 윙크가 단순 예약 중개자인지 사실상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 과정에 관여하는 사업자인지다. 현행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은 콘택트렌즈의 전자상거래와 통신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윙크 측은 앱에서 예약하더라도 실제 결제와 판매가 안경원에서 이뤄지는 만큼 온라인 판매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고발인 측은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제품과 도수, 수령 안경원까지 정하는 구조라면 실질적인 판매·알선 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재수사에서는 윙크컴퍼니의 실제 판매 관여 정도와 제휴 안경원과의 관계 등이 다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재기수사명령만으로 윙크 사업의 위법성을 단정할 순 없다. 그러나 재수사 결과 혐의가 인정될 경우 충격은 상표권 문제보다 크다. 상표권은 브랜드 변경이나 권리관계 조정으로 대응할 여지가 있지만 O2O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서비스 방식과 수익모델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전국 1500여개 안경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가맹사업을 키우려던 전략의 전제를 흔드는 변수다.
피피비스튜디오스 기업가치에는 윙크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성장 중인 컬러렌즈 브랜드 하파크리스틴이 큰 영향을 미친다. 다만 국내에서는 윙크가 플랫폼과 가맹점을 연결해 유통망을 확대하는 핵심 축이다. 케이엘앤은 맘스터치를 통해 가맹사업의 확장성과 브랜드 관리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이미 경험한 운용사다. 그런 케이엘앤이 피피비스튜디오스를 높은 가격에 인수한 직후 상표권과 사업 적법성이라는 두 가지 리스크를 동시에 맞닥뜨렸다는 점은 부담이다. 두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가맹점 확대는 물론 피피비스튜디오스에 인정했던 성장 프리미엄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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