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로부터 2조5000억원이 넘는 배당수익을 거둘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막대한 일회성 수익이 주주환원 확대와 해외 성장투자 가운데 어디로 향할지 주목하고 있다. 특별배당에는 유배당보험 계약자와의 이익 배분 문제가 부담으로 남아 있는 반면, 삼성생명은 최근 수조원 규모의 미국 금융회사 지분 투자를 검토하는 등 글로벌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정규 분기배당을 포함해 약 30조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한 삼성생명은 단순 지분율을 적용할 경우 약 2조5500억원의 배당수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된다. 구체적인 배당 규모는 다음 달 말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에서 들어오는 배당금 전액을 삼성생명이 자유롭게 주주환원이나 인수합병(M&A)에 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험부채 관리와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지급여력비율(K-ICS), 유배당보험 계약에 귀속되는 손익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2조5000억원대 투자수익이 추가되면서 삼성생명의 자본배분 여력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크지 않다.
시장에서는 우선 삼성생명의 주주환원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2028년까지 총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고 주당배당금(DPS)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익 등 일회성 이익이 발생할 경우 이를 주주환원 여력에 반영한다는 방향성도 밝힌 상태다. 다만 이번 삼성전자 배당과 관련해 추가적인 주주환원 여부나 구체적인 규모는 제시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삼성생명이 대규모 특별배당을 결정하기에 유배당보험 계약자와의 이익 배분 문제가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상당 부분이 과거 유배당보험 계약자가 납부한 보험료를 재원으로 취득된 만큼, 삼성전자 투자에서 발생한 이익 가운데 유배당계약에 귀속되는 손익 역시 관련 기준에 따라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배당보험은 보험회사의 운용 성과에 따라 발생한 이익 일부를 계약자에게 배당하는 상품이다. 삼성전자 투자에서 대규모 이익이 발생할 때마다 유배당 계약자에게도 성과를 배분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돼 왔다.
삼성생명의 입장은 다르다. 유배당보험에서 장기간 누적된 결손을 먼저 보전해야 하기 때문에 삼성전자 투자이익이 발생하더라도 곧바로 추가적인 계약자 배당 재원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삼성생명에 따르면 유배당보험의 평균 보장수익률은 약 7%로 자산운용수익률 약 4%를 웃돈다. 삼성생명이 1986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주주 몫의 이익잉여금으로 유배당보험 결손을 보전한 누적액은 약 11조3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배당수익 가운데 유배당계약에 귀속되는 금액을 반영하더라도 누적 결손이 남아 있다면 추가적인 계약자 배당 재원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전자 배당수익 일부는 기존 결손을 보전하는 데 우선 사용된다”며 “배당수익을 반영한 이후에도 결손이 남는다면 계약자 배당 재원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배당계약 귀속분을 반영한 뒤 회사 몫으로 남는 이익을 주주환원에 활용하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회계처리와 별개로 계약자와 주주 사이의 이익 배분을 둘러싼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삼성생명의 유배당보험 계약자 몫을 별도로 처리해 온 이른바 ‘일탈회계’를 중단하면서 회계처리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삼성전자 투자이익의 경제적 귀속과 계약자 배당 문제는 별도의 쟁점으로 남아 있다. 계약자에게는 누적 결손을 이유로 별도 배당을 하지 않으면서 주주에게 대규모 특별배당을 실시할 경우 소비자보호와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탈회계는 끝났지만 유배당 계약자 배당 문제까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며 “계약자에게는 결손을 이유로 배당하지 않으면서 주주에게만 특별배당할 경우 소비자보호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어 시장의 시선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배당수익이 단순히 특별배당으로 빠져나가기보다 삼성생명이 이미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성장투자의 여력을 높이는 역할을 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해외 M&A는 특별배당의 대안으로 새롭게 등장한 선택지가 아니라 삼성생명이 기존부터 추진해 온 성장전략이라는 점에서다.
삼성생명은 그동안 영국 부동산 자산운용사 세빌스IM과 프랑스 인프라 전문 운용사 메리디암 등에 잇달아 지분 투자하며 해외 운용 역량을 확보해 왔다. 최근에는 글로벌 사모대출 운용사 헤이핀에도 전략적 투자를 추진하는 등 대체투자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해외 투자 거점도 삼성생명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자산운용이 보유한 미국 뉴욕 현지법인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했다. 그룹 내 해외 투자 기능을 삼성생명으로 모으면서 직접적인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현재 검토 중인 미국 프린시플파이낸셜그룹(PFG) 투자도 같은 맥락이다. PFG는 단순 자산운용사가 아니라 보험과 퇴직연금, 자산운용 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미국 금융그룹이다. 삼성생명은 PFG 지분 약 15%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시장에서는 투자 규모가 수조원에 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의 해외 투자 대상을 자산운용사로만 한정하기보다는 보험자산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퇴직연금·자산운용 역량을 갖춘 글로벌 금융회사까지 넓혀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회사를 통째로 인수해 보험부채와 판매채널까지 떠안기보다 전략적 지분투자를 통해 현지 운용 역량과 사업 기반을 확보하는 방식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외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면 현지 투자 네트워크와 전문인력을 활용해 부동산과 인프라, 사모대출 등 대체투자 자산을 발굴할 수 있다”며 “외부자금 운용을 통한 수수료 수익을 확보해 보험 중심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서 유입될 2조5000억원대 배당수익의 용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특별배당에는 유배당보험 계약자 문제가 부담으로 남아 있는 만큼 이번 배당수익이 삼성생명의 글로벌 M&A 여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전체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주세요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