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진 기자] 신영증권이 코리안리에 이어 유한양행 주식을 활용해 장기 가치투자형 자기자본투자(PI)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07년 첫 투자 이후 19년간 보유해 온 지분 일부를 처분해 767억원의 투자수익을 실현한 데 이어 다시 보유량을 두 배 이상 늘렸다. 최근에도 일부 주식을 처분하는 등 장기 보유와 수익 실현을 병행하는 모습인데 단기 매매차익보다 기업의 장기 가치에 무게를 둬 온 신영증권의 투자 기조가 자기자본 운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영증권은 올해 4~6월 유한양행 보통주 일부를 처분했다. 처분한 주식의 장부금액은 9억4800만원, 처분 당시 공정가치는 약 8억1100만원이다. 신영증권은 처분 사유를 '투자수익 실현'이라고 밝혔다.
신영증권과 유한양행의 투자 관계는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신영증권은 2007년 유한양행 보통주 투자를 시작했으며 2012년에는 우선주에도 투자했다. 이후 장기간 주식을 보유하면서 유한양행을 주요 장기투자 대상으로 삼아왔다. 원국희 명예회장 시절부터 신영증권이 강조해 온 가치투자와 장기 보유 원칙이 이번 사례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배경으로 보인다.
회사가 직접 밝힌 목적은 장기투자와 투자수익 실현이다. 원국희 명예회장이나 원종석 회장이 유한양행 투자를 직접 결정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너가의 의지 없이 자기자본 투자 실무자들이 유한양행이라는 한 회사에 19년씩 투자를 지속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신영은 이미 코리안리에도 20년 넘게 장기투자 기조를 유지했다. 코리안리 투자는 단순한 가치투자뿐 아니라 원국희 명예회장 일가의 경영권 방어 동맹이라는 성격까지 갖고 있다. 실제 코리안리는 2007년 신영증권과 상호 지분을 매입하면서 사실상 백기사 관계를 형성했다. 특히 원국희 명예회장과 코리안리 창업주인 고 원혁희 명예회장은 같은 원주 원씨 종친이다. 양사의 경영권 방어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지분 동맹이 구축됐다는 분석이다.
2018년 원국희 명예회장이 개인적으로 코리안리 지분을 매입했고, 2020년부터는 부인 민숙기 씨와 딸 원주영·원혜숙 씨까지 매입에 참여했다. 지난해 1월에는 신영증권과 특수관계인의 코리안리 지분이 9.99%에 달했다. 당시 신영증권은 배당을 재투자하는 장기 가치투자라고 설명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신영이 가진 코리안리 지분율은 10.48%(1852만주)에 달한다.
신영증권은 지난 4월 코리안리의 자사주 소각으로 자사 지분율이 10%를 초과하자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변경 사후승인을 신청했다. 당국은 한때 신영의 대주주 변경 신청을 불승인하고 10% 초과 보유분에 대해 처분명령을 내리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처분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유한양행 투자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신영이 본격적으로 투자수익을 현실화한 것은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다. 신영증권은 이 기간 유한양행 보통주 15만9952주와 우선주 23만4584주를 처분했다. 당시 처분한 주식의 공정가치는 보통주 480억원, 우선주 433억원으로 총 913억원에 달했다.
이를 통해 거둔 처분손익은 보통주 377억원, 우선주 390억원으로 총 767억원이다. 회사 역시 당시 처분 사유를 '투자수익 실현'이라고 밝혔다. 오랜 기간 보유한 유한양행 주식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일부를 처분해 누적된 투자수익을 현실화한 것이다.
눈에 띄는 점은 대규모 차익을 거둔 이후에도 유한양행 투자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2025년 3월 말 58만3911주였던 유한양행 보통주 보유량은 2026년 3월 말 119만6770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선주 역시 1만4990주에서 13만3752주로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이 같은 투자 전략은 이어지고 있다. 신영증권은 4~6월 유한양행 보통주 일부를 다시 처분했다. 분기보고서에는 해당 처분 사유가 '투자수익 실현'으로 명시돼 있다. 신영증권이 분기 중 전체 주식에서 거둔 처분차익은 1008억원에 달했다.
결국 신영증권은 유한양행 주식을 일시에 정리하기보다 장기 보유를 이어가면서 일부 지분을 활용해 투자수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규모 차익 실현 이후에도 보유 주식 수를 확대했고 최근까지 일부 처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유한양행 지분 운용 방향도 주목된다.
신영증권은 유한양행 주식에 대해 단순 투자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앞서 “과거 유한양행 주식을 사들인 것은 장기 투자 목적”이라며 “해당 주식을 처분한 것도 투자 수익을 실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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