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의 임기 만료가 50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차기 행장 인선은 여전히 수면 아래에 머물러 있다. 유 행장이 지난 7월 말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뒤 후임 선정 절차에 들어갔지만 후보군은 물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진행 단계와 향후 일정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최고경영자(CEO) 승계 과정에서 충분한 검증 기간과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남은 기간 한국씨티은행이 어떤 방식으로 후임자를 낙점할지 관심이 쏠린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 행장의 임기는 오는 10월27일까지다. 2020년 10월 취임한 유 행장은 2023년 한 차례 연임했다. 지난 7월 사내 메일을 통해 추가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국씨티은행은 6년 만에 새 행장을 선임하게 됐다.
한국씨티은행은 유 행장의 퇴임 의사가 알려진 후 후임 행장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한 달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 인선 작업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후보군의 구성이나 압축 여부, 임추위 개최 및 향후 일정 등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유 행장의 임기가 끝나는 10월27일 임시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이사회는 오는 10월27일 임시주총을 열고 ‘이사 선임’을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의결했다. 차기 행장은 임추위의 후보 추천 등을 거쳐 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선임된 뒤 이사회에서 은행장으로 최종 선임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해당 안건이 차기 행장 선임과 맞물려 있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지만,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직접적인 연관성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정작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도 차기 행장 인선의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사회 의사록에는 ▲책무구조도 변경안 ▲소수주주 보유지분 취득 관련 안건 ▲임원(집행간부) 변동 보고 등이 담겼다. 차기 행장 후보 추천이나 임추위 진행 상황, 후보군 압축 여부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공개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는 후보 관련 정보는 지난해 말 기준 상시 후보군 규모 정도다. 한국씨티은행의 ‘2025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장 상시 후보군은 내부 인사 5명이다. 주요 임원과 본부장, 관계회사 임원 등을 대상으로 씨티그룹의 핵심인재검토(Talent Review)를 거쳐 승계 후보를 발굴·관리하고 있으며 임추위 의결에 따라 외부 인사나 씨티그룹 글로벌 경영진을 후보군에 추가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관리되던 내부 후보 5명이 이번 인선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외부 또는 씨티그룹 글로벌 인사가 추가됐는지 여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실제 검증 대상이 몇 명으로 좁혀졌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CEO 승계절차를 조기에 가동하고 후보 검증을 충실히 하도록 제도를 정비했다는 점에서도 한국씨티은행의 인선 진행 상황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감독원은 2023년 12월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마련했고 이후 은행과 금융지주는 CEO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경영승계 절차를 시작하도록 관련 내규를 정비했다.
유 행장의 임기 만료일인 10월27일을 기준으로 하면 최소 3개월 전인 7월 말에는 승계절차가 가동돼야 한다. 유 행장이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뒤 후임 선정 절차가 시작된 만큼 현재 쟁점은 절차 개시 여부보다 이후 후보 검증과 압축 작업이 어디까지 진행됐느냐에 있다. 특히 임기 만료가 5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까지 주요 진행 단계가 외부에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후보 추천 일정에 시선이 모인다.
이번 인선의 비공개 기조는 한국씨티은행의 직전 행장 교체 과정과 비교해도 차이가 난다. 박진회 전 행장은 2020년 8월14일 퇴임 의사를 밝혔고 한국씨티은행은 나흘 뒤인 18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경영승계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당시 은행은 유 행장(당시 기업금융그룹 수석부행장)을 은행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하는 동시에 임추위 후보 추천과 주주총회, 이사회를 거쳐 차기 행장을 선임한다는 절차를 외부에 알렸다.
유 행장이 직무대행직에 오르면서 후임 구도 역시 비교적 빠르게 좁혀졌다. 유 행장은 같은 해 10월7일 임추위에서 차기 행장 단독 후보로 추천됐고 같은 달 27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행장에 선임됐다. 퇴임 의사 표명 직후부터 승계절차와 직무대행이 공개됐던 6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후임 선정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 외에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비슷한 시기 수장 교체를 앞둔 다른 금융회사와 비교해도 차이가 눈에 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과 신학기 Sh수협은행장의 임기는 각각 오는 11월20일과 11월17일까지로 유 행장보다 늦게 끝난다. KB금융은 지난 6월 초 경영승계 절차 개시를 공식화한 뒤 차기 회장 후보를 3명까지 압축했고 오는 11일 최종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수협은행도 차기 행장 공개모집을 마쳐 신 행장을 포함한 지원자 6명을 공개하고 면접 대상자 선정과 면접 일정 등을 제시했다.
KB금융과 수협은행은 각각 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공개모집 방식이라는 점에서 한국씨티은행과 인선 구조가 다르다. 후보군이나 세부 절차의 공개 수준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현 수장의 임기가 한국씨티은행보다 늦게 끝나는 상황에서 후임 인선의 주요 단계와 향후 일정이 외부에 제시되고 있다는 점은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번에는 과거처럼 유력 후계자를 미리 특정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는 수석부행장 직제가 없고 사업부문별 부행장들이 각각 조직을 맡고 있단 점에서다. 여기에 한국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 이후 기업금융과 자금시장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6년 만에 이뤄지는 행장 교체인 만큼 새 행장의 전문성과 경력은 향후 한국씨티은행이 어느 사업에 더욱 무게를 둘지를 가늠할 단서가 될 수 있다.
유 행장의 임기 만료와 ‘이사 선임’ 임시주총까지는 이제 5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임추위가 언제 후보군을 수면 위로 올리고 최종 후보를 낙점할지가 이번 인선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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