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태은 기자] 정부가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 통합을 추진하면서 가스공사의 상장 유지 여부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가스공사 주주들이 합병 조건에 주목하고 있다. 가스공사를 존속법인으로 하는 흡수합병이 이뤄질 경우 기존 가스공사 주식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석유공사의 기업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규모와 통합 이후 재무 부담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 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를 통합해 ‘에너지자원공사(가칭)’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석유와 천연가스의 해외자원 개발·비축 기능을 통합해 에너지 공급망 대응력을 높이고 국제 협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다.
업계에서는 가스공사를 존속법인으로 한 석유공사 흡수합병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석유공사는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 공기업인 반면 가스공사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일반 투자자들이 약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스공사는 소액주주 비중이 적지 않은 상장사인 만큼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석유공사를 단순 합병할 경우 배임 논란이나 소액주주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며 "합병 조건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도 대규모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합병 과정에서 석유공사에 일정 수준의 기업가치가 인정될 경우 가스공사는 그에 상응하는 신주를 발행해야 한다. 이 경우 기존 가스공사 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될 수 있다. 결국 석유공사의 가치평가와 합병비율이 기존 주주들의 이해관계에 직결되는 셈이다.
합병비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양사의 기업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지가 중요하다.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상장법인이 계열회사와 합병할 경우 일정한 합병가액 산정 방식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2024년 11월 26일 시행된 시행령 개정으로 비계열회사 간 합병은 법정 합병가액 산식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신 외부평가를 의무화하고 이사회가 합병 목적과 기대효과, 합병가액·합병비율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을 작성해 공시하도록 했다.
이에 가스공사와 석유공사가 자본시장법상 계열회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우선 확인돼야 한다. 비계열회사로 분류될 경우 석유공사의 기업가치에 대한 외부평가 결과가 합병비율 산정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석유공사의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우선적으로 살펴볼 부분은 재무구조다. 지난해 말 기준 가스공사의 자산은 53조6278억원, 부채는 42조8289억원으로 약 10조8000억원의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석유공사는 자산 19조4442억원에 부채 21조973억원으로 부채가 자산을 약 1조6500억원 웃돈다. 장부상 순자산이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다만 석유공사의 기업가치를 단순히 순자산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해외 유전·가스전 등 자원개발 자산은 향후 발생할 현금흐름을 반영해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장부상 순자산이 마이너스더라도 보유 자산의 미래 현금흐름이 높게 평가될 경우 기업가치가 인정될 수 있다.
석유공사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하면 가스공사가 발행해야 할 신주 규모가 커져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석유공사의 가치를 낮게 평가해 신주 발행 규모를 줄이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석유공사가 안고 있는 21조원 규모의 부채 부담이 통합법인으로 이전되면서 가스공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공사의 가치를 높게 인정하면 가스공사 소액주주들의 반발과 배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로 석유공사의 가치를 0원 수준으로 평가할 경우 가스공사가 석유공사의 막대한 부채를 떠안아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석유공사의 ‘몸값’을 얼마로 정하느냐 못지않게 통합 전에 부실과 부채를 어떻게 정리할지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통합에 앞서 석유공사의 재무구조를 먼저 손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상증자나 출자전환을 통해 자본잠식을 해소하거나 부실 자산과 부채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한 뒤 우량 자산과 사업만 통합하는 방식이다.
채 교수는 “석유공사의 핵심 자산과 필요한 인력만 남긴 우량 부문을 가스공사가 흡수하는 형태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부실 부문은 정부가 책임지고 정리해야 기존 가스공사 주주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검토하겠다고 밝힌 청산 자회사 설립 역시 배드컴퍼니 방식과 유사한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통합 과정에서 가스공사 주주들이 주목할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석유공사 해외 자원개발 자산의 가치평가, 부채·부실자산 처리 방식, 이에 따른 가스공사 신주 발행 규모와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정도다. 여기에 통합 이후 정부 지분율과 배당정책까지 결정돼야 기존 주주가 부담하게 될 통합 비용과 기대효과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체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주세요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