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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직전 체질 개선"이라지만…석화 구조조정, 실효성 논란
조은비 기자
2026-09-08 08:00:00
대중 수출 4년 만에 약 50% 급감…설비 감축보다 고부가 전환 시급
이 기사는 2026-09-08 06:00:00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품목별 대중국 수출액-2.jpg
(그래픽=오현영 기자)

[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범용 석유화학의 최대 시장이던 중국이 무너지자 정부와 업계가 설비 감축에 나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감축은 공급 조절에 그칠 뿐, 대중 수출을 끌어내린 근본 원인은 손대지 못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의 자급률 상승이라는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위기인 만큼, 설비 감축만으로는 수익성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평가다.


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저밀도폴리에틸렌(LDPE)의 대중국 수출액은 2021년 15억9500만달러에서 지난해 7억2300만달러로 54.7% 급감했다. 폴리프로필렌(PP)도 같은 기간 13억7000만달러에서 6억8600만달러로 49.9% 줄었다. 2021년 정점 이후 4년 만에 두 품목 모두 절반 밑으로 떨어지면서 수출 전선의 붕괴가 일어났다.


이처럼 수출 전선에 경고등이 켜지자, 정부와 업계의 대응도 결국 '설비 감축'이라는 구조조정 카드로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정부는 10개 석유화학 기업과 자율협약을 맺고 나프타분해설비(NCC) 생산능력의 18~25%, 연 270만~370만t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내 전체 NCC 설비 1470만t의 상당 부분이다. 첫 사례로 롯데케미칼은 HD현대케미칼과의 통합을 통해 대산 공장 110만t 규모 NCC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고, 여수에서도 LG화학과 GS칼텍스가 합작법인을 세워 노후 설비를 정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업계도 대체로 공감한다. 중국이 2022년 이후 자급을 넘어 수출국으로 돌아서면서 국내 기업 수익성이 일제히 악화된 만큼,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화학산업협회 관계자는 "범용을 줄이지 않으면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것은 이미 영업이익으로 드러났다"며 "정부가 방향을 제시한 것도 도산한 뒤가 아니라 도산 직전에 미리 체질을 개선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감축이 곧 해법이냐에는 대답에는 물음표를 붙인다. 우선 감축이 집중된 대산·여수·울산은 지역경제가 석유화학에 크게 기대고 있어, 설비를 줄이면 고용과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줄여야 산다는 걸 알면서도, 지역경제 타격 때문에 누구도 먼저 나서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감축이 대중 수출 급감의 구조적 원인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중국이 최신 설비와 정부 지원을 업고 물량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단순한 설비 감축만으로 과거와 같은 범용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는 어렵다. 감축이 당장의 손실을 줄이는 방어책은 될 수 있어도, 중국이 따라오지 못하는 고부가 제품으로 옮겨가지 않는 한 수익성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런 한계는 품목별 수출 흐름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같은 범용으로 묶이지만, 대중 수출이 빠진 정도는 품목마다 크게 갈렸다. LDPE의 대중 수출액은 2021년 대비 지난해 54.7% 줄어 반 토막 났고, PP도 49.9% 감소했다. 반면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은 같은 기간 10억2700만달러에서 7억400만달러로 31.4% 줄어,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 격차는 대체 시장을 얼마나 확보했는지와도 연관이 있다. 중국 판로가 좁아지는 사이 업계는 베트남·튀르키예 등 제3국으로 수출처를 넓혀 왔다. 다만 이런 대체 수요가 중국에서 빠진 물량을 온전히 메우지는 못하면서, 품목별로 최종 타격의 깊이가 갈렸다.


정부가 추진하는 감축은 이 차이를 반영하기 어렵다. NCC 감축은 에틸렌·프로필렌 같은 기초유분 단계에서 이뤄지는데, 이 원료가 줄면 그로부터 만들어지는 PE·PP 등 범용 제품이 품목을 가리지 않고 함께 영향을 받는다. 살려야 할 품목과 접어야 할 품목이 뒤섞인 채 설비 총량만 깎이는 구조인 것이다. 감축의 초점이 '얼마나 줄이느냐'에 맞춰져 있을 뿐,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리느냐'라는 전략은 비켜서 있다는 것이다.


회복 흐름이 품목마다 엇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1~7월 HDPE의 대중 수출 감소폭은 한 자릿수로 좁혀졌고 PP는 소폭 반등했지만, LDPE는 같은 기간에도 15.4% 감소하며 홀로 두 자릿수 추락을 이어갔다. 결국 감축이 시간을 버는 사이 품목별로 대체 시장과 고부가 전환의 속도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생존을 가를 전망이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설비를 줄이는 건 버티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일 뿐"이라며 "결국 중국이 못 따라오는 고부가 제품으로 얼마나 빨리 옮겨가느냐에 생존이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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