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판매법인 부채가 불과 반년 만에 55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판매 증가에 따른 매입채무 등 운전자본과 관계사 간 거래 확대에 더해 장기공급계약(LTA) 선수금도 재무구조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AI용 메모리 호황에 힘입어 외형도 같이 성장했지만 순이익은 오히려 절반 이상 줄어 들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종속회사 Samsung Semiconductor Inc.(SSI)의 지난 6월 말 부채는 73조4742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94.1% 증가했다. 불과 6개월 만에 부채가 4개 가까운 수준으로 불어났다. 자산도 비슷한 시기에 급증했다. 지난해 말 27조1466억원이던 SSI의 자산은 지난 6월 말 82조7095억원으로 204.7% 증가했다. 부채 증가액과 자산 증가액이 각각 55조원 안팎으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SSI는 삼성전자의 미국 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판매를 담당하는 법인이다. 미국 텍사스에서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Samsung Austin Semiconductor(SAS)와 달리 현지 고객을 상대로 제품을 판매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판매가 늘어날수록 SSI를 거치는 거래 규모도 커지는 구조다.
실제 SSI의 매출 증가 속도는 자산과 부채 증가세를 웃돌았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03조83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7% 늘었다. 지난해 연간 매출 59조2788억원과 비교해도 1.8배에 달한다. 1년 동안 기록한 매출을 올해는 반년도 지나지 않아 훌쩍 넘어섰다.
SSI의 급격한 외형 확대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무게중심이 AI와 서버로 빠르게 이동하는 흐름과 맞물린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은 올해 2분기 AI 수요에 대응해 서버용 제품 판매를 확대하면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서버용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의 수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데이터센터 고객과 장기공급계약(LTA)을 확대하는 것도 미국 판매법인의 역할이 커지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주요 5대 글로벌 데이터센터 고객과 LTA 체결을 완료했으며 추가 5개 대형 고객과도 협상을 마무리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 생산능력의 60~70%를 장기계약 물량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눈길이 가는 대목은 일부 LTA에는 선수금 조건이 붙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계약 이행력을 높이기 위해 다년간 보유하는 예치금 성격의 선수금을 받기로 했으며 예정된 금액의 약 4분의 1을 이미 수취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고객에게 제품을 공급하기 전에 받은 선수금은 계약 이행 전까지 부채로 인식될 수 있는 만큼 LTA가 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판매 증가에 수반되는 운전자본도 SSI의 자산·부채 확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SSI는 본사 등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미국 고객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매출채권과 매입채무, 관계사 간 채권·채무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익이 정반대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SSI의 순이익은 8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3%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 4385억원과 비교하면 18.6%에 불과하다. 매출은 상반기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의 1.8배를 기록한 반면 이익은 지난해 한 해 벌어들인 금액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SSI가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제조법인이 아닌 판매법인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모리 가격이 오르고 판매량이 늘어나면 SSI를 거치는 거래액은 크게 불어날 수 있지만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이 모두 SSI에 귀속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품을 공급하는 본사와 현지 판매법인 사이의 거래 구조에 따라 SSI에 남는 판매 마진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금융비용이나 환율 등 영업외 요인이 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SSI의 재무 변화는 AI 메모리 호황으로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판매망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년 사이 부채가 55조원 가까이 늘어날 정도로 거래 규모가 커졌지만 같은 기간 이익은 뒷걸음질쳤다. AI와 LTA를 등에 업은 외형 확대가 판매법인의 수익성 개선으로까지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SSI의 자산 및 부채 증가의 원인을 자세하기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체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주세요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