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방태식 기자] SK바이오팜이 그토록 고심하던 세컨드 프로덕트로 바이오헤이븐의 뇌전증 신약 '오파칼림'을 낙점했다. 최대 1조1000억원을 투입해 글로벌 독점권을 확보하고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에 이은 두 번째 블록버스터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번 투자는 단순한 파이프라인 확대를 넘어 원프로덕트 구조 탈피, 뇌전증 치료 기전 다변화, 미국 직판망과의 커머셜 시너지, 글로벌 개발 파트너 확보까지 동시에 노린 승부수로 풀이된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26일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3년간 세컨드 프로덕트를 찾으면서 시장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뇌전증 후보물질을 검토했다"며 "성공 가능성이 높고 SK바이오팜의 위치를 향후 10~15년까지 확대할 수 있는 제품을 찾았고 그 결과가 오파칼림"이라고 밝혔다.
SK바이오팜은 이날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헤이븐과 최대 1조1000억원 규모 오파칼림 및 칼륨채널(Kv7) 관련 플랫폼 글로벌 권리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오파칼림은 현재 성인 부분발작 환자를 대상으로 2/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이다. 회사는 올해 말 RISE3 첫 톱라인 결과를 확보한 뒤 2028년 두 번째 임상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2029년 미국 시장에 출시한다는 목표다.
이번 계약의 가장 큰 목적은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 단일 제품 중심의 사업구조를 멀티프로덕트 체제로 전환하는 데 있다. SK바이오팜은 2020년 엑스코프리를 미국에 직접 출시한 이후 현지 매출 확대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현금창출 구조를 구축했다. 올 상반기에는 19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대규모 외부 자산을 도입할 수 있는 투자 여력도 확보했다.
다만 엑스코프리는 오는 2032년 10월 미국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오파칼림을 기반으로 현금창출 기간을 2040년대까지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엑스코프리 특허 연장 전략도 병행해 2030년대부터 2040년대 중반까지 두 개의 블록버스터를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이 사장은 "단일 제품 바이오텍과 멀티프로덕트 바이오텍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엑스코프리에 이어 하나의 블록버스터를 더 올리는 것이 다른 리그로 가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오파칼림 상업화를 통한 뇌전증 치료 기전 다변화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오파칼림은 Kv7.2/7.3 칼륨채널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기전으로 기존 엑스코프리와 작용 방식이 다르다. 이에 따라 두 제품이 동일 시장에서 경쟁하기보다 서로 다른 환자군을 공략하는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SK바이오팜은 오파칼림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앞세워 기존 엑스코프리가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환자군까지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사장은 오파칼림을 두고 "우리에게 완벽한 보완제"라며 "중증 환자와 뇌전증 전문의에게는 엑스코프리를 계속 가져가면서 일반 신경과에서는 엑스코프리와 오파칼림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병용요법과 적응증 확대 가능성도 열려 있다. SK바이오팜은 서로 다른 기전의 엑스코프리와 오파칼림을 병용해 약효와 안전성을 동시에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뇌전증 외 새로운 적응증과 제형 확대 등 ‘라이프사이클 매니지먼트’ 전략도 추진할 예정이다.
유창호 전략부문장(부사장)은 "세노바메이트와 오파칼림 병용요법의 경우 별도 임상을 추가로 진행해야 한다"며 "현재 진행 중인 임상은 바이오헤이븐이 담당하지만 추가 임상 방식에 대해서는 SK바이오팜이 선택권을 갖는다"고 밝혔다.
기존 미국 직판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투자의 핵심 배경이다. 앞서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를 직접 판매하면서 미국 내 영업·마케팅 조직과 의료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오파칼림 역시 같은 뇌전증 시장을 겨냥하는 만큼 별도의 대규모 판매조직을 새롭게 구축하지 않고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SK바이오팜은 비용 증가를 억제하면서 두 제품의 매출을 동시에 확대하는 영업 레버리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 사장은 "새로운 영업조직을 만들면 본궤도에 올라오기까지 3년은 걸리지만 우리는 이미 그 조직을 갖고 있다"며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매출은 '1+1'이 될 수 있어 마진 폭을 훨씬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오헤이븐이라는 글로벌 개발 파트너를 확보한 것도 눈에 띈다. SK바이오팜은 이번 거래를 단순한 라이선스 계약이 아닌 양사 간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오파칼림 후기 임상을 SK바이오팜으로 이전할 경우 개발 지연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기존 임상 경험을 갖춘 바이오헤이븐이 개발을 이어가고 SK바이오팜이 이를 지원하는 구조를 택했다.
양사의 사업모델 역시 상호 보완적이다. 바이오헤이븐은 후보물질을 발굴·개발한 뒤 파트너와 협력하는데 강점이 있으며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를 통해 미국 직판과 상업화 역량을 확보했다.
이 사장은 "우리는 커머셜을 해서 파는 것이 비즈니스모델이고 바이오헤이븐은 초기 개발한 자산을 파트너에게 넘겨주는 역할"이라며 “서로의 부족함과 강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 윈-윈(Win-Win)”이라고 밝혔다.
이번 계약 이후 추가적인 외부 파이프라인 확보 가능성도 열려 있다. SK바이오팜은 대규모 계약금과 향후 개발비 부담에도 엑스코프리를 통한 현금창출력을 감안하면 추가 인수합병(M&A)이나 라이선스인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이 사장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모두 분석했지만 현재 현금흐름 창출력으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현금 압박은 없고 추가 도입과 추가 투자 가능성도 완전히 열려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 사장은 "이번 오파칼림 인수는 끝이 아닌 또 하나의 시작"이라며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빅바이오텍'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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