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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장 필수가 된 '은행장 이력서'
이세정 차장
2026-08-26 08:25:00
관료출신 문턱 사라졌지만 또 다른 진입장벽…대형 금융사 경력에 갇힌 후보군
이 기사는 2026-08-25 08:31:43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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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사이트 이세정 차장] 은행권 목소리를 대변하는 전국은행연합회가 조만간 새 수장을 맞을 준비에 들어간다. 조용병 현 회장의 임기가 오는 11월 만료되는 만큼 이르면 다음달 이사회를 기점으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가동될 예정이다.


은행연합회장 교체는 정례적인 인선이지만, 이번 판을 바라보는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유독 뜨거운 이유는 따로 있다. 은행권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어느 때보다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사회적 책임을 강도 높게 주문하고 있다. 은행들은 대출규제 완화와 비이자이익 확대, 신사업 발굴이라는 생존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 기조와 금융 현장의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조율자'의 무게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과거 은행연합회장의 자리는 으레 고위 경제관료 출신의 몫이었다. 당국과의 가교 역할이라는 명분 아래 이른바 '모피아'(재무부+마피아) 인사들이 수장 자리를 꿰차는 것이 공식처럼 통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변화가 뚜렷해졌다. 관치 논란을 걷어내고 시장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민간 금융권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연합회장에 올랐다.


하지만 민간으로 무게추가 옮겨갔다고 해서 후보군이 넓어진 것은 아니다. 관료라는 문턱이 사라진 자리에 또 다른 진입장벽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바로 주요 금융지주 회장이나 시중은행장을 역임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자격증'이다. 은행장 경력이 중요한 것과 그것이 선출 자격으로 여겨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실제로 차기 은행연합회장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주요 은행 전직 최고경영자(CEO)들로 채워져 있다. 예컨대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과 허인 전 KB금융 부회장은 국민은행장을 역임했다. 윤종원·김도진·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 박종복 전 SC제일은행장 등도 현장을 직접 지휘한 경력이 있다.

은행연합회 정관상 이사회는 회장과 비상임이사 11인으로 구성된다. 비상임이사는 개별 은행이 아니라 시중은행협의회·특수은행협의회·지방은행협의회·인터넷전문은행협의회 등 협의회 대표 자격으로 참여한다. 실제 구성에서는 대형은행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다. 시중은행과 특수은행에서 각각 고정석을 차지한 반면, 나머지 은행군은 윤번제로 대표를 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회원사는 총 56곳으로, 정사원 23곳과 준사원 33곳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은 회원사들이 매년 납부하는 총 분담금의 50%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자본의 논리로만 본다면 대형 시중은행이 연합회의 주도권을 쥐는 것이 당연해 보일지 모른다. 당국과 풀어야 할 핵심 난제 대부분이 대형 은행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있다. 수백조원대 자산을 굴려본 중량감과 협상력이 없다면 회원사 간 이해관계를 통솔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이다.


이처럼 이사회 구성부터 분담금 구조까지 대형사에 무게가 실려 있다 보니, 대형사의 '협상력'이 곧 은행권 전체의 '대표성'으로 오인되는 착시가 발생한다. 은행연합회가 특정 대형 금융지주나 시중은행만의 사교클럽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하마평에 거론된 이들 중 지방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 출신은 전무하다. 은행권은 업권별로 처한 환경과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대형 시중은행 출신이라는 틀 안에서만 적임자를 찾는 방식은 자칫 대형사의 시각을 은행권 전체의 이해와 동일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돈을 얼마나 내느냐와 누구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은행연합회가 대형은행의 이해관계를 넘어 다양한 회원사의 이해를 함께 조율해야 하는 이유다. 지방은행은 지역 경제 침체와 시중은행의 지방 침투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고, 인터넷전문은행은 플랫폼 혁신과 금융 규제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특수은행 역시 산업·정책금융이라는 고유한 중책을 수행한다. 회원사마다 당국에 요구하는 정책과 풀어야 할 과제 역시 천차만별인 것이다.


회원사들의 목소리가 '자산 규모'와 '분담금 비중'이라는 장벽에 막힌다면, 은행연합회는 덩치만 큰 소수만의 이익단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금융의 디지털 전환과 경계 붕괴 속에서 은행권이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대형사의 논리를 넘어 이해관계가 다른 회원사들의 고충까지 아우르는 혜안이 필요하다.


차기 은행연합회장 역시 대형 시중은행장 출신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으로 은행장 경력이 유리한 요건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느 은행에서 은행장을 했는가'로 채워진 이력서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회원사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금융당국과 시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 인물인지가 더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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