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리벨리온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지만 최종 거래시장을 확실히 결정하지 못하면서 상장 실무에는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발행사는 유가증권시장을 바라지만 기업을 받아줄 한국거래소 측은 코스닥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다. 대표 주관사로서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 삼성증권은 진퇴양난에 놓였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연내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목표로 하는데 행선지는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주관사단 관계자는 “당초 여름에 예심을 신청할 예정이었지만 국민성장펀드 투자를 유치하면서 4분기로 미뤄졌다”며 “준비를 재개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중 어느 시장에 상장할 지는 정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이사는 코스피 시장을 원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달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상반기에 코스피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며 “우리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 특히 코스피를 선호하는데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 사업 중 하나인 한국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와 우리 기업이 잘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는 리벨리온이 본격적으로 상장에 나서기 전부터 코스닥 유치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간담회를 통해 직접 설득하는 한편 맞춤형 심사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승강형 세그먼트 도입 시 1부리그 직행을 약속하기도 했다.
거래소 내부적으로도 시장 특성을 고려했을 때 코스피보다는 코스닥이 적합하다는 판단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코스피는 대형 우량주 위주 시장이다. 실적과 현금흐름이 탄탄하고 경영이 안정적인 기업으로 주로 이뤄져 있다. 반면 코스닥 시장은 성장성이 핵심 잣대로 작용한다. 리벨리온은 기술력이 뛰어난 성장주로 꼽히지만, 적자 규모가 커 펀더멘털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 주관사인 삼성증권은 눈치를 보고 있다. 양측의 의견을 모으고 사전 협의를 해야 하지만 녹록지 않아서다. 각자의 이유가 명확한 만큼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IB 관계자는 “리벨리온 정도면 투자자와 만나는 자리에서 왜 코스피에 상장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오기 마련인데, 대표 입장에서는 그런 말을 들으면 혹할 수밖에 없다”며 “반대로 거래소는 리벨리온의 코스닥 유치를 위해 공을 들였는데 막판에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는 리벨리온을 국민성장펀드의 첫번째 지분투자기업으로 선정하고 2500억원을 직접 투입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해 6월 울산 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서 리벨리온의 반도체 제품에 직접 서명을 남기는 등 관심을 기울였다. 정부의 AI 국가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상장 지연은 정부로서도 탐탁지 않은 문제다.
정부가 나설 경우 무게 중심은 코스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 거래소는 민간 기업이지만 정치적 역학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해서다. 하지만 민간기업의 체급에 따른 시장 분리를 정부가 관치로 이래라 저래라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IB 관계자는 “거래소는 시장 논리에 따라 리벨리온을 유치하려고 하는데 정부 의중을 살피고 있다”며 “적자 기업인 상황이라 코스닥 특례가 시장 논리에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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