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시작으로 주주환원을 대폭 강화한다. 대규모 현금 유출에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현금창출력과 순현금을 고려하면 당장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메모리 업황이 꺾인 이후에도 현재의 주주환원 기조를 유지할 경우 재무완충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40조43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한 뒤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11월19일까지 장내매수 방식으로 진행하며 이사회 결의 전일 종가 기준 예상 취득 주식은 2407만주로 발행주식 총수의 3.3%에 해당한다. 단일 결정 기준 국내 상장사 최대 규모다.
주주환원 정책의 기준도 높였다. SK하이닉스는 기존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범위 내’에서 실시하던 주주환원을 앞으로 누적 FCF의 ‘50% 이상’으로 변경했다. 환원 총량의 상한선에 가까웠던 50%를 사실상 하한선으로 바꾼 셈이다.
또한 4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이후에도 추가적인 현금 유출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기존 고정배당에 특별배당을 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추가 환원 규모와 방식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나신평은 이번 4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을 확대된 주주환원 정책에 따른 1차 집행분으로 평가했다.
그럼에도 나신평은 SK하이닉스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근거는 급격하게 불어난 현금창출력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에만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105조9000억원, FCF(잉여현금흐름) 7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6월 말 순현금도 리스부채를 포함해 66조80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지난 7월 ADR 발행으로 확보한 약 40조원의 자금까지 더해졌다. 나신평은 이를 고려하면 자사주 취득 직전 SK하이닉스의 순현금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했다. SK하이닉스가 중장기 재무목표로 제시한 ‘순현금 100조원 이상’을 이미 넘어선 셈이다.
재무지표도 빠르게 개선됐다. SK하이닉스의 총차입금은 2023년 말 32조4985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1조1131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은 23조5776억원에서 마이너스(-) 66조8448억원으로 돌아섰다. 총차입금 대비 EBITDA 역시 2023년 5.5배에서 올해 상반기 0.1배까지 낮아졌다. 부채비율도 87.5%에서 32.8%로 하락했다.
40조원을 집행하면 순현금은 일시적으로 회사가 목표로 제시한 100조원을 다시 밑돌 가능성이 있다. 다만 NICE신평은 2분기에만 순현금이 34조3000억원 증가했고 3분기 이후에도 영업현금흐름이 유입되는 만큼 충분한 재무완충력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의 장기 신용등급은 현재 ‘AA+/안정적’이다.
변수는 메모리 업황의 지속성이다. 현재의 현금창출력은 AI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강한 반도체 업황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업황이 반전된 이후에도 FCF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정책을 유지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예리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 업종의 높은 변동성을 감안할 때 확대된 환원 정책이 업황 반전 국면에서도 유지될 경우 재무완충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 주주환원 규모, 설비투자와의 병행 집행에 따른 순현금 추이, 매출액 30% 중반의 설비투자 통제원칙 견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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