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넥슨이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냈지만 그동안 성장을 떠받쳐온 한국과 중국에서는 매출이 나란히 뒷걸음질쳤다. 한국·중국의 매출 감소분을 메운 것은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구권이었다. 지난해 출시한 '아크 레이더스'가 흥행하면서 넥슨의 매출 지도가 한국·중국 중심에서 서구권으로 빠르게 넓어지는 모습이다. 향후 '아크 레이더스'의 제품수명주기(PLC)를 늘려 서구권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넥슨이 일본 금융청 전자공시시스템(EDINET)에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은 2733억엔, 영업이익은 894억엔으로 전년 동기(2328억엔·793억엔)보다 각각 17%, 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431억엔에서 869억엔으로 102%가량 늘었다.
외형은 커졌지만 성장의 지역별 구성은 크게 달라졌다. 던전앤파이터와 FC 프랜차이즈 등 기존 주력 지식재산권(IP)이 부진한 사이 '아크 레이더스'가 흥행하면서 한국·중국에 집중됐던 성장축이 북미·유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역별 매출을 살펴보면 한국은 2025년 상반기 1253억엔에서 2026년 상반기 1186억엔으로 5.3% 감소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3.8%에서 43.4%로 떨어졌다. 여전히 넥슨의 최대 단일 시장이지만 북미·유럽 매출이 빠르게 늘면서 상대적인 비중은 1년 새 10.4%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중국의 상반기 매출은 644억엔에서 507억엔으로 21%가량 감소했다. 2024년(855억엔)과 비교하면 감소폭은 41%에 달한다.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4년 37.0%에서 올해 18.6%로 2년 새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PC판 '던전앤파이터'의 신규 시즌 반응이 기대에 못 미쳤고,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역시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감소한 영향이다.
한국과 중국을 합친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1897억엔에서 올해 1693억엔으로 10.8% 감소했다. 전체 매출에서 두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81.5%에서 61.9%로 19.6%포인트 낮아졌다. 불과 1년 사이 넥슨 매출에서 한국·중국이 차지하는 절대적인 영향력이 크게 축소된 셈이다.
반대편에서는 북미·유럽이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두 지역의 합산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203억엔에서 올해 상반기 700억엔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7%에서 25.6%로 뛰었다. 특히 북미·유럽에서 늘어난 매출만 497억엔으로 넥슨 전체 매출 증가액인 405억엔을 웃돌았다. 한국·중국의 매출 감소분을 메우고도 전체 외형을 성장시킨 셈이다.
지역별로 나누면 북미 매출은 작년 상반기 151억엔에서 올해 상반기 522억엔으로, 유럽은 같은 기간 52억엔에서 178억엔으로 각각 3.4배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북미가 차지하는 비중은 6.5%에서 19.1%로, 유럽은 2.2%에서 6.5%로 높아졌다.
서구권 성장에서도 북미의 기여도가 두드러졌다. 북미·유럽 매출 증가액 497억엔 가운데 약 75%인 371억엔이 북미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아크 레이더스'의 흥행이 북미를 비롯한 서구권 매출 확대에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게임은 올해 2분기 80만장이 추가로 판매되면서 누적 판매량 1630만장을 넘어섰다.
지역별 매출과 법인 소재지를 기준으로 한 실적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난다. 넥슨은 이용자 거주지를 기준으로 한 지역별 매출과 별도로 법인 소재지를 기준으로 한 실적을 ‘세그먼트’ 형식으로 공개하고 있다. 세그먼트 이익은 해당 법인이 거둔 매출에서 원가와 판매관리비를 뺀 본업 이익을 뜻한다. 외부매출은 그룹 밖 이용자·사업자로부터 거둔 수익으로, 이용자 결제·IP 라이선스 로열티 등이 포함된다.
실제 '아크 레이더스' 개발사 엠바크스튜디오가 포함된 유럽 세그먼트의 외부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28억엔에서 올해 상반기 605억엔으로 급증했다. 손익도 35억엔 적자에서 311억엔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한국 세그먼트 외부매출은 같은 기간 2121억엔에서 1866억엔으로 12% 감소했고, 세그먼트 이익도 837억엔에서 573억엔으로 32% 줄었다. 북미 세그먼트 이익은 51억엔에 그쳤다.
이에 따라 상반기 기준 유럽 세그먼트는 한국에 이은 두 번째 이익원으로 부상했다. 이용자 거주지 기준으로는 북미 매출이 522억엔으로 유럽(178억엔)의 세 배에 육박하지만 법인 기준으로는 유럽에서 311억엔의 이익이 발생했다. '아크 레이더스'를 개발한 엠바크가 스웨덴에 소재하면서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흥행 성과가 유럽 세그먼트에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관건은 '아크 레이더스' 흥행을 일회성 신작 효과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안착시키는 것이다. 유료 패키지 게임은 출시 초기 판매가 집중된 뒤 시간이 지나면서 판매 속도가 둔화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업데이트를 통한 지속적인 제품수명주기(PLC) 연장 전략이 중요하다. '아크 레이더스'는 오는 10월 대규모 업데이트 '프로즌 트레일'을 단행할 예정으로, 신규 이용자 유입과 기존 이용자의 복귀를 통해 흥행 흐름을 얼마나 이어갈지가 변수로 꼽힌다.
이에 대해 패트릭 쇠더룬드 회장은 "기존 핵심 이용자층 재활성화뿐 아니라 신규 이용자 유입까지 모두 고려해 설계했으며, 상당히 강력한 패키지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연간 두 차례 대규모 업데이트를 선보이면서 매주 또는 격주 단위로 진행해 온 중소 규모 업데이트를 지속 병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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