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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원대 루멘스, 왜 2649원에 샀나…'626억 실탄' 주목
박준우 기자
2026-08-18 09:00:00
경영권 인수대금 280억의 2.2배 현금 보유…새 주인 넥스턴, 기업가치 제고 과제
이 기사는 2026-08-17 07:30:00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코스닥 상장사 '루멘스'가 로아앤코그룹 계열사 '넥스턴앤롤코리아'를 새 주인으로 맞는 가운데 경영권 지분에 최근 주가의 3배에 가까운 가격이 책정돼 눈길을 끈다. 최근 주가가 1000원 안팎까지 밀리며 저가주(동전주) 관리종목 지정 우려까지 불거진 상황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가격이다. 루멘스가 경영권 인수대금의 2배를 웃도는 626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거래로 풀이된다. 향후 새 주인이 풍부한 현금을 활용해 적자가 이어지는 본업을 정상화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디티씨는 루멘스 보통주 1056만6637주(21.97%) 전량을 넥스턴앤롤코리아에 280억원에 매각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주당 거래가격은 2649원이다. 계약금 84억원은 계약 당일인 12일 지급됐으며 잔금 196억원은 9월2일 또는 당사자들이 별도로 협의하는 날 지급될 예정이다.


루멘스, 구주양수도계약 현황. (그래픽=오현영 기자)

이번 거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시장가격과 경영권 지분 거래가격 사이의 격차다. 11일 종가 940원과 비교하면 주당 거래가격 2649원은 약 2.8배다. 최근 한 달간 거래일 기준 평균 종가 760원과 비교하면 약 3.5배에 달한다. 프리미엄으로 환산하면 각각 약 182%, 249% 수준이다. 경영권 거래에서 일정 수준의 웃돈이 붙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루멘스가 저가주 관리종목 지정 우려를 겪었다는 점에서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높은 거래가격을 설명할 수 있는 단서는 루멘스의 재무상태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루멘스는 626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넥스턴앤롤코리아가 경영권 지분 21.97%를 확보하기 위해 지급하는 280억원의 2.2배에 달하는 규모다. 자산총계에서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71%에 이른다.


루멘스가 보유한 현금은 법인 자산인 만큼 넥스턴앤롤코리아가 경영권 취득과 동시에 직접 확보하는 자금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경영권 확보 이후 사업 투자와 재편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재무적 여력이 크다는 점에서 인수대금 대비 풍부한 현금 보유 규모는 이번 거래의 경제성을 판단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 최대주주인 디티씨 역시 최근 시장가격과 비교하면 높은 가격에 경영권을 넘기게 됐다. 디티씨는 지난해 1월 루멘스 주식 924만6637주를 루멘스홀딩스 외 2인으로부터 260억원에 취득했다. 당시 주당 취득가격은 2812원이다. 이번 매각가격인 주당 2649원과 비교하면 약 5.8% 낮은 수준이다.


디티씨가 이번에 매각하는 주식은 1056만6637주로 당시 취득한 물량보다 132만주 많아 전체 투자금의 회수 여부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주당 가격만 놓고 보면 지난해 경영권 인수 당시 지급했던 가격과 비슷한 수준에서 지분을 넘기는 셈이다.


넥스턴앤롤코리아 입장에서는 루멘스의 풍부한 현금이 매력적인 요소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최근 불거진 저가주 관리종목 지정 부담이다. 루멘스는 7월1일 이후 주가가 1000원을 밑도는 상태가 이어지면서 이달 5일 '관리종목지정 우려 종목'이 됐다. 이후 6일 종가가 1012원으로 올라서면서 1000원 미만 상태가 이어지던 흐름은 한 차례 끊겼다. 이후 주가가 다시 1000원 아래로 내려왔으며 루멘스 주가는 지난 14일 종가 기준 885원이다.


루멘스는 주가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1대 2 액면병합도 추진하고 있다. 병합이 마무리되면 주식 수가 절반으로 줄고 이론적인 주당 가격은 두 배로 조정된다. 현재 주가를 단순 환산하면 병합 기준가격은 1000원대 후반 수준이 된다.


액면병합 자체가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은 아니다. 주식 수 감소에 따라 주당 가격만 조정되는 구조인 만큼 저가주 문제에 대응해 시간을 확보하더라도 실적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시장의 기업가치 평가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저가주 관련 상장 유지 규정까지 고려하면 액면병합만으로 관련 부담이 완전히 해소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새 주인이 풀어야 할 본질적인 과제 역시 실적에 있다. 루멘스는 2025년 1755억원의 매출과 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직전 해인 2024년과 비교해 외형 성장은 정체됐고 수익성은 악화됐다. 올해 상반기에도 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루멘스, 주요 재무 현황. (그래픽=오현영 기자)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도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만큼 넥스턴앤롤코리아가 626억원의 현금을 어떤 방식으로 성장 투자와 실적 개선으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시장가격을 크게 웃도는 가격으로 경영권을 확보하는 만큼 인수 이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구체적인 전략을 보여줘야 하는 셈이다.


사업적인 연결고리는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 루멘스는 조명·모바일용 LED 제조를 주력 사업으로 두고 있으며 중국법인을 통해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 등 자동차용 LED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넥스턴앤롤코리아는 자동차와 선박엔진 부품 등에 활용되는 CNC자동선반 제조 사업을 하고 있다.


로아앤코그룹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사업 포트폴리오 간 연결 가능성도 있다. 그룹 내에는 반도체 장비와 전기차·첨단소재 등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가 있는 만큼 루멘스의 LED·전장 사업을 기존 포트폴리오와 연결할 여지가 있다.


구체적인 사업 시너지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경영권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루멘스와 로아앤코그룹 관계자들이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로아앤코그룹 관계자는 루멘스를 인수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면서도 "루멘스의 전장사업과 사업적으로 접점이 있는 만큼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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