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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노조, 통합교섭 본격화…노란봉투법 ‘사용자성’ 시험대
최령 기자
2026-08-13 08:50:12
본사 결정 의제는 통합·법인별 사안은 개별교섭…20일 공식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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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윤 네이버 노조 부위원장이 12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이용우 의원실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공동주최로 열린 'IT업종 통합교섭구조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령 기자)

[딜사이트 최령 기자] 네이버 노동조합이 계열사 통합교섭을 본격 추진하면서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사용자 범위 확대가 IT 기업집단의 모·자회사 관계에도 적용될지 주목된다. 노조는 네이버가 계열사 임금과 인센티브, 근무제도 등 주요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만큼 모회사도 교섭 당사자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통합교섭 과정에서는 네이버가 계열사 근로조건을 어느 범위까지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공동성명)는 이달 20일 통합교섭 선포식을 열고 네이버에 계열사 통합교섭을 공식 요구할 예정이다. 현재 조합원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교섭 의제를 마련하고 있다. 네이버지회는 네이버와 계열사 구성원을 포괄하는 단일 노조로 8월 현재 28개 법인에서 6200명의 조합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단체협약을 체결했거나 교섭을 진행 중인 곳은 16개 법인이다.


노조가 다시 통합교섭을 전면에 꺼낸 배경에는 노란봉투법 시행이 있다. 개정 노조법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해당 범위에서 사용자로 인정하도록 했다. 그동안 법인별로 진행해온 네이버 계열사 교섭에서도 모회사가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하는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네이버가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게 노조의 논리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IT 업종 통합교섭구조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통합교섭은 특혜가 아니다. 이미 통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 교섭 형식을 일치시키자는 것"이라며 "네이버가 결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통합적으로 교섭하고 법인별 특성이 있는 사안은 개별 교섭으로 풀면 된다"고 말했다.


노조가 네이버의 사용자성을 주장하는 근거는 계열사 주요 근로조건의 결정 과정이다. 네이버가 2018년 포괄임금제 폐지를 결정한 이후 계열사에서도 폐지 절차가 진행됐고 2021년 추가 보상제도 역시 계열사에 함께 적용됐다는 설명이다. 인센티브도 각 법인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정하기보다는 네이버 차원의 의사결정을 거쳐 계열사별 규모가 결정된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임금교섭에서도 네이버 본사의 영향력이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매년 네이버의 임금 합의안이 나오기 전까지 일부 계열사는 사측안을 제시하지 않다가 본사 합의 이후 순차적으로 교섭을 타결해왔다. 재택·오피스 근무제도와 사내 시스템, 복리후생 시설 등도 계열사들이 상당 부분 공통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AI 조직 재편 과정에서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 등 계열사 사이에 수백명 단위의 인력이 이동한 점도 노조가 제시하는 근거다.


오 지회장은 "실질적으로 네이버가 결정하고 있는데 그 사안을 네이버와 교섭하자고 하면 그때는 독자적으로 법인 대표들이 결정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며 "실질과 교섭 구조가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현행 법인별 교섭에 따른 비효율도 통합교섭을 요구하는 이유 중 하나다. 네이버지회에 따르면 현재 16개 법인을 대상으로 연간 약 150회의 교섭이 진행되고 있으며 100명이 넘는 노사 교섭위원이 각각 연 1000시간 이상을 교섭에 투입하고 있다. 상당수 법인이 유사한 내용을 놓고 별도로 협상하면서 노사 모두 시간과 비용을 중복해서 투입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오 지회장은 "내용은 대부분 동일한데 매년 개별 교섭을 진행하면서 연간 150회의 교섭과 1000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모되고 있다"며 "법인별 법무법인 자문료까지 감안하면 굳이 발생하지 않아도 될 비용과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노조가 추진하는 통합교섭이 모든 계열사의 임금과 복지, 근무제도를 하나로 통일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네이버가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하는 공통 의제는 모회사와 교섭하되 각 계열사의 사업 특성에 따라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기존처럼 개별 법인과 논의하는 방식이다.


오 지회장은 "회사가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라면 당연히 교섭 구조도 그렇게 가는 게 맞다"면서도 "네이버 계열사는 인사와 홍보 등 여러 기능이 네이버에 집중돼 있고 다른 회사에는 해당 기능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종 의제는 업종 교섭을 통해 하고 기업 의제는 기업에서, 자회사 의제는 자회사에서 교섭하는 식으로 실제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구조와 교섭 구조를 일치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합교섭이 현실화할 경우 네이버에도 기존 계열사 운영 방식과 교섭 체계를 둘러싼 새로운 과제가 생길 수 있다. 네이버가 교섭에 응하면 임금과 인센티브, 근무제도, 인사 등 여러 사안 가운데 어느 범위까지 모회사 차원의 교섭 의제로 볼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계열사의 독립적인 의사결정 영역과 모회사가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영역을 구분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반대로 네이버가 통합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쟁점은 개정 노조법상 사용자성 판단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노조가 네이버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각각의 근로조건에 대해 네이버가 실제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통합교섭 여부가 일괄적으로 결정되기보다 임금과 보상, 근무제도 등 의제별로 네이버의 사용자성이 달리 판단될 가능성도 있다.


네이버지회는 오는 20일 구체적인 통합교섭 요구안을 공개한 뒤 네이버에 공식적으로 교섭을 요청할 계획이다. 오 지회장은 "통합교섭에서 어떤 의제들을 요구할지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준비하고 있다"며 "20일 실제 통합교섭을 요구하고 이후 공식적으로 네이버에 교섭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네이버가 교섭 요구에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IT 기업집단의 교섭 구조 변화를 가늠할 첫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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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이용우 의원실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공동주최로 열린 ‘IT업종 통합교섭구조 모색을 위한 토론회’. (사진=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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