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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고속도로 뺏길 수 없다"…LS전선·대한전선의 각자 셈법
주명호 기자
2026-08-12 09:00:00
LS '수성'·대한 '도약' …일정 연기·사법리스크 변수
이 기사는 2026-08-11 18:52:16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S전선 동해 사업장 전경. (제공=LS전선)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구축의 핵심인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 본입찰 일정이 뒤로 밀리면서 LS전선과 대한전선의 수주전도 장기전 양상을 띄게 됐다. 당초 올해 상반기로 본입찰은 하반기를 지나 내년 상반기로 넘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로서는 소강 국면에 들어갔지만 향후 국내외 HVDC 시장 주도권이 걸렸다는 판단 하에 양사 모두 물밑 경쟁을 지속하는 모습이다.


이번 사업을 바라보는 양사의 셈법은 각자 다르다. 국내 HVDC 해저케이블 시장을 선도해온 LS전선에게 이번 사업은 기존 지위를 지켜야 하는 '수성전'의 성격이 강하다. 반면 대한전선은 그간 단행한 대규모 투자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고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도약대'로 인식된다. 어느 쪽이든 쉽게 물러서기 어려운 사업인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한전)이 진행을 맡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HVDC 해저케이블 본입찰 일정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당초 올해 상반기 중으로 예정됐다 지연되면서 하반기 관측이 나왔지만 이후에도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아 내년이 유력해진 상황이다.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는 호남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올리는 국가단위 전력망 재편 사업이다. 한전은 그 첫 단계로 2030년을 목표로 새만금에서 서화성까지 약 220㎞ 구간을 HVDC 해저케이블로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장거리·대용량 전력을 해저로 송전하는 사업 특성상 향후 국내 HVDC 산업의 대표적인 레퍼런스로 자리 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객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곳은 LS전선이다. 2007년 초고압(250kV급) 해저케이블 개발에 성공한 이래 국내외에서 다양한 수주 사업을 진행하며 관련 기술력을 입증해왔다. 해저케이블 공급을 넘어 포설·관리까지 아우르는 턴키 체제를 탄탄히 구축하면서 역량면에서는 최적의 후보로 평가 받는다. 2022년 제주 3연계 해저케이블 건설사업 턴키 수주가 대표적으로, 이를 포함한 누적 수주잔고는 8조5086억원에 이른다.

대한전선은 이번 사업 수주를 통해 새롭게 HVDC 사업 본격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육상에서는 HVDC 관련 레퍼런스를 보유했지만 해저케이블쪽은 전무한 만큼 다년간 공격적인 투자로 사업 역량 구축에 집중해왔다. 우선 HVDC 생산을 위해 당진해저케이블 2공장을 지난해 9월부터 건설 중이다. 2023년과 올해 해저케이블 포설선(CLV)을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 오션씨엔아이(현 대한오션웍스) 인수로 해저케이블 시공, 관리 역량도 갖췄다.


LS전선은 내부적으로도 이번 수주를 당연히 가져가야 할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단순 실적 성과를 떠나 업계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하는 차원에서 중요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만큼 사업을 놓칠 경우에는 단순 수주 실패 이상의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향후 국내 사업 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요 HVDC 프로젝트에서도 대한전선과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어서다.


대한전선에게도 이번 사업의 의미는 크다. 전무했던 HVDC 레퍼런스 확보로 핵심 사업전략인 글로벌 진출 확대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업계에서는 대한전선이 계약을 따낼 경우 향후 해외 프로젝트 입찰에서도 적지 않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본입찰 일정이 늦춰진 점은 상대적으로 대한전선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진행 중인 대한전선의 HVDC 생산·시공 인프라를 갖출 시간적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대한전선에 따르면 당진 2공장의 경우 늦어도 내년 하반기 중 완공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 관련 전반적 역량을 갖추면 부족한 수주 이력을 보완하는 기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양사간 진행 중인 기술유출 공방은 LS전선에 힘을 싣는 변수로 해석된다. 경찰은 지난 5월 대한전선 임직원 등을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관련 영업비밀을 부당하게 취득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처분이나 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법리스크 존재 자체가 입찰 선정 과정에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입찰을 따내더라도 혐의가 확정되면 공급 중단 등의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며 "현 상황 자체가 공급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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