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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달 끌고 청약 전날 뒤집었다…썸에이지 유증 '빈손'
조은지 기자
2026-08-12 08:00:00
125억→67억 조달액 반토막…이미 알던 관리종목 위험도 결국 현실로
이 기사는 2026-08-11 11:34:38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썸에이지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도담빌딩. (출처=구글지도)

[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코스닥 상장사 ‘썸에이지’가 관리종목 지정 위험을 이미 인지하고도 넉 달 가까이 끌어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구주주 청약 하루 전에 전격 철회했다. 회사가 내세운 이유는 유상증자 절차 장기화와 관리종목 지정 우려다. 문제는 해당 위험이 유상증자를 결정한 이후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를 통해 줄곧 고지해 온 변수라는 점이다.


오히려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동안 크게 달라진 것은 자금조달의 경제성이었다. 주가 하락으로 최종 발행가가 당초 예정가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조달 예정액은 125억원에서 6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발행해야 할 신주는 기존 발행주식의 70%에 달하는 980만주로 그대로였다. 관리종목 위험은 이미 알려져 있었던 반면 대규모 지분 희석을 감수하면서 유상증자를 끝까지 밀어붙일 실익은 크게 떨어진 셈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썸에이지는 지난 5일 보통주 980만주를 발행하려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철회했다. 최초 이사회 결의일은 지난 4월10일로 증권신고서는 같은 달 30일 제출됐다.


구주주 청약은 이달 6~7일로 예정돼 있었다. 썸에이지는 청약을 불과 하루 앞둔 5일 유상증자를 백지화했다. 특히 직전인 4일 주가 하락을 반영해 최종 발행가를 688원으로 확정한 뒤 나온 결정이라는 점에서 철회 시점에 눈길이 쏠린다.


◆넉 달 전부터 알았던 위험…청약 하루 전 철회


썸에이지가 공식적으로 제시한 철회 배경은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다. 대표주관회사와 협의한 결과 유상증자 기간이 길어지는 과정에서 상장규정상 관리종목 지정 우려가 커졌고, 기존 주주와 신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유상증자를 철회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주목할 부분은 관리종목 지정 위험이 유상증자 막바지에 새롭게 등장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썸에이지는 지난 4월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올해 7월부터 시가총액 관련 관리종목 지정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위험을 이미 투자자들에게 알렸다. 6월 말 투자설명서에서도 당시 시가총액이 관리종목 지정 기준에 해당한다는 사실과 함께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가능성을 투자위험으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유상증자는 중단되지 않았다. 썸에이지는 신주배정기준일을 거쳐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신주인수권증서 거래까지 진행했다. 이후 최종 발행가를 확정한 뒤 구주주 청약 직전에야 유상증자를 철회했다.


특히 신주인수권증서가 이미 시장에서 거래됐다는 점은 회사가 제시한 '투자자 보호'라는 철회 명분을 둘러싼 논란의 여지를 키운다. 유상증자 참여를 목적으로 신주인수권증서를 장내에서 매수한 투자자가 발생한 이후 계획 자체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결국 관리종목 지정 우려가 철회 판단에 영향을 미쳤더라도 이미 수개월 전부터 인지했던 위험만으로 '청약 하루 전'이라는 철회 시점을 모두 설명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남는다. 그 사이 가장 크게 달라진 변수는 주가 하락에 따라 급격히 악화된 유상증자의 조달 실익이었다.


◆신주는 그대로인데 자금은 반토막…꼬인 유증 셈법


썸에이지는 당초 보통주 980만주를 주당 1279원에 발행해 125억3420만원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유상증자 추진 기간 주가가 하락하면서 발행가격도 연동해 낮아졌다. 지난 4일 확정된 최종 발행가는 688원으로 당초 예정가보다 46.2% 낮아졌고, 모집총액 역시 67억4240만원으로 57억9180만원 감소했다. 당초 기대했던 자금의 절반 가까이가 사라진 셈이다.


조달금액이 반토막 났지만 발행해야 할 신주는 980만주로 달라지지 않았다. 감자 후 썸에이지의 기존 발행주식수가 약 1392만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새로 발행하려던 주식은 기존 주식의 약 70%에 달한다. 유상증자가 완료될 경우 전체 발행주식수도 약 2372만주로 불어나는 구조였다.


결국 썸에이지 입장에서는 당초 계획의 절반 수준인 67억원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발행주식의 70%에 해당하는 대규모 신주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조달금액은 급감했지만 기존 주주가 감수해야 할 희석 부담은 줄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주주배정 이후 실권주가 발생하면 인수단의 잔액인수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었다. 실권 규모와 인수계약상 수수료 조건에 따라 회사에 실제 유입되는 자금이 모집총액보다 더 줄어들 여지도 있었다.


유상증자를 처음 결정했던 4월과 비교하면 관리종목 지정 위험 자체보다 자금조달의 손익계산서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125억원을 조달한다는 전제 아래 감수했던 대규모 신주 발행 부담을 67억원을 확보하기 위해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유상증자를 완주할 경제적 유인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가능한 배경이다.


◆유증 접었지만 관리종목 못 피했다…'자금·상장' 이중고


유상증자를 철회한다고 관리종목 지정 위험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한국거래소는 철회 이틀 뒤인 지난 7일 썸에이지를 시가총액 미달을 이유로 관리종목에 지정했다. 올해 적용되는 시가총액 관련 관리종목 지정 기준은 200억원이다. 향후 거래소가 정한 기간과 요건에 따라 시가총액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썸에이지는 넉 달 가까이 추진했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채 관리종목 지정까지 맞게 됐다. 유상증자 철회를 공시할 당시인 이달 5일 기준 썸에이지 시가총액은 160억원 수준으로 관리종목 지정 기준인 200억원을 밑돌고 있었다. 유증 철회로 운영자금 확보 계획까지 무산되면서 썸에이지는 자금조달과 시가총액 회복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당초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은 게임 개발과 마케팅 등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었다. 회사는 발행가 하락으로 조달금액이 당초 계획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부족분을 자체 자금으로 충당한다는 계획도 투자설명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발행가격 하락 수준을 넘어 유상증자 자체가 철회되면서 전체 조달 예정액을 다른 방식으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결국 이번 유상증자 철회에서 남는 의문은 이미 예고됐던 위험을 감수하며 넉 달 가까이 끌고 온 유증을 왜 청약 직전에 접었느냐는 점이다. 특히 최종 발행가 확정으로 조달 예정액이 125억원에서 67억원까지 쪼그라든 직후 철회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자금조달의 경제성 악화가 의사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가 관건이다. 유증 철회로 운영자금 확보 계획까지 무산된 만큼 썸에이지는 이제 대체 자금조달과 시가총액 회복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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