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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퇴직연금 'DB 딜레마'…돌파구는 DC·IRP
강울 기자
2026-08-11 07:20:00
점유율 첫 20% 붕괴…ETF·신탁·자산관리로 투자형 시장 공략
이 기사는 2026-08-10 06:20:00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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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Chat GPT)

[딜사이트 강울 기자] 퇴직연금 시장의 무게중심이 확정급여형(DB)에서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보험사들이 사업 전략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리금보장형 상품 중심이던 영업에서 투자상품과 자산관리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며 시장점유율 방어에 나선 모습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업권의 올해 2분기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107조320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1%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퇴직연금 시장이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보험업권 시장점유율은 19.4%로 처음 20% 아래로 내려갔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553조8779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은행과 증권사의 적립금 비중은 각각 50.8%, 29.8%를 기록했다.


보험업권이 적립금 증가에도 점유율을 방어하지 못한 것은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축이 DC형과 IRP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호조로 ETF와 펀드 등 투자상품을 활용해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하려는 수요가 커진 데다 실물이전 제도 시행으로 금융회사 간 자금 이동도 쉬워졌다. 기존 고객도 보다 다양한 투자상품과 거래 편의성을 제공하는 금융사로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보험사들의 경쟁 부담도 커지고 있다.


보험사는 장기 자산운용 역량과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바탕으로 DB형 시장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기업이 운용 책임을 부담하는 DB형은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이 높아 보험사의 장기 운용 역량과 상대적으로 잘 맞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보험업권 퇴직연금 가운데 DB형 적립금은 81조1694억원으로 전체의 75.6%를 차지한다. 반면 DC형과 IRP 적립금은 각각 19조4644억원, 6조6868억원에 그친다.

정부의 제도 개편 논의도 보험사의 전략 전환에 힘을 싣고 있다. 정부는 DC형과 IRP의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현행 70%보다 높이고, 현재 증권사에서만 가능한 퇴직연금 ETF 실시간 직접매매를 은행과 보험사에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도 개선이 현실화될 경우 보험사들도 투자상품 경쟁력을 앞세워 신규 자금 유치에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보험사들은 DB형 중심의 사업 구조만으로는 신규 자금 확보와 기존 고객 유지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투자상품과 자산관리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장기간 유지되는 자금을 운용하며 안정적인 수익과 수수료를 확보할 수 있는 데다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삼성생명은 최근 DC형과 IRP 가입자를 대상으로 ETF 거래 시스템을 개편했다. 정기적으로 ETF를 분할 매수하는 'ETF 모으기'와 최대 5개 상품을 동시에 거래할 수 있는 '일괄매매' 기능을 도입했다. 이달부터는 모든 IRP 가입자의 운용관리·자산관리 수수료를 면제하며 거래 편의성과 비용 경쟁력을 함께 강화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DC·IRP 시장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가입자가 상품 선택부터 운용 상담, 수익과 비용까지 전 과정에서 체감하는 실질적인 효용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수수료 부담은 낮추고 전문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해 고객의 안정적인 은퇴 준비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교보생명도 700여 개 ETF를 제공하며 투자 선택권을 넓히고 있다. 계좌에 자금이 들어오면 미리 지정한 ETF를 매수하거나 목돈을 정기적으로 나눠 투자하는 자동투자 기능을 운영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해 시장 분석 자료와 추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시장 변화에 따른 리밸런싱도 제안하는 등 투자상품 확대와 자산관리 서비스를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지난달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전신탁업 인가를 받아 퇴직연금 자금을 채권과 기업어음(CP), 주가연계증권(ELS) 등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단순 보험상품 판매를 넘어 퇴직연금 자산을 직접 운용·관리할 수 있는 사업 기반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내년에는 투자중개업 인가를 추가로 추진해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취급 범위를 넓히고, 장기적으로는 종합신탁업을 통해 은퇴자산 전반을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선 투자 규제가 완화되고 상품 선택지가 늘어나더라도 실제 자금 유입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ETF 거래 기능과 모바일 플랫폼의 편의성은 물론 가입자의 투자 성향에 맞춘 상품 추천, 사후 리밸런싱 등 자산관리 역량이 함께 뒷받침돼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경쟁력은 상품 수보다 가입자가 얼마나 편리하게 투자하고 꾸준히 관리받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보험사도 거래 시스템과 자산관리 서비스를 함께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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