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금융당국이 포용금융최고책임자(CIFO) 제도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하나금융그룹이 금융권 최초로 CIFO를 선임하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 반면 KB·신한·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는 제도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관련 법제화와 세부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당분간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최근 이승열 부회장에게 CIFO 역할을 맡기며 금융권 최초로 포용금융 최고책임자 체계를 구축했다. 다만 별도 임원을 신설하지 않고 기존 부회장이 겸직하는 방식을 택해 금융당국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조직 확대 부담은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정부 출범 1주년 간담회에서 CIFO 도입 구상을 처음 밝힌 이후 포용금융전략추진단을 중심으로 제도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CISO(정보보호최고책임자)나 CCO(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처럼 이사회 지배구조 차원에서 포용금융을 총괄하는 책임자를 두겠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오는 9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CIFO 근거를 반영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반면 다른 금융지주들은 아직 조직 개편보다는 금융당국의 최종 가이드라인을 기다리는 분위기다. 역할과 권한, 독립성, 임기, 겸직 가능 여부 등 핵심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조직을 바꿨다가 제도 시행 이후 다시 손질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KB금융 관계자는 “현재 금융위 등에서 CIFO 도입 관련 논의가 예정돼 있어 향후 가이드라인에 맞춰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세부 요건이 정해지면 거기에 맞춰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현재 CIFO 직위는 없으며 관련 사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미 포용금융 업무를 수행할 조직을 운영 중이라는 점도 금융지주들이 서두르지 않는 배경으로 꼽힌다. KB금융은 KB국민은행 포용금융부를 중심으로 그룹 차원의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신한금융은 최고전략책임자(CSO) 산하 조직이, 우리금융은 이사회 ESG경영위원회 체계가 각각 포용금융 업무를 맡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CIFO 도입 논의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정책 과제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C레벨 임원을 두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임원 한 명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담당 조직과 인력, 예산까지 함께 확대해야 하는 만큼 경영 부담이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 과제가 하나 생길 때마다 최고책임자를 새로 두라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다"며 "C레벨 신설은 단순히 직함 하나를 추가하는 문제가 아니라 조직체계 전체와 연결되는 큰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하나금융이 별도 임원을 선임하지 않고 기존 부회장에게 CIFO를 겸직하도록 한 것은 제도 취지에는 선제적으로 호응하면서도 조직 개편에 따른 부담은 줄이려는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향후 금융당국이 겸직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할 경우 다른 금융지주들도 유사한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금융권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이 최근 금융감독원 정기검사에서 지배구조 관련 경영유의 조치를 받은 직후 CIFO를 도입한 점을 두고 다양한 해석도 제기된다. 다만 CIFO 도입과 검사 결과를 직접 연결하기는 어렵고, 금융당국의 포용금융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의 결정이라는 시각도 함께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달 23일 하나금융지주 정기검사 결과 경영유의 7건, 개선사항 20건 등 모두 27건의 조치를 통보했다. 사외이사 선임 절차의 검증 부족과 자본관리 및 자산건전성 통제 기능 미흡 등이 지적됐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아직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인데 서둘러 CIFO를 선임해 놀랐다는 반응이 있다"며 "금융당국 정책 방향을 고려한 선제 대응으로 보는 시각과 최근 검사 결과를 함께 해석하는 시각이 공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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