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최근 4억원대 뇌물 혐의로 방산업체 임직원이 구속되면서 잠수함, 전자전, 위성 등 방위사업 곳곳에서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중 위성은 정찰과 통신, 기상 관측을 아우르며 국가 안보와 공공 인프라에서 그 역할이 갈수록 커지는 자산으로 사업자 선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 위성의 몸체, 곧 시스템·본체를 누가 만들 수 있느냐는 그만큼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3238억원 규모 기상·우주기상위성(천리안 5호) 시스템·본체 개발 사업에서는, 이 몸체를 만들 사업자를 가리는 평가가 검증된 실적보다 계획서에 무게를 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앞서 이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LIG D&A(구 LIG넥스원)가 선정되자, 탈락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발주기관인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을 상대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KAI가 문제 삼은 것은 평가위원 이해충돌, 신청자격 완화, 실적 대비 납득하기 어려운 점수 차 세 가지다. 이 가운데 실적과 계획이 뒤집힌 대목이 기술원 제안서 평가 방식의 맹점을 드러낸다는 것이 KAI 주장이다. 이 소송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위성 시스템·본체 개발 참여 이력은 KAI가 32년, LIG D&A가 4년이다. KAI는 차세대중형위성과 다목적실용위성, 군정찰위성 등의 시스템·본체를 주관 개발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정작 개발계획 평가 부분에서는 LIG D&A가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LIG D&A도 위성 사업 참여 이력이 없지는 않다. KAI가 소송에서 제시한 자료를 보면 LIG D&A는 정지궤도 공공복합통신위성의 위성체 조립·시험과 구조체·전력분배모듈 등 구성품 공급에 참여했다. 다만 시스템·본체를 주관해 개발한 실적은 '천리안 3호 운용설계 및 총조립 용역' 1건에 그치며, 이마저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관하는 사업을 용역 계약으로 수행한 것이라는 게 자료의 내용이다.
실적과 점수의 역전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양사가 제시한 개발 여건을 비교하면 드러난다. KAI는 사업에 필요한 인력의 약 90%를 이미 확보한 경험 인력으로 투입하겠다고 했다. 시험 시설도 2020년 9월 준공한 우주센터를 이미 갖췄고, 정지궤도급 우주환경 시험장비도 자체 보유하고 있다. 반면 LIG D&A는 위성 시스템·본체 전 분야 인력을 협약 체결 이후 대규모로 채용하겠다고 제시했다. 조립실은 별도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시험장비는 자체 확보 없이 타기관 장비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냈다.
KAI는 LIG D&A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위성 시스템·본체 분야 인력을 대규모로 뽑는 채용 공고를 낸 점을 이런 지적의 근거로 들었다. 선정 시점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방산업계 관계자도 "개발계획 평가에 계획과 의지가 과도하게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계획과 수행 의지를 평가에 반영하는 것 자체는 국가 R&D 사업에서 인정되는 방식이며, 실적이 앞선 사업자가 반드시 선정돼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KAI는 평가 점수뿐 아니라 그 이전의 신청 자격 심사 단계도 문제 삼았다. 천리안 5호 사업은 시스템·본체 개발 과제와 탑재체 개발 과제로 나뉜다. KAI에 따르면 탑재체 과제는 해당 기술 분야 실적을 갖춘 곳만 지원할 수 있도록 자격을 제한했지만, 시스템·본체 과제만은 위성 전 분야 실적을 인정해 자격을 넓혔다. 이 때문에 시스템·본체를 직접 개발한 실적이 아니라 부분체나 탑재체 납품 실적만으로도 지원이 가능해졌고, 이것이 형평성 문제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 구조가 굳어진 데에는 결과를 되돌릴 장치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 있다. 방위사업청 발주 사업에서 최근 5년간 이의신청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취소·변경된 사례는 없다는 것이 방사청 답변이다. 천리안 5호에서도 기술원은 KAI의 이의신청을 기각했고, 결국 KAI는 발주기관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으로 넘어갔다.
발주기관인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은 KAI의 이의신청을 기각하며, 평가위원의 이해충돌 조건이 곧 평가의 공정성 훼손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회신했다. KAI에 보낸 회신에서 기술원은 범부처 통합 연구지원시스템으로 관련 기술 전문가를 무작위 선정하고 제척 여부를 검토했으며, 이해충돌 방지와 청렴·윤리 서약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LIG D&A는 천리안 5호와 관련한 딜사이트 질의에 "정해진 규정을 준수해 입찰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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