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진 기자] 코스피를 지난 한 달 간 뒤흔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도입을 선두에서 주장해왔던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구조적 위험성을 연일 지적하고 있다. 시장에 미친 악영향이 너무 크고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급락하는 요인이 되자 본인은 급히 발을 빼려는 게 아니냐는 시장의 지적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ETF의 아버지라 불리며 국내 레버리지 ETF 도입을 주도했던 배재규 한투운용 대표가 최근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이 위험성을 연일 직접 경고하고 있다. 최근에는 투자 자제를 넘어 상품의 자연사 필요성까지 거론하는 등 경고 수위를 높이면서 이 상품을 공급해 온 운용업계 전반에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배재규 대표는 우선 지난달 20일 관련 메시지를 게재 후 삭제하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이어 30일에는 상품 퇴출 필요성까지 거론하는 등 경고 수위를 높였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 20일 배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개별 종목 레버리지·인버스 2배 성과 분석'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그는 "개별종목 레버리지 ETF를 운용하고 있는 운용사 대표로서 이런 말씀을 드려 죄송하다"며 "결론은 개별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 2배 ETF에는 투자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배 대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가장 큰 위험으로 '음의 복리 효과'를 꼽았다. 레버리지 ETF는 일간 수익률의 배수를 추종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어 주가가 반복적으로 등락할 경우 수익률이 누적되는 과정에서 기준가가 훼손되는 경로 의존성이 나타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상장일인 지난 5월27일부터 지난달 16일까지 SK하이닉스 주가는 17.9% 하락했지만, 이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의 손실률은 47.5%를 기록했다. 기초자산 하락률의 단순 두 배인 이론상 손실률(35.8%)보다 11.7%포인트 더 컸다. 같은 기간 인버스 2배 ETF도 31.1%의 손실을 냈다. 이론적으로는 35.8%의 수익을 거둬야 하지만, 주가 급등락 과정에서 변동성 손실이 누적된 결과라는 것이 배 대표의 설명이다.
이후 배 대표는 같은 달 30일 재차 SNS에 글을 올리며 경고 수위를 한층 높였다. 단순한 투자 유의를 넘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그는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며 "상장폐지가 아닌 자연사시켜야 한다"고 경고했다.
배 대표의 경고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단순한 시장 참여자가 아니라 국내 ETF 시장 성장 과정에 깊게 관여해 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ETF의 아버지라 불리는 인물로 삼성자산운용 재직 당시 국내 최초 ETF 도입을 주도한 데 이어 레버리지·인버스 ETF 등 상품 확대에도 관여하며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논의 과정에서도 업계 대표 인사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상품 도입을 주도하고 청와대와 정치권에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하던 인물이 출시 이후 장이 급락하자 돌연 위험성을 지적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그의 변심은 자산운용 업계도 이 상품의 악영향을 크게 간과했다는 증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인사가 뒤늦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의 구조적 한계를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 반성문을 쓴 결과가 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이런 상품을 설계하고 도입하는 과정은 물론이고 정부와 정치권에 이를 어떻게 대관력으로 마케팅해왔느냐도 반드시 살펴야 할 부분으로 지목된다.
위험성이 높인 금융상품을 도입하는 절차에 대한 정무적인 평가 과정 전반에 대한 재평가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배 대표의 발언은 단순한 투자 유의를 넘어 해당 상품군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로 해석되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공급해 온 운용업계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배재규 대표와 함께 업계에서는 단종레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인사로 과거 키움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하고 현재는 DS자산운용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성훈 사장이 지적된다. 이 두 사람이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을 설득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레버리지 ETF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다양한 투자 전략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단일 종목을 대상으로 한 레버리지 상품은 기존 지수형 상품보다 위험성이 크다"며 "도입 당시 기대했던 활용 목적과 현재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행태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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