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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 철강 전환의 조건
이승주 기자
2026-08-04 08:25:00
산업 구조적 특성·수익성에 '후발주자' 전락…철스크랩 중심 정부지원책 필요
이 기사는 2026-08-03 08:27:58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철강업계 맏형 포스코가 창립 58년 만에 본격적인 전기로 시대를 열었다. 전기로를 통해 생산한 저탄소 철강으로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 등 고부가제품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씻어내고 글로벌 시장의 탄소중립 요구에 부응한다. 철강업은 국내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35%를 차지하는 탄소 다배출 산업으로 단순 배출량만 연간 1억톤(t)을 상회한다.


사실 국내 철강업계의 전기로 전환은 다소 늦은 편이다. 북미와 유럽 철강사들이 전기로 비중을 과반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저탄소 철강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동안 국내 전기로 조강 생산량은 2011년 약 2600만t에서 지난해 1670만t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실제 이 과정에서 포스코와 동부제철(현 KG스틸), 현대제철의 열연용 전기로 시설이 대거 폐쇄됐다.


국내 철강산업의 구조적 특성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그동안 불순물이 많은 전기로 쇳물을 통해서는 주요 고객사인 자동차·조선·가전업체가 요구하는 고급강을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선 전기로와 고로에서 생산한 쇳물을 혼합해 정련하는 합탕기술이 고도화되고 있지만 이전까진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성을 지닌 고로를 버릴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철강업의 탈탄소화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철강업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비례해 비용을 부과하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대표적이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4기 배출권거래제 등 국내 탄소 규제 역시 강화되는 추세다. 시장이 성숙되어 갈수록 저탄소 철강에 대한 프리미엄도 인정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 수익성이 관건이다. 이윤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투자할 이유가 사라진다. 포스코가 1989년과 2008년 건설했던 스테인리스용, 조선 후판용 전기로가 고로로 전환되거나 해외자본에 매각된 이유도 수익성에 발목을 잡혀서다. 경쟁국 대비 비싼 전기료와 높은 원자재 가격 등 매출원가에 대한 압박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철강업계에서 입을 모아 요구하는 건 고철(철스크랩) 공급망의 안정화다. 전기로의 원리는 ‘철강의 재활용’으로 철스크랩을 전기 에너지로 녹여 다시 쇳물을 뽑아내는 과정이다. 문제는 고철에 포함된 구리·주석·니켈 등 불순물이다. 불순물이 적은 고순도 철스크랩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전기로는 철근과 H형강 등 형상 가공이 적은 건설용 자재를 생산하는 데 그친다.


고순도 철스크랩은 자급자족이 불가능하다. 해외에서 수입해오거나 기존 철스크랩을 슈레더 설비(Shredder, 철스크랩을 파쇄해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법)로 재가공해야 한다.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EU·중국·러시아 등 기존 수출 국가들이 전략자원화를 통해 철스크랩의 해외 유출을 통제하고 있는 반면 국내 철스크랩 전문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해 최신 설비를 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정부에서도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을 통해 철스크랩의 전략자원화를 추진 중이다. 철스크랩을 재생철자원으로 규정하고 가공 전문기업을 선정해 첨단 설비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관련 산업을 전문적으로 육성한다는 골자다.


철스크랩 시장은 당분간 공급자 우위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원 외교 및 수입 다변화 협상, 연구개발(R&D) 및 품질 표준화 지원, 국가 주도 철스크랩 단지 조성 등 정부의 추가적인 역할이 강조되는 시점이다. 철강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견인하며 ‘산업의 쌀’로 불렸다.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철강업계가 정부와 함께 저탄소 철강 전환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을 선도하는 장밋빛 미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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