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카카오뱅크 노동조합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하루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정보기술(IT) 기업 문화를 기반으로 '노조 없는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던 인터넷은행에서도 임금과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금융서비스는 정상 운영되고 있지만 노사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파업 이후 관심은 노사 교섭 재개 여부와 금융당국 대응, 다른 인터넷은행으로의 파급효과에 쏠린다. 첫 쟁의행위 이후에도 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경우 추가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데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 등 무노조 체제를 유지해온 인터넷은행의 보상체계와 조직문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지회 소속 카카오뱅크 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연차와 휴무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하루 동안 파업에 동참했다. 파업 참여자는 700명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한 이후 처음 진행된 집단행동인 만큼 노조의 조직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파업 중에도 고객이 이용하는 금융서비스에는 차질이 없도록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영업연속성계획(BCP)에 따라 전산시스템 운영과 정보보호, 여·수신, 금융소비자보호 등 핵심 업무 인력을 배치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파업이 서비스 중단이나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앞서 카카오뱅크 노조는 이달 중순 전체 임직원의 절반 이상을 조합원으로 확보하며 과반 노조 지위를 얻었다. 지난해 말 기준 기간제 근로자를 제외한 직원 수가 1601명인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파업에 조합원 다수가 동참해 사측을 향한 단결력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노조는 지난 1월부터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등 보상체계를 놓고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20일 고용노동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도 중지됐다. 노조는 사측이 교섭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뒤 추가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파업은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 처음 이뤄진 노조의 집단행동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그동안 시중은행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노조 활동이 정착한 반면, 인터넷은행은 IT기업 중심의 수평적 조직문화와 높은 보상 수준 등을 이유로 노사 갈등이 외부로 드러난 사례가 많지 않았다. 실제 케이뱅크와 토스뱅크에는 현재 별도의 노동조합이 없다.
변수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다. 인터넷은행의 모바일 서비스는 자동화된 전산망을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신규 서비스 개발과 시스템 고도화, 내부통제, 리스크 관리 등 후선 업무는 지속적인 인력 투입이 필요한 영역이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고객이 체감하는 서비스보다 개발·운영 조직에서 먼저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파업 이후 노사의 움직임에 더 주목하고 있다. 첫 쟁의행위에도 회사의 제안이 달라지지 않을 경우 노조는 기간과 참여 범위를 넓힌 추가 행동을 검토할 수 있다. 사측 역시 추가 쟁의행위에 대비한 인력 운영 방안을 마련하면서 대화 재개 시점을 저울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파업은 노조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수단 인데 그럼에도 회사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에는 하루 파업으로 끝나더라도 입장 변화가 없다면 파업 기간을 늘리거나 조합원 가입과 참여 인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노사 협의 과정과 고객 피해 발생 여부, 전산망 안정성 등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파업이 적법한 쟁의행위라고 하더라도 금융서비스 차질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보호와 운영 리스크 이슈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노사 간 대화를 통한 조기 해결을 기대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안다"며 "결국 파업 자체보다 이후 협상 과정이 더 중요한 국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파업은 다른 인터넷은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노조 설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카카오뱅크의 교섭 결과에 따라 케이뱅크와 토스뱅크 내부에서도 임금과 성과급, 평가·승진 체계를 둘러싼 논의가 한층 활발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업계 첫 사례인 만큼 상징성이 있고 그만큼 진행 과정과 결과를 신경써서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당장 노조 설립 움직임으로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임금과 성과급을 비롯한 보상체계를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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