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LX그룹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LX벤처스가 출범한지 3년차에 접어들었으나 투자 집행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 모양새다. 실제 투자자산은 약정액의 36% 수준에 머물러 당초 공언한 4년 내 투자 완료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엘엑스벤처스신기술사업투자조합 1호'의 비유동자산은 109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유동자산은 펀드가 유망 스타트업 지분 등을 취득해 보유 중인 실제 투자자산을 의미한다.
LX홀딩스는 미래 유망 산업군에 있는 우수 벤처기업·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를 진행할 목적으로 2023년 7월 LX벤처스를 설립했다. LX홀딩스의 100% 자회사로 설립 자본금은 120억원이다. LX벤처스의 초대 대표는 LX홀딩스 경영전략팀장으로 투자를 담당해 온 이근명 대표가 맡았다. 이 대표는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했으며 임기는 2029년 3월까지다.
투자는 LX그룹의 주력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 제조·물류 자동화, 친환경 소재, 반도체 기술·소재 분야를 벤처·스타트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었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빅데이터·AI ▲헬스케어 ▲미래 식량자원 등의 신규 영역에 대한 투자도 검토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LX벤처스는 2023년 10월 여신전문금융업 등록을 마치고 첫 작품인 엘엑스벤처스신기술사업투자조합 1호를 결성하며 신사업 발굴에 나섰다. 결성총액은 300억원으로 그룹 주요 계열사인 ▲LX인터내셔널(80억원) ▲LX판토스(70억원) ▲LX세미콘(70억원) ▲LX하우시스(40억원) ▲LX벤처스(40억원) 등의 출자금으로 구성됐다.
자금 집행 추이를 보면 첫해인 2023년 말 비유동자산(실제 투자 자산)은 '0원'으로 당시 납입 출자금 전액인 120억원(유동자산)을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했다. 이듬해 2024년에는 비유동자산 55억원으로 본격적인 지분 투자를 시작했고 지난해는 103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어섰다.
당초 시장의 기대와 비교하면 투자 집행은 다소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비유동자산은 109억원으로 약정총액 대비 36.2% 수준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투자자산 증가 규모는 연평균 40억원 안팎에 불과했던 셈이다. 앞서 LX홀딩스는 당초 조합 결성 후 2~4년 내 투자를 완료하고 7년 만기 내에 투자 수익을 회수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일부 출자사의 경우 약정금을 아직 전액 납입하지 않은 상태다. LX세미콘은 약정액 70억원 가운데 49억원을 납입했고 잔여 출자약정액은 21억원이다. LX세미콘은 출자약정에 대해 '잔여금액은 향후 집행조합원의 출자이행요청에 따라 추가 납입예정이나 현재 시점에 그 납입시기를 예상할 수 없다'고 기재했다. LX벤처스 역시 약정액 40억원 중 28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운용 상황에 따라 추가 출자 요청이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현 집행 속도를 고려하면 목표 시한인 내년 10월까지 약 191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 집행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남은 기간이 불과 1년5개월 남짓이라 보다 적극적인 자금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투자 시한에 쫓겨 자금을 급격히 집행할 경우 투자 대상 검토 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투자 검토 과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당초 목표로 제시한 7년 내 엑시트(자금 회수) 계획 역시 연쇄적으로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LX벤처스는 전기이륜차, 활성탄 재생설비,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등 친환경·신기술 분야에 투자를 진행해 왔다는 설명이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기업명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투자 속도를 두고 업계에선 LX벤처스 자체의 보수적 의사결정 기조로 보고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최근 VC 시장 전반의 신규 투자가 위축된 상황은 아니다"라며 "CVC는 모기업과 계열사 자금을 활용하다 보니 일반 VC에 비해 의사결정 구조가 상대적으로 타이트하고 신중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LX벤처스의 자금 집행 속도는 전체 흐름이라기보다는 개별적인 보수적 의사결정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LX홀딩스 측은 기존 로드맵에 맞춘 차질 없이 투자 집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LX홀딩스 관계자는 "기존 계획에 맞춰 투자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투자가 미뤄진 것이나 속도 조절을 하는 것이 아니고 기존 목표도 변동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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