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KT가 금융권 인공지능 전환(AX) 사업의 무게중심을 모델 성능과 기술 검증에서 매출 증가와 비용 절감 등 실질적인 경영성과로 옮긴다. 특정 대규모언어모델(LLM)이나 클라우드에 의존하기보다 고객 환경에 맞춰 기술을 조합하고 데이터와 운영체계까지 함께 구축하는 방식으로 금융 AX 시장 공략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KT는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개최한 금융 AX 스터디에서 올해 상반기 금융권에서 약 22건의 AX 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간 수행한 금융 AX 사업 약 17건을 이미 넘어선 규모다. 주요 사업은 인공지능 컨택센터(AICC), AI 에이전트, 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이다.
박철우 KT 엔터프라이즈부문 금융사업담당 상무는 "엔터프라이즈 AX의 대화가 테크니컬 톡에서 오퍼레이션 톡으로 바뀌고 있다"며 "어떤 LLM을 사용했는지가 아니라 구축한 AI가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실제 비즈니스 성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KT는 금융권 AI가 단순한 업무 보조를 넘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 AX 역시 개별 AI 솔루션 구축이 아니라 전략 수립부터 구축, 운영, 고도화, 확산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5-Layer AX Full Stack' 체계를 기반으로 업무 재설계와 운영, 내재화까지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KT는 앞으로 사람이 하던 업무에 AI를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AI를 중심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다시 설계하는 'AI 네이티브 엔터프라이즈'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생산성 향상보다 매출과 비용 등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성과를 입증하는 것이 금융 AX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봤다.
박 상무는 "금융사가 100원을 투자했다면 적어도 101원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며 "사업을 제안할 때부터 매출과 운영비 등 재무적 목표를 함께 설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금융권이 다른 산업보다 AX 성과를 내기 유리한 환경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무 절차가 표준화돼 있고 데이터가 비교적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데다 AI 도입 효과를 매출과 비용 등으로 정량화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KT는 5대 시중은행 가운데 4곳의 AICC 구축 또는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에이전틱 AICC와 그룹 통합 AI 플랫폼, AI 개발·운영체계(AIDLC)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보험 분야에서는 약관과 설계사 노하우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지식 구조로 전환해 영업지원 AI 에이전트를 구축했다.
다만 금융 AX가 기술 검증을 넘어 실제 서비스로 확산되는 과정에서는 데이터와 거버넌스, 운영모델이 가장 큰 과제로 꼽혔다. 기술검증(PoC)에서는 성능이 입증되더라도 상용 단계에서는 데이터 접근권한과 보안, 책임체계, 비용관리 문제가 본격적으로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김영민 KT AX엔지니어링 본부장 상무는 "실제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병목은 데이터와 거버넌스, 운영모델 세 가지"라며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원인은 기술보다 기업 내부 데이터 구조와 접근권한, 운영 프로세스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T는 운영체계 구축 사례로 글로벌 AI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와의 협력도 소개했다. 팔란티어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디스커버리 워크숍, 기술 검증(PoC), 본계약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AI 운영체계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KT는 AI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이해하고 실행까지 연결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구조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기업 데이터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하는 'Data4AI'와 업무·데이터를 연결하는 지식 모델 'K-Ontology'를 기반으로 AI 활용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AI 거버넌스는 보안뿐 아니라 비용과 품질을 함께 관리하는 체계로 정의했다.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가드레일을 적용해 응답 속도와 비용을 최적화하고 민감 정보는 데이터 호출 단계에서 접근권한을 통제해 보안과 활용성을 함께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KT는 특정 LLM이나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고 고객 환경에 맞춰 자체 모델과 글로벌 모델,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조합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또 고객 현장에 직접 참여하는 전방배치 엔지니어(FDE)가 문제 정의부터 업무 재설계, 운영체계 구축까지 함께 수행하는 방식을 적용해 기존 시스템통합(SI) 사업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박 상무는 "올해 금융 AX 사업의 매출과 수주, 이익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존 IT서비스 기업이나 글로벌 컨설팅 회사와 차별화된 AX 전문 사업조직으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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