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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 책임의 무게
권재윤 기자
2026-07-21 08:25:00
티빙,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미온적 대응…쿠팡과 같은 잣대 책임 물어야
이 기사는 2026-07-20 08:42:20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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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내 개인정보는 이미 공공재인데…”


지난달 티빙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알려졌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비교적 담담했다. 최근 업종을 가리지 않고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면서 소비자들도 어느새 무감각해진 탓이다. 이제는 비밀번호를 바꾸는 것조차 지쳤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불과 지난해 말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당시를 떠올려보면 분위기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온라인에서는 '탈팡' 인증이 이어졌고, 정치권은 영업정지까지 거론하며 쿠팡을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같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인데 반년 만에 이처럼 온도 차가 벌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쿠팡과 티빙을 둘러싼 이른바 ‘괘씸죄’의 차이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쿠팡은 모회사와 총수 모두 미국에 적을 두고 있는 데다 노동 문제와 시장 지배력 논란까지 이슈가 누적돼 온 기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단순한 보안 사고를 넘어 정치·정책 이슈로까지 번졌다. 정치권 입장에서도 ‘탈팡’이나 ‘외국계 플랫폼 규제’와 같은 메시지를 던지기 좋은 환경이었다.


반면 티빙이 처한 환경은 다르다. CJ ENM이 운영하는 티빙은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3위 사업자로, 시장을 좌우할 만큼 압도적인 지위를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 OTT는 여러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대체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이러한 기업과 시장의 특성 속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대하는 정부와 여론의 이중 잣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다. 여론의 관심은 덜했을지 몰라도, 티빙의 후속 대응은 적극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티빙은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알리고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후에는 관계 당국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피해 이용자를 위한 구체적인 보상 방안은 물론, 유출된 정보의 악용 가능성에 대비한 실질적인 사후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티빙이 비록 '괘씸죄'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고 해도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무게까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고로 1953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며 규모로만 보면 역대 네 번째에 해당하는 대형 사고다. 유출된 정보에는 이름과 생년월일 등 기본적인 개인정보뿐 아니라 CI(연계정보)와 DI(중복가입확인정보)도 포함됐다.


특히 CI는 국내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대신해 개인을 식별하는 일대일 대체값이다. 결제정보처럼 피해가 즉각 체감되는 정보는 아니지만 사실상 '온라인 주민등록번호'에 가까운 핵심 식별정보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물론 개인정보 유출은 조사 결과가 나와야 사고 경위와 책임 범위를 명확히 가릴 수 있다. 그러나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기업이 손을 놓고 있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용자 불안을 덜기 위한 적극적인 소통과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는 조사 결과와 별개로 기업이 당장 해야 할 몫이다.


티빙의 이런 행보는 상대적으로 잠잠한 여론에 기대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할 뿐 책임을 적극적으로 이행하려는 모습보다는 최소한의 대응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개인정보는 쿠팡에서 유출돼도 위험하고, 티빙에서 유출돼도 위험하다. 기업에 따라 개인정보의 가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같은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하고, 기업 역시 여론의 크기가 아니라 사고의 무게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 개인정보 유출을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의 체념도 조금씩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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