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과자와 빵, 음료, 맥주 등 식품은 물론 제지·철강 등 산업 전반의 원재료로 쓰이는 전분·전분당 가격을 7년 넘게 담합한 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제재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7일 대상, 사조CPK,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4개사가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7년5개월간 사업자간 거래(B2B)용 전분·전분당 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총 74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월 밀가루 담합 사건(6710억원)을 넘어서는 공정위 담합 사건 사상 최대 규모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와 함께 법 위반 행위 금지 명령과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렸으며 검찰의 요청에 따라 관련 법인과 임직원도 이미 고발한 상태다.
조사 결과 이들 4개 업체는 국제 옥수수 가격 변동에 맞춰 판매가격 인상·인하 시기와 폭을 사전에 합의하고 이를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격 인상은 8차례, 가격 인하는 5차례에 걸쳐 각각 이뤄졌다. 특히 정부가 국민 물가 안정과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2021년부터 가공용 수입 옥수수에 0% 할당관세를 적용했음에도 업체들은 경쟁 대신 담합을 통해 가격을 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업체들은 옥수수 가격이 오를 때는 원가 상승분을 신속히 판매가격에 반영하고, 반대로 원료 가격이 하락할 때는 가격 인하 폭을 최소화하고 시기를 최대한 늦추기로 합의했다. 가격 변경 과정에서도 치밀한 공조가 이뤄졌다. 업체들은 거래처에 발송할 가격 인상 공문의 내용과 발송 시점을 맞춘 것은 물론, 서로의 공문 내용을 확인하고 우체국까지 동행해 실제 발송 여부를 점검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 거래처와의 가격 협상에서도 역할을 나눠 대응했다. 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업체가 협상을 주도하고 나머지 업체들은 합의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목표 가격을 관철하는 이른바 '품앗이 대응'도 이뤄졌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의 시장 지배력이 상당했던 만큼 담합 효과도 컸다고 판단했다. B2B 시장 기준 4개사의 시장점유율은 전분 95.7%, 전분당 86.4%에 달했다.
담합 기간 전분당 가격은 크게 올랐다.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했던 2022년 11월에는 판매가격이 ㎏당 971원까지 올라 담합 초기인 2018년 5월(559원)보다 최대 73% 상승했다. 이후 원료 가격이 하락하는 국면에서도 판매가격 인하 폭은 제한하면서 영업이익은 오히려 개선됐다.
실제로 대상의 영업이익은 2023년 901억원에서 2025년 1505억원으로 늘었고, 사조CPK도 같은 기간 140억원에서 361억원으로 증가했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의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 규모가 총 6조52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담합으로 인한 부담은 식품업체와 제지·철강업체를 거쳐 최종 소비자에게까지 전가됐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의 재발 가능성을 고려해 4개 업체에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도 함께 부과했다. 업체들은 국내 전분당 제품 가격을 담합 이전 수준을 고려해 독자적으로 재산정하고 향후 3년간 반기마다 가격 변경 내역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이 내려진 것은 2006년 밀가루 담합, 올해 4월 인쇄용지 담합, 지난 5월 밀가루 담합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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