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고령화와 시장 포화로 보험업계의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돌파구를 찾는 과정에서 업계의 시선은 40대 차세대 오너들의 경영 행보로 향한다.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 정경선 현대해상 부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각각 디지털, 지속가능경영, 글로벌 사업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딜사이트는 이들 차세대 오너의 리더십을 점검하고, 보험업계의 미래를 좌우할 경영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신창재 교보그룹 회장의 차남이자 오너 3세인 신중현 SBI저축은행 미래성장실장이 임원 배지를 달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장남인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에 이어 차남까지 임원 반열에 오르면서 교보그룹 오너 3세 형제의 경영 경쟁도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업계에서는 SBI저축은행을 신중현 상무의 첫 본격적인 경영 검증 무대로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몸담았던 교보라이프플래닛은 디지털 생명보험사 특성상 외형 성장과 수익성 확보에 구조적 한계가 있어 경영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쉽지 않았다. 반면 SBI저축은행은 업계 1위 저축은행으로 규모와 시장 지위를 갖춘 만큼, 신 상무가 경영 역량을 입증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시장에서는 두 형제의 역할 분담에도 관심이 쏠린다. 신중하 상무가 교보생명에서 그룹 전략과 AI 전환(AX)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가운데, 신중현 상무는 SBI저축은행을 축으로 비보험 포트폴리오 확대와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서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두 형제가 각각 핵심 계열사를 맡아 그룹 성장 전략을 이끄는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신중현 상무는 이달 초 SBI저축은행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에서 미래성장실장으로 임명됐다. 신설 조직인 미래성장실에는 시너지팀과 미래비전팀이 배치됐다. 미래성장실은 ▲본업 경쟁력 강화 및 신사업 발굴 ▲디지털 혁신 로드맵 수립 ▲글로벌 협업 체계 구축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신 상무가 SBI저축은행에 입사한 지 두 달여 만에 팀장에서 상무로 승진하자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교보생명은 지난 4월 약 9000억원을 투입해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확보하며 자회사 편입을 마무리했다. 신 상무 역시 같은 시기 SBI저축은행 시너지팀장으로 합류한 데 이어 이번 조직개편에서 미래성장실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배치됐다.
SBI저축은행이 신중현 상무의 새로운 경영 무대로 낙점된 데에는 SBI그룹과의 인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983년생인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뒤 SBI그룹 계열 SBI손해보험과 SBI스미신넷은행에서 근무하며 SBI의 조직문화와 사업구조를 경험했다.
업계에서는 신 상무가 SBI그룹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교보생명과 SBI저축은행 간 시너지 창출, 조직 융합 작업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SBI저축은행은 교보생명이 약 9000억원을 투입해 확보한 최대 비보험 계열사이자 비보험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향후 교보그룹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SBI저축은행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 상무에게 부여된 책임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신 상무는 주요 경영 무대였던 교보라이프플래닛을 떠나 SBI저축은행으로 이동했지만 교보생명 글로벌제휴담당직을 겸임하며 그룹 전반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앞서 그는 2020년 교보라플 디지털전략파트 매니저로 입사한 이후 디지털전략팀장, 디지털전략실장 등을 맡으며 약 6년간 회사 경영 전반에 관여했다. 사실상 교보라이프플래닛이 그룹 오너 3세인 신 상무의 첫 경영 수업 무대였던 셈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2013년 국내 1호 디지털 생명보험사로 출범했다. 고마진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에 특화된 설계사 조직 없이 온라인 판매 채널만 운영하고 있다. 설계사 수수료 등 사업비 부담은 낮지만 보험료 경쟁력을 기반으로 대규모 고객을 확보해야 하는 구조여서 규모의 경제 달성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같은 사업 구조 탓에 디지털 전략 강화나 플랫폼 고도화 성과를 단기간 실적으로 연결하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신 상무는 재직 기간 헬스케어 플랫폼 '라플레이' 서비스 고도화 등 디지털 전략을 총괄했지만, 사업모델 특성상 가시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결국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신 상무의 경영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적자 지속 역시 신 상무 개인의 경영 능력 문제라기보다 디지털 보험사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반면 SBI저축은행은 교보라이프플래닛과 달리 업계 최고 수준의 자산 규모와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어 신 상무가 경영 역량을 입증할 수 있는 무대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교보라이프플래닛 시절 디지털 전략 수립과 플랫폼 고도화에 집중했다면, SBI저축은행에서는 성장 전략과 수익성 개선 등 보다 직접적인 경영 성과를 요구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저축은행 업권 전반이 성장 정체 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신 상무가 디지털 전문성을 활용해 유의미한 성과를 낼 경우 경영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 1분기 말 SBI저축은행의 자산총계는 12조7950억원에 달했다.
특히 시장의 관심은 신중하 상무와 신중현 상무의 향후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 신중하 상무는 교보생명을 중심으로 그룹 전략과 AX(AI 전환)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신중현 상무는 SBI저축은행을 발판으로 비보험 사업 확대와 신사업 발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형이 보험 부문, 동생이 비보험 부문을 맡아 각자의 영역에서 성과를 입증하는 구도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승계 경쟁으로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두 형제가 그룹 핵심 계열사를 무대로 경영 역량을 검증받게 됐다는 점에서 향후 비교 평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SBI저축은행은 교보그룹의 비보험 사업 확대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계열사"라며 "신중현 상무가 이곳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향후 그룹 내 위상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중하 상무와 신중현 상무 모두 핵심 계열사에서 경영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만큼 시장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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