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롯데그룹 오너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가 한국과 일본 롯데 식품사업을 아우르는 합작법인(JV) 의장을 맡으면서 그룹 내 입지가 한층 확대되고 있다. 유통과 화학 등 그룹 주력 사업이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식품사업을 통해 그룹을 반등시킬 수 있는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그룹은 롯데웰푸드와 일본 롯데제과의 합작법인을 싱가포르에 설립해 아시아 식품사업을 총괄하는 해외 컨트롤타워를 구축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법인은 단순한 해외 자회사가 아닌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 식품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투자와 브랜드 확장을 총괄하는 거점 역할을 맡는다. 향후 롯데웰푸드와 일본 롯데가 각각 추진해 온 해외 사업을 하나의 체계 아래에서 운영하는 중심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 실장은 이 합작법인 의장을 맡아 한국과 일본 롯데 식품 계열사의 해외 사업 전략을 조율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번 인사는 신 실장의 그룹 내 역할 확대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지주 미래성장실 내 전략 컨트롤 조직에 합류한 데 이어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에도 선임되며 국내 계열사 경영 전면에 처음 나섰다. 여기에 그룹의 모태 사업인 식품부문까지 맡게 되면서 사실상 그룹 핵심 사업을 두루 경험하며 승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식품사업은 롯데그룹에서 갖는 상징성이 남다르다. 그룹의 출발점인 껌 사업을 비롯해 제과 사업은 롯데 성장의 기반이 된 사업이다. 현재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롯데웰푸드 대표이사를 맡고 있을 만큼 의미가 큰 사업부문이다.
최근 수년간 석유화학 업황 침체와 소비 둔화로 화학·유통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을 이어가는 반면 식품 계열사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며 그룹 실적을 떠받치고 있다.
이 때문에 신 실장이 식품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경우 단순히 해외사업 확대를 넘어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후계구도를 굳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일본에서 성장한 신 실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신 실장은 일본에서 태어나 초·중·고교를 모두 일본에서 마쳤으며 일본어가 사실상 모국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한국어와 기업문화에 대한 적응 과정이 상대적으로 짧았던 만큼 국내 사업만으로 경영 성과를 입증하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합작법인은 한국 롯데웰푸드와 일본 롯데제과의 아시아 식품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인 만큼 양국 경영진과의 소통은 물론 일본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영역이다. 일본 시장과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를 갖춘 신 실장의 강점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신 실장의 경영권 승계 기반은 아직 견고하지 않다. 신 실장이 보유한 롯데지주 지분은 0.03%(3만4490주)에 불과하다. 국내 주요 대기업 오너 3세들과 비교해도 지분 기반은 사실상 미미한 수준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신 실장은 당분간 공격적 지분 확대보다는 경영 성과를 통해 존재감을 키우는 '책임경영'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바이오와 미래성장사업에 이어 이번 식품 합작법인까지 잇달아 핵심 역할을 맡으면서 그룹 내 경영 보폭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어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강조해온 '원 롯데' 일환으로 여러 협업 단계를 거치다가 이번에 식품부문에서는 합작 법인까지 출범하게 된 것”이라며 “국내와 일본에 모두 식품사업을 담당하는 조직이 운영되고 있는 만큼 합작법인은 전략이나 기획을 결정하는 곳으로 규모가 크지는 않다”고 밝혔다.
또한 "싱가포르 합작법인이 아시아 사업 전체를 총괄하긴 하지만 합작법인의 이사회 의장 선임과 관련해서 과잉 해석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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