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SK㈜가 글로벌 사모펀드 KKR과 손잡고 국내 최대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통합법인을 설립한다. 계열사에 분산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한데 모아 올해 말 통합법인을 출범하고 2031년까지 전력 용량을 현재 1.7GW(기가와트)에서 10GW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등 산업 전반에서 늘어나는 청정전력 수요에 대응하는 가운데 외부 자본을 활용해 재무 부담을 낮추고 사업 경쟁력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SK㈜는 1일 KKR이 운용하는 펀드와 신재생에너지 통합법인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재 SK이노베이션, SK에코플랜트, SK디스커버리 등 3개 계열사는 사업 및 지분 양수도를 통해 각사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자산을 KKR에 매각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말 통합법인 ‘홀드코(HoldCo·가칭)’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통합법인의 지분은 KKR이 51%, SK㈜가 49%를 보유한다. 초기 경영권은 KKR이 갖지만 SK㈜는 지분 투자 방식으로 참여한 뒤 향후 협상을 통해 경영권 확보 가능성도 열어뒀다. 다만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새롭게 출범하는 통합법인은 태양광과 해상·육상풍력, 연료전지,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수소를 제외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전 분야를 포괄하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다. 계열사별로 분산돼 있던 자산을 통합해 개발부터 건설, 운영, 유지보수까지 밸류체인을 일원화하고 규모의 경제와 운영 효율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사업 규모도 국내 최대 수준이다. 현재 운영 중인 발전 용량은 약 1.7GW이며 이를 2031년까지 10GW로 약 6배 확대할 계획이다. 10GW는 100MW급 대형 데이터센터 100개를 동시에 가동할 수 있는 규모다. SK㈜는 이를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와 글로벌 반도체 생산라인 등 산업 전반의 청정전력 수요에 대응하는 핵심 전력원으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신재생에너지 산업 특유의 대규모 자본 집약 구조가 있다. SK㈜는 용량 증설과 신규 발전원 개발 등을 위해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별 계열사가 자체 차입이나 증자만으로 투자 재원을 조달할 경우 재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전략적 투자 자본과의 공동 투자 방식이 보다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공동 투자자인 KKR은 세계 최대 인프라 투자사 가운데 하나다. 현재 1000억달러(약 150조원) 이상의 인프라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2011년 이후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분야에만 310억달러(약 47조7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인도의 세렌티카 리뉴어블스, 호주의 클린피크 에너지와 제니스 에너지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에너지 전환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등 대규모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등 그룹 AI 사업과의 협업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SK는 특정 계열사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통합법인을 설립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SK㈜ 관계자는 “전력은 시장 수요와 가격에 따라 공급되는 만큼 특정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을 목표로 하는 사업은 아니다”라며 “산업 전반의 수요에 맞춰 전력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양한 KKR 인프라 동북아대표는 “한국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제조업 전반에서 청정전력 수요가 견조해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재생에너지 시장 중 하나”라며 “양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국내 산업계의 높은 전력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플랫폼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 관계자는 “이번 신재생에너지 사업 통합은 사업의 지속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선제적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일환”이라며 “KKR의 자본력과 SK의 실행력을 결합해 급증하는 청정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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