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삼성전자가 평택 P5 가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쇼티지 상황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에 속도를 내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부도 평택 P5 팹1·팹2의 공사 기간을 단축한다는 목표를 공식화하면서 속도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P5 팹1을 기존의 3층 구조로 짓는 '트리플팹' 전략을 포기하고 가건물을 올린 2.5층 팹으로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팹의 절반을 가건물로 유지한 채 생산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언도 나온다. 내년 하반기 공장 가동을 목표로 한다는 구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에 준공 중인 P5 팹1과 팹2 공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중 가속도가 붙은 곳은 다름 아닌 P5 팹1이다. 회사는 최근 P5 팹1의 공사기간을 1년 단축하며 내년 완공 후 7월부터 장비를 반입하고, 이르면 2028년 클린룸 가동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를 더 앞당기기 위해 기존의 3층 구조 계획을 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삼성전자는 P5 팹1을 4층 구조에 클린룸 8개가 들어가는 형태로 계획했지만,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3층으로 축소하고 클린룸 6개 구조로 설계를 변경한 바 있다. 이를 통해 2027년 건물을 완공하고 2028년부터는 가동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해당 구조로는 기간을 더 줄이기 어렵다고 판단해 2층 규모로 줄이고 2027년부터 가동에 나선다는 관측이 나온다.
2027년 가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건물을 완공하는 게 아니라 가건물 상태에서 양산에 돌입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팹의 반절은 공사를 완료하는 대신 나머지 반쪽은 가건물로 만들어 양산에 돌입하는 방식이다. 다만 가건물 구조 특성상 3층까지는 올리기 어려운 만큼 2층 규모에서 운영하는 이른바 '2.5층 팹'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3층 구조는 단순히 층수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 캐파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이 때문에 이 같은 전략 수정이 최종 생산량과 품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검토도 병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5 팹1 설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장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P5 팹1과 팹2 사이에 지어지고 있는 복합동의 P5 팹1 구역에 초순수 설비 공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합동은 팹에서 반도체가 양산될 수 있도록 전력, 설비, 공조 등 지원 기능을 한데 모아 둔 건물이다. 복합동에서 만들어지는 초순수가 팹으로 이어져 양산에 활용되는 만큼 P5 팹1의 배관 공사도 곧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 현장 관계자는 "P5 협력사들의 일감 발주가 7~8월에 몰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공식 시공승인도(AFC) 도면에 따르면 11월 마감 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선출도가 나와 할 수 있는 작업은 미리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평택 P5 팹2도 부지에 항타기를 설치하고 본격 착공 준비에 나섰다. 항타기는 말뚝을 땅에 박는 장비로, 건물을 짓는 데 사용되는 콘크리트 기초 말뚝인 PHC 파일을 설치하기 위해 사용된다. 당초 내년 초 착공을 목표로 했지만 올해 7월로 앞당겼으며,업계에서는 2029년 공장이 가동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P5 완공을 서두르는 배경에는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의 장기화가 자리한다.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양산이 시작되면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수요가 늘어난 데다, 전반적인 D램 공급 압박까지 커지면서 완공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정부도 삼성전자의 속도전에 힘을 실었다. 정부는 이번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평택 P5 팹1·팹2 동시 건설을 공식화하며 기존 계획 대비 3~4년 단축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이 삼성전자가 일정을 당기는 배경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전자 P5는 HBM과 낸드플래시는 물론 범용 D램까지 생산하는 'AI 메모리 메가 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총 60조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공사 프로젝트로, P5 전체 생산 능력은 웨이퍼 기준 월 60만장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의 전체 D램 생산 캐파가 월 66만장으로 파악되는 만큼, 단순 생산능력 기준으로는 기존 D램 캐파에 맞먹는 대형 생산 거점이 추가되는 셈이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향후 1~2년 내 HBM 시장 점유율 1위 등극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 인상과 공격적인 출하량 확대가 함께 이뤄질 경우 HBM 영업이익은 2026년 14조원에서 2027년 88조20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HBM에 이어 범용 D램까지 공급이 부족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속도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시그마인텔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도 D램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차세대 GPU 양산과 출하가 본격화되면서 AI 서버용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확대됐고, 이로 인해 D램 공급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HBM의 경우 AI 서버에 필수적인 제품인 만큼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 능력을 우선 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들은 제품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고객사와 장기계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수급 불균형은 심각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상은 범용 D램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그마인텔은 "메모리 시장은 1분기에 이어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AI 서버 수요 증가가 D램과 낸드 수급 압박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사실 확인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반도체 팹을 짓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뿐더러 클린룸을 만들기 위한 조건도 매우 까다롭다"며 "진동 등에도 대응해야 하는데, 가건물 형태로 지으면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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