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정부가 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 도매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LNG 가격상한제’를 추진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되면서 민간 발전사업자 사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이 앞선 2022년 도입된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에 의해 조 단위 손해를 입은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정부가 민간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을 인위적으로 통제할 경우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LNG 가격상한제 도입을 위해 산업통상부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발전사에 공급하는 LNG 도매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한다는 골자다. 결국 이는 SMP의 상승세에 하방압력을 가하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SMP는 매시간 마지막으로 투입되는 발전기의 가격으로 결정되는데 통상적으로 연료비가 높은 LNG 발전단가가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일단 SMP가 하향 조정되면 한국전력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전기요금 하향에 명분이 생긴다. 시장에서는 한전의 SMP 순익분기점을 kWh당 146원으로 본다. 다만 중동사태 이후 도시가스 발전용(열병합용) 천연가스 도매요금은 올해 1월 MJ당 15.9480원에서 이달 MJ당 20.8335원으로 30.6%나 급등했다. 이에 SMP는 이달 가중평균 120원 중반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해왔으며 전력소모가 급증하는 오후 4~5시 경에는 한시적으로 적자구간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논의 자체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실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이달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이 중국과 주로 경쟁하는 상황인 걸 감안하면 산업용 전기요금의 하향 안정화가 필요하다”며 “러·우전쟁 때 과오를 반복하지 않고 한전이 적자를 내지 않도록 만반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SMP 상한제가 부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LNG 가격상한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가스공사의 발전단가를 억제할 수 있는 법 개정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입 원자재 시장과 민간 발전사업자의 사유재산권을 건드려야해 법적 장벽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SMP 상한제의 경우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대한 고시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거래 등의 거래에 관한 지침 등 관련 시행령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다.
다만 문제는 어떤 제도가 됐건 가스공사와 민간 발전사업자들은 수익성에 족쇄를 찰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현재 가스공사의 경우 올해 1분기 말 기준 미수금이 13조3717억원, 부채비율 역시 372%에 달한다. LNG 수입 가격이 SMP 가격을 상회할 경우 미수금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또한 2023년 3월 한국집단에너지협회 등 12개 에너지협단체는 2022년 12월 도입된 SMP 상한제 3개월 동안 민간 발전사들이 2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나아가 국내 전력시장이 다시 규제 중심으로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에너지 위기 속 리스크를 감수하며 전력을 공급해온 민간 발전사업자들을 규제할 경우 친환경 발전 투자 위축과 전력 공급 불안정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업계관계자는 “최근 논의되는 최고가격제(SMP 상한제) 재도입은 한전의 재무 압박과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겠으나 업계 입장에서는 한전의 구조적 적자를 민간 발전사에 전가하는 임시방편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인 도매가격 상한 규제보다는 전력 요금 현실화와 같이 시장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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