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우진산전이 현금 창출력을 회복하며 유동성 고비를 한숨 돌린 모습이다.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이 양수 전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은 우진산전이 차입금 의존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장기 부채를 새로 짊어지는 방식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빚을 상환하는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 전략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우진산전이 수년간 차환을 반복하면서 금리 부담이 누적되는 데다, 만기 리스크가 소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 3년 만에 OCF ‘양수’…매출채권 줄고 매입채무 늘고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우진산전의 지난해 OCF는 547억원으로 순유입(+)을 기록했다. 회사는 2022년 OCF 982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했지만, 2023년과 2024년 각각 마이너스(-)1645억원, -1525억원으로 대규모 현금 유출을 겪었다.
철도업을 영위하는 우진산전은 거래규모가 큰 철도차량부문의 수주 관련 선수금 증감에 따라 OCF 변동성이 높다는 특징을 가진다. 또 일정부분 선수금을 받은 뒤 진행되는 철도차량부문과 달리, 전기버스부문의 경우 차량 납품이 이뤄진 이후 대금을 회수하는 터라 매출이 늘어날수록 운전자본 부담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운전자본 부담이 커지면 손익계산서 상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실제 현금은 빠져나가게 된다. 예컨대 납품이 완료돼 매출로 인식되더라도 대금 회수는 시차를 두고 이뤄질 수 있다. 또 생산에 필요한 부품과 원재료를 선매입하면 현금은 먼저 유출되지만 매출 인식은 이후에 이뤄지기 때문에 OCF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우진산전의 OCF 악화는 매출채권 증가와 선수금 감소, 재고자산·미수금 증가 등 운전자본 부담 확대에서 기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회사는 2023년 재고자산이 증가하면서 405억원의 현금 유출이 발생했으며, 고객사로부터 받은 선수금이 1196억원 축소됐다. 2024년의 경우 매출채권 증가로 현금 1181억원이 빠져나간 데다, 선수금 감소(608억원)와 재고자산 증가(204억원) 등이 겹치면서 OCF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우진산전의 OCF가 지난해 흑자를 낸 일등공신은 매출채권이다. 매출채권 변동 흐름을 살펴보면 2024년 -1181억원에서 지난해 -184억원으로 약 997억원의 부담이 완화됐다. 선수금과 재고자산 감소에 따른 현금 유출 부담이 줄어든 점도 있다. 선수금의 경우 지난해 -136억원으로 나타났는데, 전년 대비 472억원가량 개선된 숫자다. 이는 과거에 받은 선수금을 소진하는 속도가 둔화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재고자산 역시 -204억원에서 -29억원으로 175억원 축소됐다.
나아가 협력업체에 지급할 외상대금인 매입채무가 감소에서 증가로 전환되면서 261억원의 현금 유입 효과가 발생했다. 미수금 역시 259억원 감소하며 현금흐름 개선에 기여했다.
◆ OCF 흑자에도 차환 의존 지속…1115억 빌려 930억 갚았다
주목할 부분은 우진산전의 영업현금흐름이 흑자로 돌아섰음에도 차입금 의존 구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회사는 만기가 도래한 부채를 신규 차입금과 회사채 발행으로 대응하는 리파이낸싱 전략을 지속 중이다.
실제로 우진산전은 지난해 장기차입금 595억원과 사채 520억원 총 1115억원 상당을 외부에서 조달했다. 세부적으로 산업은행 시설자금 차입 잔액은 2024년 말 72억원에서 지난해 말 110억원으로 늘었으며, 신규 자산유동화(ABL) 차입금 400억원도 반영됐다. 국민은행 일반자금 차입금은 11억원 증가했으며, 우이신설경전철로부터는 160억원 규모의 장기자금이 새로 반영됐다. 우진산전은 지난해 3월 120억원 규모의 제4회 무보증 사모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 40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도 찍었다.
하지만 조달한 자금은 기존 차입금 상환과 신규 물량 확대에 따른 원자재 선구매 등에 쓰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진산전은 지난해 장기차입금 30억원과 유동성장기채무 750억원, 사채 150억원 등 총 930억원을 상환했다. 신규 조달 규모(1115억원)가 상환 규모를 웃돌지만, 상당 부분이 만기 도래 채무를 차환하는 데 투입된 것이다. OCF가 흑자로 전환됐음에도 차입금 의존 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더군다나 우진산전이 리파이낸싱 전략을 유지하면서 이자부담은 누적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현금흐름표상 이자비용은 276억원으로 집계됐다. 신규 조달된 자금의 금리를 살펴보면 ▲ABL 대출 6.8~7.2% ▲제4회 사모사채 4.73% ▲영구CB 표면 2%(유효 14.7%)로 적지 않은 금융비용 부담을 수반하는 구조다.
기 조달 차입금과 사채의 만기 리스크가 잔존하고 있다는 점도 있다. 우진산전이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금융부채는 장기차입금 668억원, 사채 240억원 총 908억원이다. 지난해 OCF 547억원보다 361억원 더 많은 금액이다. 특히 사채의 경우 만기 도래 시 신용보증기금 정책상 상환율에 따라 차환 발행이 예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OCF 흑자 전환이 본원적인 현금창출력 개선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향후 수주 확대 과정에서 운전자본 부담이 다시 확대될 경우 현금흐름 변동성이 재차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우진산전의 EBITDA가 지속적으로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 EBITDA는 2023년 374억원→2024년 444억원→2025년 626억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선수금 감소와 매출채권 회수기간 장기화로 운전자본 부담은 오히려 확대됐다. 수익성과 현금창출력 간 괴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선수금 잔액 추이는 2023년 1370억원→2024년 762억원→2025년 619억원로 확인됐다. 선수금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어 과거 대비 선수금 기반의 운전자본 완충 효과는 약화된 것으로 보여 진다. 같은 기간 매출채권 회전율은 4.57회→2.44회→2.40회로 길어졌다. 매출채권 회수기간이 늘어나면서 운전자본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우진산전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지체상금 이슈가 해소되고 2024~2025년 약 8000억원 상당의 신규 수주가 발생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고 답했다.
이어 “2024년 말 대비 2025년 실제 차입금 증가는 약 145억원으로, 기 수주한 철도차량 제작 프로젝트와 전기버스 판매예정분 선행생산 원자재 구매비 등에 활용됐다”며 “CB를 제외한 차입금은 정해진 상환 스케줄에 따라 상환활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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