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승현창 핸즈코퍼레이션(핸즈코퍼) 회장이 1000%를 웃도는 초고율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대주주 채권 출자전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승 회장 일가와 계열사는 회사에 대한 171억원 규모의 대여금 채권 전액을 보통주로 전환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힘을 싣는다. 대표이사직 사임과 채권 출자전환을 앞세워 금융 채권단과의 만기 연장 협상에서 신뢰를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 171억 규모 3자배정 유증…부채비율 1044%→805% '뚝'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핸즈코퍼는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171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유증은 전액 최대주주 일가와 계열사의 대여금을 보통주로 바꾸는 '현물출자 방식의 출자전환' 형태로 진행된다. 자금 조달 목적은 재무구조 개선과 자본 확충이며, 자금 전액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채무상계로 처리된다. 유증 대상자는 승 회장과 승 회장 모친인 차희선 학산문화재단 이사장, 계열사 동화상협이다.
주목할 부분은 발행가액이 거래 정지 전 최종 종가인 1199원보다 191.2% 웃도는 주당 3492원으로 책정됐다는 점이다. 감사의견 거절 이후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로 핸즈코퍼의 시가가 없는 특수적인 상황인 만큼, 신주 발행가액은 상증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을 거쳐 산정됐다. 세부적으로 동화상협은 가장 많은 315만8418주를 배정 받으며 승 회장과 차 이사장은 각각 29만869주, 145만4346주를 소화할 예정이다.
승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현물출자하는 채권 액수는 핸즈코퍼의 장부상 대여금 총량과 일치한다. 실제로 핸즈코퍼가 동화상협에 대한 단기 차입금은 110억원이며, 승 회장과 차 이사장 등 오너 일가로부터 빌린 금액은 각각 10억원, 50억원으로 총 60억원 규모다. 결과적으로 최대주주 측이 장부상 원금 170억원에 누적 미지급 이자 등을 포함해 총 171억원에 달하는 대여금 채권을 소멸시키면서 핸즈코퍼의 부채 부담이 한층 완화될 전망이다.
예컨대 핸즈코퍼는 1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총계 6744억원, 자본총계 645억원으로 부채비율이 무려 1044.4%이었다. 하지만 171억원 규모의 대여금 채권이 전량 자본으로 전입되면서 부채총계는 6572억원으로 감소하는 반면, 자본총계는 816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신주 발행에 따른 자본금과 자본잉여금도 171억원 확충된다. 이에 부채비율은 239.9%포인트(p) 하락한 804.5%로 떨어지게 된다.
◆ 승 회장, 오너경영 대신 전문경영 전환…사적합의 위한 자구책 해석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절묘한 타임라인이다. 핸즈코퍼의 감사의견 거절과 거래정지가 공식화된 것은 올해 3월26일이다. 하지만 핸즈코퍼는 이보다 보름가량 앞선 3월11일 정기주주총회 소집 결의에서 대표직 사임을 염두에 둔 사내이사 후보 2인을 올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회사는 3월31일 주총에서 홍승재·이현익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오너로서 경영 전반을 총괄하던 승 회장과 국내생산을 책임지던 박세진 본부장이 대표직에서 내려온 대신, 새로운 재무 전문가와 생산 전문가를 기용했다. 핸즈코퍼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승 회장이 오너 경영 체제에서 감사의견 거절이라는 결과가 나온 만큼 전문경영인 체제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승 회장이 '의견 거절'이라는 리스크를 사전에 감안한 대응이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상장폐지 리스크에 따른 우발적인 퇴진이 아닌, 금융 채권단과의 사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준비한 '자구책'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핸즈코퍼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 지난달에는 주식 발행한도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기존 정관상 5000만주이던 발행예정주식총수를 2배인 1억주로 늘리는 게 골자다. 회사는 정관 변경 목적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대여금 출자전환 기반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 55억 상당 BW 관련 지출 불가피…만기 연장·추가 조달 관측
승 회장 측의 이 같은 선제적 재무 구조 개선 행보는 사채 만기 폭탄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핸즈코퍼 관계자는 "채권단과의 '사적 합의'에 따라 승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가 대여금을 보통주로 출자전환했다"고 강조했다. 대주주가 부채비율을 낮추는 자구책을 보인 만큼 금융 채권단과의 후속 만기 연장 등 협상 테이블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이달 15일 만기가 도래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다. 승 회장 일가와 동화상협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핸즈코퍼 BW는 총 35억원 규모다. 해당 물량을 포함해 시장 전체에 풀린 BW 중 올 1분기 말까지 총 51억원 상당, 약 610만2151주가 미행사된 상태다. 만기보장수익률 연 5.5%를 감안하면 55억원가량 돌려줘야 한다.
핸즈코퍼는 올 1분기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이 199억원에 불과하지만, 1년 중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 금융기관 차입금(사채 제외)가 4426억원에 달한다. 비유동 차입금까지 포함하면 4494억원으로 불어난다. 오너일가와 채권단의 사적 합의는 해당 차입금의 만기 연장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사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재 담보로 묶여 있는 3955억원 규모의 공장 부지와 건물, 기계, 재고 등이 경매에 넘어가는 등 강제 집행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있다. 아울러 승 회장이 핸즈코퍼에 1440억원 한도의 지급보증을 서 준 만큼 사적 합의의 중요성은 더욱 높다.
이번 유증에서 새로 발행한 주식이 490만주에 그치는 만큼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정관 상 늘려놓은 한도 대비 7300만주 이상를 추가로 찍어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핸즈코퍼 관계자는 "승 회장의 대표직 사임과 출자전환 참여는 책임 경영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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