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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팔란티어'의 야심 "상장한 날 2.0 발표"
장소영 기자
2026-06-15 09:00:00
제조·국방 특화된 '정통AI', 다음은 시총 100조 목표…삼성·SK·현대차 고객 확보
이 기사는 2026-06-12 16:20:33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딜사이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장소영 기자)

[딜사이트 장소영 기자]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가운데 자본시장에도 'AI' 간판을 내건 기업들의 증시 입성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실제 AI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 가운데 '정통 AI 기업'을 표방하며 코스닥 시장에 데뷔한 곳이 있다. 바로 마키나락스다.


마키나락스는 지난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공모가를 크게 웃도는 주가를 기록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환호 속에 진행된 상장기념식도 잠시,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사진)의 시선은 이미 다음 단계로 향해 있었다.


12일 서울 강남구 마키나락스 본사에서 만난 윤 대표는 소회를 묻자, 상장 후 가장 먼저 한 일을 묻자 주저 없이 답했다.


"상장식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와 마키나락스 2.0을 발표했습니다."

윤 대표가 정의한 마키나락스 1.0이 상장까지의 여정이었다면, 2.0은 시가총액 100조원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청사진이다. 마키나락스는 다음 단계를 향해 바로 나아가고 있다. 상장 다음 날 회사 풍경이 그러했다.


윤 대표는 "상장 바로 다음 날이었는데 구성원들이 들떠있지 않고 각자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대표 입장에서는 그런 모습이 몹시 뿌듯했다"고 밝혔다. 


마키나락스는 일명 '흙내 나는 AI' 기업이다. 화려한 챗봇이나 이미지 생성 AI가 아닌 제조 현장과 국방 분야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AI 운영체제(OS)를 만든다. 업계에서 마키나락스를 '한국의 팔란티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마키나락스는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인 나이스디앤비와 이크레더블로부터 모두 A등급을 받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윤 대표는 "정통 AI 기술만으로 기술신용평가 A등급을 받은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그만큼 기술력에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마키나락스의 시작도 제조 현장을 향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윤 대표는 제조업이 AI의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산업 현장은 업종과 공장마다 환경이 모두 다르고 예외 상황도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는 이러한 복잡성이 오히려 AI가 가장 필요한 이유라고 봤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출신인 윤 대표는 이런 가능성을 보고 미국 생활을 정리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지금은 미국에도 제조 공장이 많지만 당시에는 한국이 훨씬 강한 제조업 기반을 갖고 있었다"며 "국내 제조기업들은 AI가 언젠가는 필요한 기술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 덕분에 초기에 다양한 제조기업들로부터 투자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마키나락스의 핵심 플랫폼 '런웨이(Runway)'는 제조업과 국방 분야를 겨냥해 설계됐다. 폐쇄망과 온프레미스 환경에 최적화된 AI 운영체제로, 현장 상황 변화에 맞춰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윤 대표는 "제조 현장은 기업마다 환경이 달라 AI 시스템을 처음부터 구축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며 "런웨이를 활용하면 공통 영역은 플랫폼으로 구축하고 나머지만 고객 환경에 맞게 조정할 수 있어 구축 속도가 크게 빨라진다"고 설명했다.


마키나락스는 2024년부터 전방배치 엔지니어(FDE·Forward Deployed Engineer) 조직도 운영하고 있다. 팔란티어가 먼저 도입한 개념으로, 고객 현장에 직접 들어가 문제를 해결하고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역할을 맡는다.


윤 대표는 "좋은 AI 모델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고객의 미션 크리티컬한 환경에서 실제 문제를 해결해야 진짜 AI 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국방 분야로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폐쇄망 환경이 일반적인 국방 분야에서는 해외 AI 솔루션 활용에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AI 플랫폼을 공급하는 기업은 많지만 대부분 클라우드 기반"이라며 "제조나 국방처럼 폐쇄망 환경에서는 활용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국방·공공 분야는 외국산 솔루션을 도입하기 어려운 만큼 국내 기술 기반 AI OS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프로젝트성 매출 비중이 높아 성장 지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윤 대표는 이미 확보한 고객 기반과 재계약이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마키나락스는 삼성, SK, 현대차, LG, 두산 등 주요 제조기업과 국방과학연구소를 포함한 국방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 고객사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은 전체의 67% 수준이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 상당수가 재계약"이라며 "산업 현장에 AI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데이터가 중요하고, 현장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는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력이 된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회사 이름을 둘러싼 에피소드도 꺼냈다.


"주주분들이 회사 이름을 두고 주가가 떨어질 때는 마키'나락'스'라고 하시더라고요. 반대로 오를 때는 마키'극락'스라고도 하고요.(웃음) 상장 전까지도 회사 이름을 바꿀지 고민한 적이 있었지만 결국 우리 회사가 지향하는 방향을 가장 잘 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키나는 라틴어로 기계를 뜻하는 'Machina'에서 따왔다. 여기에 세상을 흔들겠다는 의미의 'Rocks'를 더했다. 제조와 국방 현장의 운영체제를 만들겠다는 회사의 방향성이 이름에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상장이라는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한 지금, 윤 대표는 다시 사업의 본질을 이야기했다. 마키나락스 주가는 다른 상장 초기기업과 마찬가지로 초반 조정을 받고 있다. 윤 대표는 주가 흐름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다시 사업 현장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업부문별로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점검하고 향후 성장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시간을 쏟고 있다.


그는 "상장 이후에도 결국 해야 할 일은 똑같다"며 "좋은 제품을 만들고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가치는 사업의 본질에서 나온다"며 "주가를 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도 결국 사업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상장이라는 축제는 하루였지만, 윤 대표가 말하는 마키나락스 2.0은 이제 막 시작됐다. 시가총액 100조원이라는 다음 목표를 위해 더 중요한 것은 제조와 국방 현장의 운영체제가 되겠다는 야심이다. 상장 이후 첫 번째 숙제를 마친 마키나락스는 이제 두 번째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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