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카셰어링 성장 한계에 부딪힌 쏘카가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로 제한하던 정관을 수정하고 대대적으로 사업목적을 추가하며 전방위적 체질 개선을 시도한다. 지배구조의 유연성을 확보하면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구상이다. 업계는 쏘카의 이번 움직임을 두고 사실상 오너 격인 이재웅 최고운영책임자(COO)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정지작업으로 파악하고 있다.
◆ 이재웅 COO 이사회 의장 선임 위한 정관 변경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쏘카는 내달 4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정관 일부 변경과 사업목적 변경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세부적으로 쏘카는 정관 제38조(이사회의 의장)를 손본다. 현행 정관에는 '대표이사는 모든 이사회를 주재한다. 대표이사가 그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거나, 수행하려 하지 아니할 때에는 이사회에 의해 미리 지명된 이사가 회의를 주재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만 맡을 수 있도록 명문화한 것이다.
쏘카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도록 정관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부분은 부칙이다. 당장 임시주총일인 6월4일부터 개정된 정관의 효력이 발생하도록 부칙을 추가한다. 이는 정관 변경과 동시에 이재웅 COO를 새로운 이사회 의장으로 공식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 기준 쏘카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3명 총 6명으로 구성됐다. 사내이사는 ▲박재욱 대표이사 ▲이재웅 COO ▲남궁호 카셰어링부문장이며, 사외이사는 ▲이준만 서울대 경영대학 전임 부교수 ▲이창주 아누아 사업 총괄 ▲최세훈 씨엔모터스 경영대표다.
이번 정관 변경에 따라 박 대표는 의장 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신임 이사회 의장은 이 COO가 내정돼 있다. 2020년 이른바 '타다 사태'로 쏘카 대표에서 물러난 이 COO는 6년 만인 올 3월 다시 경영에 복귀했다. 당초 그는 쏘카 이사회 의장도 함께 맡을 계획이었지만, 정관 상 이유로 다소 지연됐다.
◆ 신성장동력 확보 '총력'…지배주주 '자금 수혈' 필수
주목할 부분은 이번 임시주총으로 이 COO의 영향력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쏘카가 안정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쏘카가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1000억원을 소폭 웃도는 수준에 그치는 터라 외부의 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
쏘카 최대주주는 에스오큐알아이이며, 이 COO는 에스오큐알아이 지분 83.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COO 개인적으로도 쏘카 주식 7.7%를 들고 있다. 다시 말해 쏘카의 명운이 걸린 신사업에 필요한 자본 수혈과 의사결정권 모두를 이 COO가 쥐게 되는 셈이다. 이사회 의장 등판은 그가 가진 압도적인 지분율에 걸맞은 법적·제도적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상징적 조치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쏘카는 이번 임시주총에서 ▲자동차 신품 판매업 ▲여객 자동차 운송업 ▲무역업 ▲보험 대리 및 중개업 등 총 13개의 사업목적을 추가한다. 사유는 '사업 목적 다각화'다. 쏘카가 추가하는 신사업 면면을 살펴보면 자동차 유통과 금융, 종합 물류플랫폼으로의 영역 확장을 계획 중이라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차량 판매·관리 뿐 아니라 외부 금융사에 의존하던 할부와 대출 등을 직접 수행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렌트 사업자에서 운송 사업자로 전환해 택시 유사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며, 자동차를 넘어선 포괄적인 대여 서비스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 카셰어링 성장 둔화…박재욱 대표, 자율주행 신설법인 집중할 듯
이처럼 쏘카가 체질을 개선하는 주된 요인으로는 카셰어링 사업의 성장 한계를 꼽을 수 있다. 예컨대 쏘카 매출은 2010년대 후반부터 2020년 초반까지 연평균 35%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공유경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된 데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된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엔데믹으로 전환된 2023년부터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5%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적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쏘카는 십수년간 수집해 온 방대한 양의 주행 데이터를 활용해 구매와 이동, 금융, 재판매로 이어지는 '차량 생애주기' 전반 장악에 나선다. 쏘카가 15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자율주행 법인을 설립하는 배경도 이와 맞닿아 있다. 앞서 쏘카는 지난달 30일 그동안 확보한 자율주행 데이터와 모빌리티 플랫폼 운영 역량을 토대로 자율주행 서비스 독립 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자율주행 신설 법인은 이달 중 설립되며, 박재욱 쏘카 대표가 신설 법인 대표를 겸직하게 된다. 특히 쏘카는 크래프톤에서 650억원을 조달한다. 크래프톤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단독 참여하며, 쏘카 주식 510만주를 확보하게 된다. 지분율로는 약 13.4%로, 단일 주주 기준 3대주주에 해당한다. 이 COO와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1세대 벤처 창업가로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 COO 우호세력으로 분류된다.
이와 관련, 쏘카 관계자는 "이 COO는 이번 임시주총 이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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