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정의선 회장을 보좌하며 '조용한 조타수'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제네시스 사업본부장과 현대차 사장 시절에는 개별 회사 실적 개선에 집중했다면, 부회장 승진 이후에는 더 큰 틀에서 움직이며 그룹 전체 사업 전반을 챙기고 있다.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현대차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것도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장 부회장은 이달로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년을 맞았다. 2020년 정 회장 취임 이후 첫 부회장 인사였다. 장 부회장은 2020년 말 현대차 사장에 오른 뒤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리스크 속에서도 현대차의 역대급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 부회장은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친 뒤 2011년 현대글로비스 글로벌사업실장 상무로 현대차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국내 사업본부장, 제네시스 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2020년 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4년 만인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여기에 수소 사업과 기획조정실도 총괄하고 있다. 그가 현대차 순혈 출신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로, 정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 부회장이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현대차는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 곡선을 그려왔다. 취임 첫해인 2021년 현대차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78.9% 증가한 6조6790억원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47% 늘어난 9조8198억원, 2023년에는 54% 증가한 15조1269억원으로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이 같은 성과는 전기차와 고급차 위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원가 절감을 병행한 결과다. 장 부회장은 사장으로 승진한 첫 해인 2021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고수익 차종의 글로벌 판매를 확대하고 원가 절감을 병행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2021년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아이오닉6, 고성능 차량인 아이오닉5 N을 연이어 출시했다. 또 GV60, G80 전동화, GV80 쿠페 등을 출시하며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라인업을 강화했다. 여기에 수소 사업 강화와 인도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이끈 성과도 인정받았다.
승진 이후 그의 역할은 한층 넓어졌다. 기존에는 국내사업본부나 제네시스 등 개별 사업 단위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룹 내 오너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위치에서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2021년부터 맡아왔던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난 것도 통상적인 단순한 퇴진의 의미가 아니라 이사회 참여 의무를 덜어 경영 보폭을 넓히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장 부회장은 올해 글로벌 무대 중심의 행보를 보이며 정 회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하고 있다. 관세 이슈가 부각됐던 올 3월, 장 부회장은 정 회장이 미국 백악관에서 31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할 때도 옆을 지켰다.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 행사에서도 정 회장의 옆에는 장 부회장이 있었다.
5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HMMME) 공장 착공식에 참석해 "미래 모빌리티와 기술 혁신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며 중동 시장 공략을 위한 포부를 드러냈다. HMMME는 현대차그룹이 사우디아라비아 대표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 자리에 장 부회장이 직접 나서며 그룹 비전을 발표한 것이다.
최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2025 무대에도 올랐다. 그룹을 대표해 글로벌 CEO들과 소통하며 대외적 리더십을 보여준 것이다. 이 자리에서 장 부회장은 "수소 생태계는 각국 정부와 기업 모두의 파트너십을 통해 실현 가능하다"며 "현대차그룹 또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해 수소 기반 미래 사회를 더욱 가속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 행사는 APEC 정상회의의 주요 부대행사로 세계 21개 APEC 회원국 정상과 글로벌 기업 CEO 1700명이 참여하는 비즈니스 포럼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장 부회장은 지난해 인사에서 승진한 이후 제조·품질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을 총괄하며 경영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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