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LG전자의 냉난방공조(HVAC) 사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등 해외 대형 프로젝트로 공급을 늘리는 한편, 연구개발(R&D) 거점 확충에도 나서며 HVAC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육성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경남 창원에서 차세대 HVAC R&D 거점인 'HVAC 연구센터' 착공에 들어갈 전망이다. 총 500억을 투입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센터는 국립창원대학교 내 연면적 약 1만3200㎡ 규모로 지어지며, 에어컨부터 히트펌프와 칠러, 데이터센터향 냉각 솔루션 등 차세대 기술 연구를 담당한다. 서울의 또 다른 선행 연구 조직과 연계하며, 지역별 특성에 맞춘 글로벌 맞춤형 솔루션 확보에 주력한다는 구상이다.
LG전자는 초대형 냉동기 칠러와 액체냉각솔루션(CDU) 등 AI 데이터센터 열관리 솔루션을 HVAC 사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컴프레서와 모터, 펌프, 열교환기, 인버터 등 냉난방공조 제품의 5대 코어테크 기술을 고도화하고, 최근 엄격해지는 환경규제에도 대응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힘쓸 방침이다. 현재 창원 스마트파크 내에 있는 HVAC 아카데미도 신규 연구센터로 확대 이전해, 국내외 HVAC 엔지니어 양성의 교두보 역할을 맡길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에어솔루션연구소'를 설립해 지역별 맞춤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북미·유럽·인도 등 5곳에서 연구소를 운영 중이며, 알래스카·오슬로·하얼빈 등 한랭 지역에는 히트펌프 연구 컨소시엄도 마련했다. 이는 기후와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연구개발부터 생산, 판매, 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현지 완결형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해외 공급 실적도 빠르게 쌓아가고 있다. 최근 사우디 네옴시티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에 냉각 솔루션 공급을 위한 협의(MOU)에, 미국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데이터센터에도 수백억원 규모의 첨단 칠러와 공기조화기를 납품하는 계약을 따냈다. 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멕시코 등 주요 공항으로도 공급 범위를 넓히며 글로벌 레퍼런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압축기·모터·인버터 등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하는 코어테크 기술력과 지역별 기후와 환경에 맞춘 현지화 전략이 맞물린 결과라는 평가다.
이 같은 글로벌 성과에도 하반기 실적은 다소 주춤할 전망이다. HVAC을 담당하는 ES사업본부는 1분기 매출 3조544억원, 영업이익 4067억원을 기록했고, 2분기에도 매출 2조6442억원, 영업이익 2505억원을 올리며 선방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3분기 매출 2조1910억원, 영업이익 1420억원으로 둔화된 뒤 4분기에는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의 매출 반영이 시차를 두고 이뤄지는 데다 계절적 수요 감소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창원 HVAC 연구센터는 내년 착공을 목표로 준비 중이며 인도 등 해외 거점 확충도 병행하고 있다"며 "올해는 사우디 네옴시티와 미국 등 대형 프로젝트 공급이 성사됐지만 단기 실적은 계절적 요인과 시장 변동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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